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신현빈'] 연기 경력 10년,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배우
입력: 2020.06.08 05:00 / 수정: 2020.06.08 05:00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신현빈과 과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신현빈과 과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tvN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편집자 주>

'슬의생' 배우들과 호흡 "어떤 조합도 다 잘 맞았던 신기한 경험"

[더팩트|이진하 기자]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고?"

내가 본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이 처음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안경을 쓰고 머리를 질끈 묶었던 장겨울은 그의 일부에 불과했다. 무려 10년 동안 쌓아왔던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쳐보며 새삼 배우의 세계와 연기 내공에 대해 감탄했다.

배우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겉보기에는 무뚝뚝하지만 환자를 보살피는 일에 적극적이며 열정적인 인물 장겨울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 중 소아외과 조교수 안정원(유연석 분)을 짝사랑하면서도 크게 표현하지 않아 보는 이들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동시에 유발했다.

그에 대한 관심은 그들의 관심으로 번져갔고,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며 급기야 애칭을 만들었다. 장겨울과 안정원의 만남이 이뤄지길 바라는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이름을 합쳐 '윈터가든', '겨울정원' 등으로 부르며 애정을 지지했다.

응원의 힘이었을까. 극 중 신현빈은 끝내 사랑을 이뤘다. 드라마 상 유일하게 사랑의 결실을 맺은 커플이기도 하다. 겨울에 내리는 눈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진심이 묻어 나오는 애절한 고백으로 정원의 마음을 흔들며 두 사람은 서툰 입맞춤으로 사랑을 확인했다.

1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신현빈을 처음 만났다. 장겨울과 다른 모습의 신현빈은 트레이드 마크였던 안경과 묶은 머리를 풀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셔링이 들어간 베이지색의 셔츠를 입은 그는 긴 머리를 풀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취재진을 맞이했다.

배우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해 10년의 연기 내공을 가졌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배우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방가'로 데뷔해 10년의 연기 내공을 가졌다.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까지 종횡무진하며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드라마 엔딩에 대해 묻자 그는 "아직은 작품이 끝나지 않은 것 같고, 떠나보내기가 아쉬워요. 얼떨떨한 기분 속에 인터뷰가 진행되다 보니 아직은 작품 속에 있는 기분이에요. 주변에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기자님들이 기사도 많이 써주셔서 예전과 다르다는 느낌은 있어요"라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엔딩에 대해 많은 분들이 잘 봤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생각해도 겨울이와 정원이의 엔딩은 두 캐릭터에 적합한 것 같아요. 겨울이의 고백은 꼭 이 사람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 고백이 아니라 이 마음을 어쩔 수 없어서 쏟아져 나오는 감정이라 생각했어요. 정원이에게 부담도 주지 않는 고백이어야 했고요. 반면 정원이는 그동안 억누르던 감정이 행동으로 분출된 것 같아요. 애틋하고 그런 모습으로 잘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다섯 명의 99학번 동기들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함께하는 다양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등장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합을 맞춰 본 소감과 배우들과 궁합은 어땠을까. 또 레지던트 연기를 소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현장에 있는 모든 배우들과 잘 맞았어요. 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고, 다른 배우들도 그렇게 말해서 정말 신기했죠. 사실 그렇게 되기가 쉬운 건 아니거든요. 그리고 연석 선배와 작품 속에서는 함께하는 신이 많지 않았지만 촬영장에서는 재미있게 지냈답니다. 또 의사 연기를 위해서 사전에 병원 가서 관찰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보면서 연구를 했어요."

