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반도', '서울역' '부산행' 4년 후의 세상
입력: 2020.06.19 05:00 / 수정: 2020.06.19 05:00
반도가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 서울역을 선보였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강동원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여름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들일 예정이다. /NEW 제공
'반도'가 7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부산행' '서울역'을 선보였던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강동원 이정현이 주연을 맡아 여름 극장가에 관객을 불러들일 예정이다. /NEW 제공

'연상호 유니버스'의 또 다른 확장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사람들이 서로 물고 뜯는 아비규환의 '서울역', 그 가운데 몇몇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부산행' KTX에 몸을 실었다. 이제 그 생존자들이 다시 '반도'로 돌아온다. 연상호 감독은 아직 보여줄 것도 들려줄 이야기도 많이 남은 모양이다.

오는 7월 개봉하는 '반도'는 좀비로 인해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다. '서울역' '부산행' 4년 후 황폐화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정식 후속작이다. 이전 작품들의 팬이라면 두 팔을 벌려 환영할 일이고, 좀비 장르 팬들에게는 큰 자본이 들어간 좀비 영화라 기대가 쏠린다. 두 케이스 모두 아니라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볼만한 신작이 없던 모든 관객에게도 유효하다.

2016년 7월 개봉했던 '부산행'은 좁은 기차 속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펼치며 한국형 좀비물 흥행의 신호탄을 쐈다. 국내에서는 1156만 관객을 기록했고 그 인기는 해외로 뻗어 나가 1억 4천만 불이라는 해외 흥행 수익까지 가져다줬다. 6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주인공 공유는 이 덕분에 천만 배우 반열에 올랐고 마동석은 특유의 친근하고 박력 넘치는 캐릭터를 구축해 전성기를 맞았다.

연상호 감독의 좀비 세계관은 부산행(왼쪽)과 서울역으로 만들어졌다. 부산행은 상업성을 서울역은 작품성을 입증하며 K-좀비의 지평을 열었다. /NEW 제공
연상호 감독의 좀비 세계관은 '부산행'(왼쪽)과 '서울역'으로 만들어졌다. '부산행'은 상업성을 '서울역'은 작품성을 입증하며 K-좀비의 지평을 열었다. /NEW 제공

'부산행'이 영화적 재미에 초점을 맞췄다면 같은 해 8월 개봉한 프리퀄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메시지에 집중했다. 가출 소녀와 그의 남자친구 그리고 딸을 찾는 아버지 등 주요 인물들은 내면의 추악함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돼지의 왕' '사이비' '창' 등과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연 감독 특유의 불편한 메시지들로 빚어진 독보적인 작품이었다.

'서울역'은 너무 적나라해 불편해지기까지 하는 인간의 면면들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대신 제34회 브뤼셀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실버 크로우상(Silver Crow)을 수상하고, 앙시, 몬트리올, 시체스 등 해외 유수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부산행'이 모든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상업적인 요소를 갖춘 영화였다면 '서울역'은 연 감독이 오롯이 그리고 싶었던 대한민국 지옥도였다.

연상호 감독은 이 두 작품으로 자신만의 세계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구축했다. '부산행'의 흥행성과 '서울역'의 작품성이 그 뼈대를 탄탄하게 지탱한다. '반도'는 그 위에 건축될 좀비가 들끓는 확장된 세계관이다.

반도는 좁은 부산행 열차가 아닌 황폐화된 한반도 전체가 배경이다. 스케일을 키웠고 볼거리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좀비들은 도시 곳곳에서 쏟아져나오며 관객들을 위협한다./NEW 제공
'반도'는 좁은 '부산행' 열차가 아닌 황폐화된 한반도 전체가 배경이다. 스케일을 키웠고 볼거리도 풍성하게 준비했다. 좀비들은 도시 곳곳에서 쏟아져나오며 관객들을 위협한다./NEW 제공

연상호 감독은 전대미문의 재난 후 포스트 아포칼립스(SF의 하위 장르이자 세계종말을 테마로 하는 장르)를 준비했다. '부산행'의 긴박함이 열차 안에서 머물렀다면 '반도'는 폐허가 된 한반도 전체를 배경으로 한다. 지난 17일 공개된 예고편에는 인물들이 광활한 도시에서 차량 추격전을 벌이고 총을 난사하는 등 전작들에서 볼 수 없었던 커다란 스케일이 담겨 압도적인 느낌을 안겼다.

지난 16일 제작보고회에서 연 감독은 "익숙했던 한국을 폐허가 된 상태로 4년 정도 버려졌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상황들을 두고 미술팀 CG팀과 공간을 디자인해나갔다"며 '부산행'보다 더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볼거리만큼이나 캐릭터도 다채로워졌다. 좀비를 피해 폐허가 된 땅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를 일컫는 '들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결성됐으나 이성이 아니라 야만성을 택한 '631부대' 등은 '서울역'에서 폐부를 찌르던 인간의 군상들과 닮아있어 기대를 모은다.

강동원(왼쪽)은 처절한 생존자 정석으로 이정현은 들개 소속 민정으로 분한다. /NEW 제공
강동원(왼쪽)은 처절한 생존자 정석으로 이정현은 들개 소속 민정으로 분한다. /NEW 제공

'부산행'이 공유 마동석이 원동력이었다면 '반도'는 강동원 이정현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전우치' '군도: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등 매번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강동원은 처절한 생존자 정석 역에 분한다. 무기력한 정석의 내면과 처절한 액션을 소화해내는 또 다른 도전이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군함도' 등 극한의 생존본능이 돋보였던 작품들에서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왔던 이정현은 여전사 민정으로 변신해 극의 활력을 더한다.

관객들이 '반도'라는 세계 속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배급사 NEW는 오는 7월 1일부터 전작 '부산행'을 재개봉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예열한다. 4년 전 영화기 때문에 4DX, SUPER 4D, 스크린X 등 특수관을 택해 새로운 재미도 꾀했다. 아직 시사회 전이라 넘겨짚긴 어렵지만 ''부산행'의 훌륭한 시퀄"이라는 평가와 함께 올해 칸 국제 영화제에 초청된 만큼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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