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깡', 김응수의 곽철용 대사, 김영철의 김두한 대사, 블랙핑크 리사의 합성 밈(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까지 다양한 밈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
'밈(MEME)'은 온라인에서의 놀이문화였다. 별다른 의미가 없이 주고 받는 시시한 장난 같은 것이어서 오프라인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 기세가 심상치 않다. '야인시대' 김영철과 '타짜' 김응수에게 예상치 못한 전성기를 안겨주고 비의 실패곡 '깡'을 재조명한다. 37살의 무명래퍼 염따마저 주류광고 모델로 만드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오프라인으로 저변을 넓힌 밈은 이제 남다른 파급력을 가진 하나의 문화현상이다.<편집자 주>
오프라인까지 넘보는 온라인 영향력
[더팩트|이진하 기자] '밈(meme)' 현상은 과거 온라인에서 짤이나 사진의 형태로 유행하던 것이 영상 매체의 발달과 함께 콘텐츠로써 힘을 가지며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2017년 가수 비가 발표한 신곡 '깡'은 다소 촌스러운 가사와 과격한 퍼포먼스로 흥행에 실패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그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29일 기준 1152만 뷰를 넘어섰고, 조롱하는 듯한 댓글은 현재까지 꾸준히 게재되면서 11만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은 영상보다 댓글을 보러 왔다는 코멘트를 남기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댓글을 재편집해 새로운 영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또 비의 안무를 따라 하는 이들도 생겨나면서 유튜브에 '깡'을 검색하면 일반인들의 커버 영상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깡'의 인기는 비를 지상파로 이끌었다. 그는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42회에 출연해 "1일 1깡을 넘어 7깡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누리꾼들의 조롱 섞인 댓글을 쿨하게 받아쳐 대인배의 면모를 보여줬다.
올해 초에는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도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 등 각종 SNS에 게재되면서 밈 열풍의 중심에 섰다. 이 챌린지는 지코가 동료 화사와 함께 자신의 노래인 '아무 노래'에 맞춰 익살스러운 안무를 선보인 것인데, 온라인상에 따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노래도 함께 흥행했다.
김영철은 과거 SBS '야인시대'에서 장년 김두한 역을 맡아 '사딸라'라는 유행어를 만들고 이후 패스트푸드 광고 촬영까지 했다. 김응수도 영화 '타짜' 속 곽철용 대사로 김영철의 바톤을 이어받아 패스트푸드에서 광고를 찍게 됐다. 사진은 김영철이 '야인시대' 출연하던 모습과 광고 촬영 모습, 김응수가 광고로 출연한 모습, 영화 '타짜' 속 김응수가 곽철용으로 분한 모습.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유튜브 영상 캡처 |
2002년 7월부터 2003년 9월까지 방영했던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영철은 장년 김두한 역을 맡아 협상의 대가로 열연을 펼쳤다. 극 중 외국인과 협상 테이블에 앉은 김영철은 초지일관 "사딸라"를 외쳤고, 온라인 상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게됐다.
이후 2019년 김영철은 버거킹의 새 모델로 발탁됐다. 버거킹 측은 새 메뉴에 대한 인지도 구축을 위해 김영철을 내세워 그의 유행어 '사딸라'와 '오케이'란 대사를 광고에 삽입해 큰 인기를 얻었다. 그 결과 2019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 선정되는 영광을 얻게 됐다.
2006년에 개봉해 5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던 영화 '타짜' 속 인물은 온라인에서 다양하게 소비되고 있었다. 특히 '타짜'의 후속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누리꾼들은 원조 '타짜'를 그리워하며 유머 짤 생성이 더욱 많아지기도 했다.
실제 지난해 9월 '타짜'의 세 번째 작품인 '타짜 : 원 아이드 잭'가 개봉하자 SNS에는 극 중 인물들이 다시 회자됐다. 그중 곽철용의 대사 "묻고 더블로 가"는 다양한 곳에서 밈으로 활용됐다. 이후 유통업계는 곽철용 이미지를 광고에 삽입하기 위해 김응수 섭외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김응수는 다양한 광고에 출연하며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해외에서는 그룹 블랙핑크 리사의 퍼포먼스 장면을 밈 챌린지로 재탄생시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고 있다. 해외 스타는 물론 넷플릭스와 폭스의 공식 계정을 통해 애니메이션 이미지와 합성하며 챌린지에 참여하며 유명세를 이어가고 있다.
블랙핑크의 멤버 리사는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LILI's FILM #3 - LISA Dance Performance Video' 영상 속 한 장면을 공개했다. 이후 해외에서 리사의 다리와 합성하는 사진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에는 영국 출신 배우 제임스 코든과 미국 가수 겸 배우 돌리 파튼이 챌린지에 참여하기도 했다. /리사 유튜브 영상 캡처·Dolly Parton과 James Corden의 SNS |
챌린지가 된 리사의 사진은 지난 4월 20일 개인 유튜브 채널인 '리리필름'에 공개한 'LILI's FILM #3 - LISA Dance Performance Video' 영상 속 한 장면이다. 영상 속 리사는 블랙&화이트 의상에 긴 다리가 돋보이는 블랙 롱부츠를 신고 퀸&블랙(QUIN&6LACK)의 '머시룸 초콜릿' 음악에 맞춰 매력적인 춤을 선보였다. 이 영상을 공개 3일 만에 1000만 뷰를 돌파하고 27일까지 2400만 뷰를 돌파했다.
밈 현상은 왜 생겨난 것일까.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밈이란 이름을 붙여서 새롭게 보이는 것 같지만 과거부터 온라인에서 UCC나 짤로 소비되었던 것들"이라며 "과거에는 온라인 영역에서 끝났지만 지금은 오프라인으로 올라와 메인에 서는 힘까지 가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와 달리 사진과 영상을 자유롭게 찍고 편집할 수 있는 환경 덕분에 대중들은 콘텐츠를 소비만 하던 것에서 나아가 능동적인 소비자로서 직접 생산자가 된 것"이라며 "그중 대중문화콘텐츠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최근 유행하는 '덕분에 챌린지'와 과거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긍정적인 밈으로 볼 수 있다"며 "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재미있게 소비되는 콘텐츠 중에 대중이 그것을 소비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긍정의 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부정적인 부분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정인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것이 확산되면 당사자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되기 때문"이라며 이런 점에 유의하며 밈을 즐겨야 한다고 당부의 말도 덧붙였다.
jh311@tf.co.kr
[연예기획팀|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