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종영 D-DAY①] 목요일의 마법, '슬의생'의 퇴장
입력: 2020.05.28 05:00 / 수정: 2020.05.28 05:00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tvN 제공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최종회를 앞두고 있다. /tvN 제공

조정석·전미도·김준한'…그 삼각 관계의 끝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병원은 새 생명이 탄생하고 누군가는 눈을 감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축소판 율제병원에는 몇 가지 조미료가 곁들여져 자꾸만 마음이 간다. 매력적인 면면 덕분에 그 속이 궁금해지는 캐릭터, 그 캐릭터들이 열창하는 추억의 노래, 삶의 문턱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사연까지. '슬의생'은 매주 목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든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의 마법이다.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슬의생')'은 이익준(조정석 분)과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라는 의대 동기 다섯 사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율제병원에서의 이야기를 담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까지 연달아 히트시킨 이우정 작가와 신원호 PD의 신작이었다. 때문에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tvN 상반기 최대 기대작이기도 했다.

'슬의생'은 첫 회부터 몰아치는 전개로 시청자를 압도하지 않았다. 똑 부러지는 면모의 신경외과 채송화, 사회성 없는 산부인과 양석형, '사탄'으로 통하는 까칠한 흉부외과 김준완, 천사 같은 마음씨를 지닌 소아외과 안정원,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인싸' 간담췌외과 이익준 등을 그저 천천히 차례로 소개했다.

유연석 정경호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왼쪽부터)는 99학번 의대 동기 99즈로 슬의생을 이끌어나갔다. /tvN 제공
유연석 정경호 조정석 김대명 전미도(왼쪽부터)는 99학번 의대 동기 99즈로 '슬의생'을 이끌어나갔다. /tvN 제공

이러한 소개와 함께 율제병원 원장이 죽음을 맞이하며 평화로운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 했지만 이 역시 힘이 빠졌다. 숨막히는 병원 경영권 쟁탈전이 펼쳐질 기존 드라마와는 궤를 달리한다. 원장의 아들은 안정원이었고 재단 이사장 주종수(김갑수 분)에게 모든 권한을 물려줬다. 대신 VIP병동에서 발생하는 수익만과 의료진 관리권한만 가져갔다. VIP병동이라는 매개체로 의대 다섯 동기가 뭉칠 수 있도록 만드는 하나의 사건일 뿐이었다. 이 외에도 이익준의 이혼, 부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온 이익순(곽선영 분) 등도 그저 한 회가 끝나면 어떻게든 상황은 마무리되어 있다. '갈등'이 주는 재미가 아닌 '호흡'에서 오는 재미에만 무게를 두는 '슬의생'이었다.

신 PD가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작가들이 공부와 취재를 많이 했다. 드라마가 끝나고 개업시켜주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밝혔을 만큼 '슬의생'은 완성도 높은 의학 드라마에 초점을 뒀다. 현직 의사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는 쓴소리가 따르는 의학 드라마의 꼬리표는 '슬의생'에 없었다. 다섯 주인공은 작가들의 촘촘한 취재를 배경으로 각 분야의 전문의가 되어 활약했다. 그리고 그 활약에는 철부지 미혼모, 간을 이식해준 남편의 외도에 실의에 빠진 중년, 퇴원 후 교통사고를 당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다시 돌아온 가장 등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환자들도 함께했다. 디테일이 좋으니 몰입감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현실감 넘치는 환자들의 죽음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슬의생은 다섯 친구들의 밴드 활동으로 새로운 재미를 꾀했다. 시청자들은 그에 뜨겁게 호응했고 조정석의 아로하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tvN 제공
'슬의생'은 다섯 친구들의 밴드 활동으로 새로운 재미를 꾀했다. 시청자들은 그에 뜨겁게 호응했고 조정석의 '아로하'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tvN 제공

병원 문을 나선 후 펼쳐지는 다섯 멤버들의 일탈은 '슬의생'의 일탈이기도 했다. 그들은 밴드 '99즈'를 결성해 방송마다 합주를 펼쳤다. '밤이 깊었네'와 '캐논'은 미도와 파라솔이라는 위트 넘치는 팀명과 함께 OST로 발매됐고 팬들의 호응을 얻었다. 3회 분에서 이익준이 멤버들과 노래방에서 함께 열창했던 쿨의 '아로하' 리메이크 버전, 음치 역할의 전미도가 가창을 맡은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등은 음원차트 최상위권에서 굳건한 인기를 과시 중이다. 이 외에도 규현 '화려하지 않은 고백', 어반자카파 '그대 고운 내사랑', 휘인 '내 눈물 모아', 권진아 'Lonely Night(론리 나잇)' 등도 모두 100위권 안에 차트인 했다. 매주 목요일 밤마다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슬의생'은 브라운관을 넘어선 일탈로 음원차트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슬의생'은 '배경과 직업만 다를 뿐 결국 로맨스로 귀결된다'는 한국 드라마를 향한 비아냥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지만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생사를 넘나드는 병원에서의 이야기와 캐릭터들의 로맨스는 적절히 버무려져 있다. 장겨울(신현빈 분)의 안정원을 향한 애정은 귀엽고 김준완 이익순의 비밀 연애는 흐뭇한 미소를 안길 뿐이다. 이익준 채송아 안치홍(김준한 분)의 삼각관계는 더 이상 환자의 죽음을 마주하기 싫은 시청자들을 후반부까지 견인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슬의생의 후반부는 이익준 채송아 안치홍가 견인 중이다. /슬의생 캡처
'슬의생'의 후반부는 이익준 채송아 안치홍가 견인 중이다. /'슬의생' 캡처

한 관계자는 <더팩트>에 "코로나19 여파 때문에 잠깐 촬영을 쉴 수밖에 없었다. 후반부는 병원에서 촬영이 불가능해 말하기 힘든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도 작품이 사랑 받아 뿌듯하다"고 밝혔다. 악조건 속에서도 작품은 어떻게든 촬영을 끝냈고 신원호 이우정의 마법은 또 시청자를 매료시켰다. 이제 '슬의생'은 오는 29일 오후 9시 마지막 회라는 단 한가지 숙제만 남겨뒀다. 다들 '슬의생'이 '응답하라 1988'처럼 시청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러브라인으로 마침표가 찍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흐지부지 끝이 나더라도 시즌2가 있긴 하지만 그걸 참고 기다리는 건 애청자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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