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송지효'] '희로애락'에서 '로애'가 빠진다면
입력: 2020.06.10 05:00 / 수정: 2020.06.10 05:00
송지효가 서늘한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의아했다. 비록 여고괴담으로 데뷔했지만 가장 짙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SBS 예능 런닝맨에서의 통통튀는 매력이었으니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송지효가 서늘한 모습으로 돌아온다고 하니 의아했다. 비록 '여고괴담'으로 데뷔했지만 가장 짙은 인상을 남겼던 것은 SBS 예능 '런닝맨'에서의 통통튀는 매력이었으니까.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40대 여배우의 삶? 그저 행복해요"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지난 2일, 오후 1시 인터뷰라 일찍이 짐을 싸고 삼청동 슬로우파크로 향했다. 지상 1층은 파스타에 와인을 곁들이는 손님들로 분주했다. 반면 인터뷰 장소인 2층은 한산하고 또 조용했다. 와인들이 켜켜이 쌓여있고 낡아 처리가 곤란해진 문짝들이 벽을 기대고 서 있었다. 일기예보대로 하늘은 비가 쏟아질 듯 어두컴컴했다. 영화 '침입자'의 배경을 고스란히 옮겨낸 듯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였다.

송지효는 미리 취재진을 마주할 준비를 끝내고 자리에 앉아있었다. 점심시간 직 후 시작된 인터뷰였고 그는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먼저 물었다. 여섯 취재진 가운데 몇몇이 밥을 걸렀다고 말하자 "죄송합니다. 저는 밥을 먹어서"라고 수줍게 뱉었다. 천정에 달려있는 샹들리에 마저 '침입자'의 서늘한 분위기를 더했지만 그마저도 능히 이겨내는 사랑스럽고 건강한 매력의 송지효였다.

"'침입자'에서 제 모습을 많은 분들이 낯설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영화 속에 있는 것도 저라서 낯설지 않았어요(웃음). 사람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잖아요. 저 역시 어두운 면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에요. 저도 희로애락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송지효는 침입자에서 실종됐다가 25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 유진 역을 맡았다. 그의 정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자 반전 그 자체였다. /침입자 포스터
송지효는 '침입자'에서 실종됐다가 25년 만에 돌아온 여동생 유진 역을 맡았다. 그의 정체는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자 반전 그 자체였다. /'침입자' 포스터

어쩜 이렇게 에너지가 화수분처럼 솟아나나 싶을 정도였다. 한 취재진이 급한 전화 때문에 잠깐 자리를 뜨자 "어디 가세요?"라고 친근하게 묻고 그가 돌아오자 "안 계시는 동안 했던 말 다시 들려드릴까요?"라고 공손하게 상황을 살피기도 했다. 두꺼운 검은 색 맨투맨티셔츠에 흰색 모자 그리고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지만 '인간 송지효'의 매력은 감춰지지 않았다.

송지효가 주연을 맡은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는다. 유진의 정체는 영화가 꼭꼭 숨겨두고자 하는 반전 그 자체였다. 때문에 몇몇 질문에 대한 답변은 영화의 재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까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양손을 모으고 미소 짓는 모습이 진심처럼 느껴져 자꾸만 곱씹게 됐다. 때문인지 스포일러가 아닌 내용도 몇 번이고 확인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송지효의 '침입자' 관련 소회를 듣기 위한 인터뷰였지만 흐름은 '기승전 김무열'이었다. 자신의 연기에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럼에도 끝내 자신의 연기가 빛났던 것이 모두 김무열 덕분이라고 했다. 인터뷰 시작 전 받았던 취재진의 명함을 가지런히 정리해뒀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어려운 질문도 고심 끝에 어떻게든 답해보려는 배려가 묻어났다.

침입자에서 김무열(왼쪽) 송지효는 남매로서 호흡을 맞췄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훈훈한 우애를 과시하며 끝을 맺었겠지만 스릴러 장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파국을 향해 달렸다. 그 과정에서 격한 감정 연기를 주고받았고 짧지만 액션도 포함되어 있었다. /침입자 스틸컷
'침입자'에서 김무열(왼쪽) 송지효는 남매로서 호흡을 맞췄다. 보통의 작품이라면 훈훈한 우애를 과시하며 끝을 맺었겠지만 스릴러 장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은 파국을 향해 달렸다. 그 과정에서 격한 감정 연기를 주고받았고 짧지만 액션도 포함되어 있었다. /'침입자' 스틸컷

"무열 씨가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현장에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니까. 시사회에서 저도 처음으로 작품을 본 건데 무열 씨 연기가 정말 멋져 보였어요. '이 친구가 이렇게까지 디테일 하게 캐릭터를 잡았구나'하는 걸 결과물을 보니 더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조금 더 잘하고 열심히 했다면 대립관계가 더 쫄깃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81년생으로 올해 40살을 맞이했지만 송지효에게는 구김살이 없다. 20대엔 펼쳐져 있는 세상에 대한 무궁무진한 호기심으로, 30대엔 펼쳐진 세상에 대한 체험으로 그저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40대의 송지효는 그저 또 다른 재미 거리를 찾고 있기만 했다. "이런 얘기 하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40대의 제가 너무 좋아요"라며 웃는 모습이 짙게 남았다.

"점점 더 넓게 그리고 여유롭게 받아들이게 돼요. 배역을 맡는 데 있어서도 나이 제한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촬영중인 JTBC 드라마 '우리, 사랑했을까'에서는 중학생 아이를 가진 어머니 역할이에요. 어렸을 때는 못했던 건데 이제 할 수 있게 됐어요. 다양한걸 표현할 수 있는 지금이 더 즐거워요. 물론 체력적으로는 정말 힘들어요. 어제 자는 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깨기도 했거든요. 눈을 떠보니까 비가 오고 있는 거예요(웃음). 허리랑 무릎이 시큰거리는 나이가 된 거죠. 몸과 마음이 따로 가는 거 빼면 그저 행복해요."

송지효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곤 만족감을 보였다. 나이를 먹는 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다는 40대 여배우의 남다른 여유로움이 부러워졌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송지효는 지금까지의 활동을 돌아보곤 만족감을 보였다. 나이를 먹는 다는 사실이 두렵지 않다는 40대 여배우의 남다른 여유로움이 부러워졌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인터뷰를 끝내는 단골 질문인 차기작과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에 대한 답변은 모두를 폭소케 했다. 테이블 건너 편에 앉아있는 소속사 관계자의 눈치를 살폈고 "살짝 건드려도 툭 쓰러지는 청순가련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비록 '침입자'에서는 서늘한 표정을 유지하며 모두에게 긴장감을 안겼지만 현실의 그는 역시나 '런닝맨'의 통통 튀는 매력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취재진이 일어나자 그는 하나하나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넸다. "제가 말은 잘 했나요? 쓸데없는 이야기 많이 한 거 아닌가 싶어요. 영화 잘 부탁드려요"라고 말하는 데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배우 송지효 그리고 인간 송지효의 활약은 한동안 계속된다. '침입자'는 오는 4일부터 스크린에 걸리고 촬영 중인 '우리, 사랑했을까'는 오는 7월 8일 첫방송 예정이다.

tissue_hoon@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