그는 드라마 속 겨울이의 '단벌 신사' 콘셉트를 위해 흰 티 하나, 안경 하나도 쉽게 선택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저 평범해 보였던 겨울이의 패션 아이템은 수많은 피팅 끝에 완성된 결과물이었다. 신현빈이 보여주는 '먹방'도 샌드위치를 쌓아놓고 먹어보며 연습한 덕에 완성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드라마 속 신현빈은 무뚝뚝하지만 환자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장겨울 역을 맡았다.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먹방. 연기를 위해 샌드위치를 쌓아놓고 먹는 연습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tN 제공
드라마 속 신현빈은 무뚝뚝하지만 환자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장겨울 역을 맡았다. 그의 유일한 스트레스 푸는 방법은 '먹방'. 연기를 위해 샌드위치를 쌓아놓고 먹는 연습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tN 제공

"원래 야금야금 많이 먹는 스타일이에요. 평소 잘 먹는 사람을 보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겨울이도 잘 먹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좋겠었죠. 지문 속에 '맹렬히 먹는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쌓아놓고 먹는 걸 연습했어요. 감독님은 먹는 척만 해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저는 다 먹어보고 싶어서 최대한 먹었어죠. 먹으며 대사 하는 게 어려웠지만, 아슬아슬하게 NG 없이 찍었어요."

드라마 속에서 무덤덤한 표정으로 환자의 발에 붙은 구더기를 떼어내던 그는 오디션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줬다. 당시 작가가 '벌레를 무서워하냐'고 물었는데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그 질문이 구더기 신으로 쓰일 줄 몰랐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벌레에 대해 많이 물으시는데 진짜 구더기나 CG가 아닌 '밀웜'이었어요. 만질 수 있는 정도라 어려운 것은 없었죠. 그리고 이 장면은 정원이가 겨울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부분이라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거 말고도 병동에서 환자를 위해 맨발로 뛰는 신도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제가 가장 어려웠던 건 대사 중에 '총담관낭종'을 말하면서 보호자에게 이 병을 설명하는 신이었어요. 연기보단 발음이 어려워서 안 틀릴려고 엄청 외웠더니 아직도 대사가 기억나요."

정원이와 키스신, 구더기를 무심히 떼어낸 것, 어려운 의학용어를 설명하는 장면 등에서 신현빈은 NG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완벽한 겨울이를 만들기 위해 입는 옷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노력을 듣고 있으니 신현빈은 완벽주의자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가 생각하는 신현빈은 어떤 모습일까.

"겨울이도 저의 모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해요. 완벽주의자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글쎄요 저조차도 저에 대해 온전히 다 알지 못하는 것 같아요. 주변 분들이 보는 제 모습도 제 모습이겠고, 제가 생각하는 저도 저겠죠. 그래서 작품을 할 때 캐릭터나 장르를 정한다기보단 매번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서 서고 싶어요. 안 해본 역할. 비슷한 역이라도 다르게 보여드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요."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대중들 앞에 서고 싶다고 말한 그는 작품에 장르나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앞으로도 다양한 역할로 대중들 앞에 서고 싶다고 말한 그는 작품에 장르나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최성현 스튜디오 제공

신현빈의 노력 때문일까. 실제 장겨울로 처음 얼굴을 익힌 시청자들은 그동안 출연한 작품 속 신현빈을 낯설어했다. 나 또한 '이 사람이 과연 같은 사람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질감이 있었다. 그의 출연작 중 올해 2월에 개봉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속 신현빈은 장겨울이 아닌 미란으로 완벽하게 분했다.

그는 2010년 데뷔작인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노동자이자 과부인 장미 역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그 결과 2011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영화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영화 '공조'에서 현빈의 부인 역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김준한의 부인으로 열연했다. 그래서인지 포털사이트에 신현빈을 검색하면 '남편'이란 연관검색어가 나온다.

"아마도 누군가의 부인 역할을 많이 해서 그런 검색어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리고 작품 속에서 중간에 죽는 역을 많이 맡았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사랑까지 이루게 돼 기뻐요. 또 이번 '슬의생'에서 함께한 배우들 중에 이전에 다른 작품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있었어요. 신경외과 안치홍을 연기한 김준한 배우와 한 번은 연인, 한 번은 부부로 호흡을 맞추기도 했고, 그 외에도 한두 번씩 작품에서 만난 분들이 있어서 반갑고 좋았어요."

10년의 연기 내공에도 매번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는 신현빈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1의 마침표를 찍고 당분간 휴식기에 들어갈 예정이다. 수줍은 듯 무뚝뚝한 겨울이와 정원이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카멜레온 같은 그가 보여줄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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