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침입자', '코로나 쇼크' 속 상업영화의 신호탄
입력: 2020.05.29 05:00 / 수정: 2020.05.29 05:00
송원평 감독의 침입자가 코로나19로 시작된 신작 가뭄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 누구보다 코로나19에 몸살을 앓았던 손 감독이었기에 개봉을 앞둔 시사회에서는 남다른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이덕인 기자
송원평 감독의 '침입자'가 코로나19로 시작된 신작 가뭄의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 누구보다 코로나19에 몸살을 앓았던 손 감독이었기에 개봉을 앞둔 시사회에서는 남다른 결의를 엿볼 수 있었다. /이덕인 기자

김무열 "삶과 일터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다들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표정이 안 보이네요. 어떻게 보셨을지 궁금한 마음이에요. 부디 관객들이 많이 올 수 있게 잘 부탁드립니다."

송원평 감독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침입자'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행사 말미 이와 같이 밝혔다. 작품의 성패는 시사회가 끝난 후 취재진의 표정을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지만 그마저도 알 수 없는 것이 요즘의 영화계다.

'침입자'는 실종됐던 동생 유진(송지효 분)이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뒤 가족들이 조금씩 변해가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오빠 서진(김무열 분)이 비밀을 쫓다 충격적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과정을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다. 스릴러 장르에서 꾸준히 활약해왔던 김무열, 데뷔작 '여고괴담 3 – 여우계단' 이후 오랜만에 서늘한 표정으로 돌아온 송지효라는 조합은 관객의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침입자에서 김무열(왼쪽)은 오빠 서진으로, 송지효는 그의 동생 유진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덕인 기자
'침입자'에서 김무열(왼쪽)은 오빠 서진으로, 송지효는 그의 동생 유진 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취재진 앞에 섰다는 사실만으로 "감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덕인 기자

하지만 작품은 이러한 기대를 배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와 얽히고설킨 악연으로 몸살을 앓았다. 3월 개봉을 목표로 마케팅과 제작보고회를 개최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정을 대폭 수정했다. 이후 5월로 다시 가닥을 잡았으나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여파로 두 번째 개봉을 결정했고 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6월 4일 관객들을 만난다.

작품 공개가 차일피일 미뤄지며 주연을 맡은 송지효와 김무열 역시 남모를 속앓이를 했던 모양이다. 이날 송지효는 "'침입자'가 여기 오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긴장되고 떨렸는데 이제 행복하다"고, 김무열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많은 분들에게 인사 드리게 돼서 감격스럽다"고 그 동안의 소회를 털어놓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침입자'는 이미 올해 초 마케팅 콘텐츠 일부를 선보였다. 한 차례 화제몰이를 했지만 개봉이 미뤄지며 작품에 대한 관객의 흥미는 다소 식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관객들의 발길은 끊겼고 손익을 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배급사들도 작품 공개를 미루자 '신작 가뭄'이 찾아왔다.

초미의 관심사(왼쪽)와 아홉스님이 지난 27일 나란히 개봉하며 신작 가뭄을 달랬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다양성 영화였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초미의 관심사 아홉스님 포스터
'초미의 관심사'(왼쪽)와 '아홉스님'이 지난 27일 나란히 개봉하며 신작 가뭄을 달랬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다양성 영화였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초미의 관심사' '아홉스님' 포스터

그 빈자리를 꿰찼던 것은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추억의 작품 그리고 '확장판' 혹은 '감독판'이라는 부제를 달고 내용을 추가해 스크린에 걸린 명작들이었다. 이런 고초 끝에 영화계는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27일 김은영(가수 활동명 치타) 조민수 주연의 '초미의 관심사'와 스님들의 수행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아홉 스님'이 개봉했다.

'초미의 관심사'와 '아홉 스님'이 신작 가뭄을 달래줬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예산으로 제작된 다양성 영화이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침입자'는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 끝에 개봉하는 2020년 하반기 첫 상업영화다. 때문인지 송원평 감독은 그저 작품 흥행이 아닌 앞으로 스크린에 걸리게 될 상업 영화들의 좋은 선례가 되기를 희망했다.

송 감독은 "제작진의 한 명으로서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마조마하기도 하다. 앞으로 상업 영화가 하나씩 개봉될 거다. 관객들도 극장이라는 환상의 공간에 못 온지 오래됐다. 다시 관객들이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영화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한다"고 밝혔다.

'침입자'를 그저 수많은 영화 가운데 하나로 봐주길 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의미를 내포하게 됐다. 작품에는 종교 관련 내용이 담겼고 특정 종교에서 코로나19 슈퍼 전파자가 나와 국민의 공분을 샀던 사건과 겹쳐지기도 했다. 손 감독은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고 "종교관련 문제가 늘 주변에 있어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라면서도 "종교 소재를 재미로 이용한 것 아니었다"고 해명해야 했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혔지만 침입자는 코로나19 쇼크 이후 가장 먼저 개봉되는 상업영화라는 데 가장 큰 무게가 실린다. /침입자 포스터
여러 이해관계가 얽혔지만 '침입자'는 코로나19 쇼크 이후 가장 먼저 개봉되는 상업영화라는 데 가장 큰 무게가 실린다. /'침입자' 포스터

코로나19 이후 영화사들은 관객들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띄어 앉기 등과 같은 방편을 마련했다. 이는 이날 취재 현장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시사회 좌석을 배치 받기 전 온도를 체크했고 모든 좌석의 옆 자리는 비워뒀으며 행사 진행 팀은 끊임 없이 마스크 착용을 권장했다. 옆 좌석 비워두기 때문에 자리가 부족해 시사가 동시에 두 곳에서 진행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움에도 이날 참석한 세 사람은 즐거운 표정이었다. 김무열은 "인사 드릴 수 있어 감격스럽다. 한 좌석 씩 떨어져 앉은 모습이 인상 깊다. 우리 또한 우리의 일터와 삶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송지효는 "시사회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침입자'가 활력이 됐으면 한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한편, '침입자'는 오는 6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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