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3년 숙성' 마친 비의 '깡'
입력: 2020.05.25 05:00 / 수정: 2020.05.25 05:00
비의 놀면 뭐하니? 출연이야말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깡이었다. /깡 뮤직비디오 캡처
비의 '놀면 뭐하니?' 출연이야말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진정한 '깡'이었다. /'깡' 뮤직비디오 캡처

비난여론 뒤 찾아온 나 '비' 효과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예 다시 돌아왔지 내 이름 레인(Rain) 스웩(Swag)을 뽐내 후!" "수많은 영화제 관계자 날 못 잡아 안달이 나셨지 귀찮아 죽겠네" "콜 미(call me) 나쁜 오빠 무대를 다시 한번 적시지 레인이펙트 나 비 효과". 자기애 가득한 가사에 뒤따른 것은 찬사가 아닌 비아냥이었다. 여기에 150억을 투입한 '대작' 영화도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다. 부를 이야기하면 부가 따르고, 인기를 이야기하면 인기가 따른다는 '스웨그'의 완벽한 배반이었다. 하지만 비는 다시 도약한다. 비난의 화살을 묵묵히 감내하고 때를 기다려 정면으로 반박할 줄 아는 여유로 말이다.

앞서 언급한 가사는 비가 지난 2017년 12월 발매한 새 EP 'MY LIFE愛(마이 라이프애)'에 담긴 타이틀곡 '깡'의 일부다. 배우 김태희와 결혼 후 데뷔 15주년에 발표한 신보인 만큼 당시 비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그는 타이틀곡 '깡'에 대해 "심사숙고를 많이 했다. 나 같지 않은 곡을 써달라고 했다. 내가 쓰면 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노래는 길이 소속돼 있는 프로듀싱 팀 매직 맨션(Magic Mansion)이 작업했으며 비도 작사에 참여해 자신만의 '스웨그'를 펼쳤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안정보다는 도전을 택하고 싶었다"고 밝힌 비였지만 대중은 성적에 시선을 뒀다. '깡'은 음원차트 상위권에 드는 데 실패했고 비는 가사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게 됐다.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직트 더 유닛'에서 출연진의 멘토로서의 활약과 신보 발매가 겹쳐지자 비난은 더욱 거셌다. 허세 가득한 노래로 대중의 기호를 읽지 못한 뮤지션의 멘토링은 설득력을 잃었다.

비는 자전차왕 엄복동 시사회 후 SNS에 심경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역시 놀림거리가 됐다. /더팩트DB, 비 SNS 캡처
비는 '자전차왕 엄복동' 시사회 후 SNS에 심경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 역시 놀림거리가 됐다. /더팩트DB, 비 SNS 캡처

설상가상으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 처참한 성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자 비의 이미지는 곤두박질쳤다. 언론 시사회 직후 "술 한 잔 마셨습니다. 영화가 잘 안 돼도 좋습니다. 하지만 엄복동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라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적은 진심 어린 글도 이 비난 여론을 막지 못했다. 영화는 관객수 17만에 그쳤다. 누리꾼들은 '1UBD(엄복동의 약어)는 17만'이라는 신조 단위를 만들어 끊임없이 비를 조롱했다. 이 신조 단위를 손쉽게 바꿔주는 'UBD 계산기'라는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했고 통계청 유튜브 담당자는 "5월 1일 10시 기준 비 '깡' 오피셜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685만9592회, 3만9831UBD"라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비가 그 비난을 묵묵히 버텨내는 사이 신조단위 UBD와 매일 '깡'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는 행위 '1일 1깡'은 온라인에서의 놀이 문화인 '밈(meme)'으로 자리 잡았다. SBS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김두한 역할을 맡았던 김영철, 영화 '타짜'의 곽철용 역을 맡았던 김응수가 걸었던 길이었다. 김영철 김응수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온라인에서 전성기를 맞이했고 각종 CF 섭외와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그 인기를 누렸다. UBD와 '1일 1깡'은 당시의 비에게는 굴욕이었을지언정 그만큼이나 많은 화제성이 뒤따르는 차세대 '밈'이었다.

비는 3년간 숙성된 '깡'을 들고 지난 16일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했다. 혼성그룹 멤버 찾기에 나선 유재석이 조심스레 '깡'을 언급하자 "너무 서운하다. 아침 먹고 깡, 점심 먹고 깡, 저녁 먹고 깡, 하루 3깡 정도는 해야 한다"는 너스레로 응수했다. 이어 솔로 데뷔곡 '나쁜남자'를 시작으로 선글라스를 이용한 퍼포먼스가 인상적인 '태양을 피하는 방법' 최근 활동곡인 '깡'을 차례로 선보였다.

그동안 놀림거리로 입에 오른 비였지만 놀면 뭐하니?에서의 춤을 추는 순간은 월드스타 시절 그대로였다. /놀면 뭐하니? 캡처
그동안 놀림거리로 입에 오른 비였지만 '놀면 뭐하니?'에서의 춤을 추는 순간은 월드스타 시절 그대로였다. /'놀면 뭐하니?' 캡처

온라인에서 놀림거리였던 비였지만 '놀면 뭐하니?'에서 무대를 펼치는 그 순간만큼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월드스타 그대로였다. 이제는 희미해졌지만 비는 절정의 인기를 누리면서도 '열정' '성실'의 아이콘이었다. 가수 출신임에도 이례적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 '닌자 어쎄신'의 주연을 맡았고 2006년에는 아시아 연예인 최초로 '타임 100'에 선정되며 남다른 영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활동들이 연달아 실패했을 지라도 비는 사람들의 비난을 뒤로하고 꾸준히 정진했다.

방송 후 비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고 밈을 모르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회자됐다. 녹슬지 않은 춤 실력과 탄탄한 근육에 그의 유튜브 채널로 사람들은 몰려들었다. '깡' 뮤직비디오는 또 다시 인기다. 스페이스 오디티가 운영하는 팬덤 연구소 '케이팝 레이더'에 따르면 일간 뮤직비디오 조회수 차트에서 161위였던 '깡'은 '놀면 뭐하니?' 방영 직후인 17일 하루 동안 조회수 47만6330회를 기록했다. 순위 역시 5일 만에 145계단이라는 가파른 상승세로 16위였다. 여기에 제과업계가 이름 끝에 '깡'이 들어가는 제품들을 모아 '1일 N깡'하라며 홍보에 나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깡 뮤직비디오는 비의 방송 출연 후 유튜브에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방송 당일인 17일 하루 동안 조회수 47만6330회를 기록했다.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깡' 뮤직비디오는 비의 방송 출연 후 유튜브에서 역주행에 성공했다. 방송 당일인 17일 하루 동안 조회수 47만6330회를 기록했다. /스페이스오디티 제공

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써브라임 아티스트 에이전시 관계자는 <더팩트>에 "비의 '놀면 뭐하니?' 출연 후 이와 관련해 인터뷰와 멘트 요청이 많이 들오고 있다"고 밝혔다. 3년간 잘 숙성된 '깡'은 비에게 또 다른 전성기를 안겨줬다. 이제부터는 비의 선택이다. '깡'을 내세우며 김영철 김응수처럼 '밈'과 함께하는 유쾌한 인기를 누릴 수도 '자천자왕 엄복동'의 설욕을 씻고 배우로서의 도약을 꾀해볼 수 있다. '깡'이 일으킨 참으로 기묘한 나 '비'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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