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혜영 "'싱글벙글쇼' 33년 여정 끝, 새 삶 시작이죠"
입력: 2020.05.10 16:48 / 수정: 2020.05.10 16:48
방송인 김혜영이 싱글벙글쇼의 마이크를 내려놨다. 33년간 애청자들과 함께 웃었던 그는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덕인 기자
방송인 김혜영이 '싱글벙글쇼'의 마이크를 내려놨다. 33년간 애청자들과 함께 웃었던 그는 '인생 2막'을 준비한다. /이덕인 기자

'33년 개근상' 안고 인생 2막 시작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라디오는 유독 청취자와 진행자 사이의 유대가 끈끈하다. 편안한 목소리로 어김 없이 제 시간에 맞춰 다양한 이야기와 노래를 들려주는 연속성 때문일 터다. 33년간 진행을 맡았던 DJ와 애청자 사이의 유대는 어떨까. 방송인 김혜영과 '싱글벙글쇼'의 팬들은 동고동락했던 오랜 친구를 먼 곳으로 떠나 보내는 기분일 것이다.

김혜영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본사 가든 스튜디오에서 열린 마지막 방송을 끝으로 '싱글벙글쇼'의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1987년 '싱글벙글쇼'에 합류해 강석과 함께 33년 동안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던 그는 33년 만에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더팩트>와 인터뷰에 임했다. "내가 가져가는 선물은 청취자 여러분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라는 마지막 인사에 눈시울을 붉혔던 청취자들도 곁에 머물며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저는 진짜 지금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겠어요(웃음). 3일간 밥을 평소보다 덜 먹었어요. 다이어트가 아니라 밥이 잘 안 넘어가서 그랬어요. 며칠간 웃고 울고를 반복했어요. 지금 돌아보니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남지 않아요."

김혜영은 싱글벙글쇼 마지막 방송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덕인 기자
김혜영은 '싱글벙글쇼' 마지막 방송 도중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덕인 기자

김혜영의 삶은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이하 '싱글벙글쇼')'와 함께했다. 1987년 이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던 당시 그의 나이는 26살이었다. 이후 1988년 결혼했고 두 딸의 어머니가 됐으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59살 40년 경력의 방송인이 돼 있었다.

"문득문득 슬퍼지긴 했어요. 사람이 잠들기 전에 누워서 생각을 정리하잖아요. '어제는 어땠고 오늘은 어땠나. 내일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면서요. 그러면 또 눈물이 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눈이 부어있고(웃음) 저도 강석 씨도 눈이 부어있는 상태에서 마지막 주를 마무리 했어요."

10일 방송 시작에 앞서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싱글벙글쇼' 마지막 게스트인 가수 현숙과 마주하자마자 그 다짐은 무너졌다. 말 한마디도 주고 받지 않고 함께 눈물을 쏟은 두 사람은 "우선 우리 방송 전까지 말하지 말자" "더는 울지 말자"고 약속하고 눈물을 삼켰다.

강석 김혜영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며 웃픈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덕인 기자
강석 김혜영은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며 '웃픈'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덕인 기자

"이용식 선배가 사연을 써서 줬어요. 본인이 19년간 '뽀뽀뽀'를 진행하다가 그만 둘 때의 상황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정말 크게 다가왔어요. 같은 아픔을 겪고 같은 상황이 되어서 보면 위로가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지금으로서는 가장 고맙고 위로가 됐던 분이에요."

마지막 방송은 가든 스튜디오에서 청취자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인터뷰는 그 현장에서 진행됐다. 이야기를 주고 받는 동안 애청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 김혜영은 길을 지나가던 강석과 현숙을 불러 세우기도 했다. 촬영마다 두 사람은 화사한 미소로 화답했지만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는 '웃픈' 농담도 함께했다.

"저나 강석 씨나 좀 특이했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남들처럼 똑같이 생각하면서 가끔은 쉬어 가면서 일할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아마 책임감 때문일 것 같아요. 좀 약간 둔했던 것도 같고요(웃음)."

김혜영은 '싱글벙글쇼'를 33년 동안 한 차례도 빼놓지 않고 진행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988년 결혼식 당일에는 웨딩드레스 차림으로 방송을 마치고 식장으로 달려가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여행 한번 마음 편히 떠난 적이 없었다"는 그는 이제 '싱글벙글쇼' 33년 개근상을 품에 안고 '인간 김혜영'으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김혜영은 마지막 게스트로 출연한 현숙과 함께 애청자의 사진 요청에 임하기도 했다. /이덕인 기자
김혜영은 마지막 게스트로 출연한 현숙과 함께 애청자의 사진 요청에 임하기도 했다. /이덕인 기자

"이제 새 삶을 살아야죠. 아무래도 '싱글벙글쇼'를 하면서 아이들이나 남편한테 자주 미안했어요. 저는 언제나 일이 우선이었으니까요. 엄마다운 역할 아내다운 역할을 다하지 못했어요. 이제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그 역할을 해보려고 해요. 그동안 만들지 못했던 추억을 같이 만들어 봐야죠."

김혜영은 강석과 함께 성대모사와 풍자에 대한 탁월한 능력을 바탕으로 '시사 콩트 라디오'의 전성기를 함께 누렸다. 그리고 애청자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33년 여정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이제 그의 마음에 자리잡은 것은 아쉬움을 훌훌 떨고 떠날 새로운 여정에 대한 남다른 각오였다.

"엄마로서의 삶과 방송인으로서의 삶을 병행해야죠. KBS1 '아침마당'을 하고 있고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내레이션을 맡고 있으니 우선 그 두 가지로 만족해보려고 해요. 그 다음은 천천히 생각해볼 생각이에요. 부족했던 저를 33년간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 드릴게요."

한편 '싱글벙글쇼'는 오는 11일부터는 캔 배기성과 허일후 아나운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새로운 포맷으로 매일 오후 12시 10분 청취자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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