[TF초점] '#살아있다' '반도', 코로나 후 재난영화의 '아이러니'
입력: 2020.06.23 05:00 / 수정: 2020.06.23 05:00
개봉을 앞둔 기대작 가운데 두 작품을 꼽자면 단연 #살아있다(왼쪽)와 반도다. 두 영화 모두 좀비 바이러스를 주제로 하는 재난물이다. 관객 동원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지만 반대로 코로나 시대라서 관객 동원에 유리하기도 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개봉을 앞둔 기대작 가운데 두 작품을 꼽자면 단연 '#살아있다'(왼쪽)와 '반도'다. 두 영화 모두 좀비 바이러스를 주제로 하는 재난물이다. 관객 동원이 어려운 코로나 시대지만 반대로 코로나 시대라서 관객 동원에 유리하기도 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시대상과 '호흡'하는 2020년의 영화들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작품은 시대를 만나 여러 의미를 가진다. 코로나와 질긴 싸움을 이어나가고 있는 최근의 영화계가 그렇다. 신작 가뭄 속 상업 영화의 신호탄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삶에 대한 고찰까지. 창작자와 배우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2020년의 영화들은 각양각색의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중심부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올해 1월 총 1684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이 영화관을 찾았으나 코로나19의 확산세가 거세진 2월은 737만으로 반 토막이 났고 4월에는 집계이래 최저 수준인 97만으로 바닥을 찍었다. 5월 초 주춤하는가 싶었던 코로나19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 공포는 커졌다. 5월 총 관객은 152만이었다.

관객이 줄어드니 개봉 예정작들은 줄줄이 개봉 일정을 변경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리마스터' '감독판' '재개봉' 등과 같은 수식어를 단 추억의 외화들이 스크린에 걸렸다. 이는 '외화의 선전' 혹은 '추억의 힘'이라고 읽히기도 했지만 영화 팬들에게는 '신작 가뭄'이라는 말이 더 와닿았다.

5월 말 개봉했던 초미의 관심사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는 대한민국 소수자들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다. 본래라면 영화가 던진 메시지는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의미가 옅어졌다.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5월 말 개봉했던 '초미의 관심사'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는 대한민국 소수자들에 대한 고찰을 담은 영화다. 본래라면 영화가 던진 메시지는 관객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 의미가 옅어졌다. /'초미의 관심사' 스틸컷

'초미의 관심사'는 이태원을 배경으로 하는 추격극이다. 지난 5월 27일 개봉했고 5월 중순 이태원 클럽에서의 코로나 확산 현상과 맞물렸다. 영화는 영어 못 하는 흑인, LGBT(성적소수자), 드랙퀸(남성이 예술 오락을 목적으로 여장을 하는 행위) 아티스트, 전신 타투이스트, 언더그라운드 가수 등 대한민국 소수자들에 대한 편견을 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시 영화계는 이태원에서 확산된 코로나 공포에 다시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이태원 배경의 '초미의 관심사'가 이태원 발 코로나 공포에 발걸음을 돌린 관객을 동원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 셈이었다.

6월 개봉한 '침입자'와 '결백'은 코로나19 사태 후 개봉하는 상업 영화로 읽혔다. 두 작품 모두 올해 초 스크린에 걸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여파로 두 차례나 일정을 미뤘다. 각각 송지효의 스릴러 복귀, 신혜선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라는 의미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후 신작 가뭄을 달래주기 위해 개봉을 감행한 상업 영화라는 의미가 더 크게 부각됐다. 때문에 두 작품은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할 때마다 '극장가 활력' '관객 회복세'라는 수식어를 달기도 했다.

영화 감기는 코로나 사태 후 꾸준히 재조명받았다. 국내 케이블채널에서 상영된 데 이어 대만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아이러브시네마 제공
영화 '감기'는 코로나 사태 후 꾸준히 재조명받았다. 국내 케이블채널에서 상영된 데 이어 대만에서 개봉하기까지 했다. /아이러브시네마 제공

2011년 개봉한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영화 '컨테이젼'은 전염병 확산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고 지난 2월 웨이브와 왓챠플레이와 같은 OTT서비스에서 역주행을 기록해 플랫폼 상위권에 올랐다. 영화 속 발병 경로, 전염 과정 등이 코로나19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고 영화가 주는 공포는 대중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치사율 100%의 바이러스가 휩쓴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감기'는 2013년 개봉 당시보다 더욱 뜨거운 인기였다. '컨테이젼'과 함께 회자됐고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꾸준히 방영된 데 이어 올해 4월 대만에서는 공식적으로 개봉하기까지 했다. 당시 CJ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코로나19로 동남아시아에서 TV와 VOD용으로 재난 영화 수요가 매우 높아졌다"며 "그 중 대만에서는 신작 개봉도 미뤄진 상황이어서 '감기'를 소규모로 개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컨테이젼'과 '감기'의 열풍이 과거 작품의 재조명이라면 이제는 몇몇 신작 한국 영화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더욱 큰 몰입감을 가지게 됐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살아있다'와 7월 개봉 예정인 '반도'는 모두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 상황이 주제다. 모두 단순한 바이러스를 넘어 사람들이 좀비로 변한다는 SF적 요소가 첨가됐지만 사회적인 고립, 삶에 대한 성찰 등은 코로나19 전파 후 대한민국 관객들이 처한 상황과 맞닿아있기도 하다.

#살아있다(위쪽)와 반도는 모두 좀비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 생존에 대한 공포 등은 코로나19 이후 변한 삶과 맞닿아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살아있다'(위쪽)와 '반도'는 모두 좀비물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 생존에 대한 공포 등은 코로나19 이후 변한 삶과 맞닿아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제공

'#살아있다'에서 주인공 준우 역을 맡은 유아인 역시 작품이 코로나 시대와 맞물려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된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이 시기에 영화가 개봉돼 공교롭게도 이전보다 더 큰 공감대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우리 모두 허무맹랑한 풍경에서 살고 있다. 창작물은 어느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지는 성질 역시 중요하다"고 밝혔다.

'#살아있다' '반도'의 개봉에는 '초미의 관심사'처럼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코로나19 때문에 관객 동원이 어렵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의 공감대를 자극해 그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이전보다 더 유효하다. 유아인의 말처럼 두 작품의 개봉은 2020년 대한민국 영화계의 "허무맹랑한 풍경"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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