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함께 해줘 감사했다" 눈물 [더팩트ㅣ이덕인 기자] MBC 표준FM '싱글벙글쇼'를 33년간 진행한 강석과 김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가든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방송을 마쳤다. /이덕인 기자 |
"33년간 함께 해줘 감사했다" 눈물
[더팩트 | 유지훈 기자] 33년 동안 호흡을 맞췄던 '싱글벙글쇼'의 터줏대감 강석 김혜영 콤비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함께 울고 웃었던 애청자들은 두 사람을 떠나 보내는 아쉬움에 상암으로 향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본사 가든 스튜디오에서는 MBC 표준FM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이하 '싱글벙글쇼')' 특별 생방송이 진행됐다. 각각 36년, 33년간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던 강석 김혜영과 더불어 작가 박경덕 가수 노사연 현숙 유현상 방송인 조영구 등이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싱글벙글쇼'는 일요일 방송의 경우 사전 녹음을 해왔지만 이날 방송은 강석 김혜영의 마지막 진행인 만큼 특별히 생방송으로 꾸며졌다. 또한 가든 스튜디오에서 진행돼 그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팬들이 직접 현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MBC 표준FM '싱글벙글쇼'를 33년간 진행한 강석과 김혜영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가든 스튜디오에서 마지막 방송을 한 가운데 애청자들이 공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이덕인 기자 |
현장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신혼부부, 50대 중년, 백발의 노부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팬이 됐다"는 20대 등 '싱글벙글 쇼'와 함께 울고 웃었던 20여 명의 애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가든 스튜디오 내부는 폐쇄됐음에도 팬들은 멀찍이서 마지막 방송 현장을 지켜봤다.
한 50대 여성 청취자는 "제목 그대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나를 '싱글벙글'하게 해줬다. 내가 결혼했을 때부터 애청했다"며 "100세 시대다. 두 사람 다 잘하고 있으니 90살까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정말 아쉽다. 마지막 방송을 직접 보기 위해 열일 제쳐두고 나왔다. 이렇게 끝난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남편과 함께 '싱글벙글쇼'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외출에 나선 40대 김현정 씨는 "33년의 마지막 방송이다. 진행자도 우리도 힘든 순간"이라며 "많이 아쉽다. 33년이라는 게 모든 사람의 인생에 있어 1/3이다. 배우자처럼 반평생을 같이 살아온 방송이다. 나도 남편도 섭섭하다. 작별이 아쉽지만 그동안 고생했을 두 사람을 생각하니 기분 좋게 보내주고 싶다"고 밝혔다.
강석 김혜영이 꾸미는 이날의 마지막 '싱글벙글쇼'는 이렇다 할 큐시트도 구성도 없이 즉흥적으로 꾸며졌다. 사연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것들이었으며 2시간 방송의 재미를 더할 노래는 작가와 PD의 선곡 없이 청취자의 신청곡만으로 선정됐다.
강석은 장미여관의 '퇴근하겠습니다'를 선곡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덕인 기자 |
한 애청자는 강석 김혜영이 불렀고 김흥국의 앨범에 실린 특별한 사연이 있는 노래 '꿈에 본 당신'을 신청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 노래 역시 라디오로 인연을 맺은 김흥국의 요청으로 녹음하게 됐던 추억을 공유하며 33년 세월을 돌아봤다.
강석 김혜영은 '싱글벙글쇼'를 진행하며 프로그램에 대한 과한 애정으로 티격태격했던 에피소드와 더불어 사소한 다툼에도 매일 있는 녹음 때문에 금새 화해할 수밖에 없던 나날들, 여의도로 출근하던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 차가 막혀 생방송에 늦을 뻔 했던 아찔한 순간 등을 이야기하며 청취자들과 추억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눈물을 꾹 참아왔던 김혜영이었지만 방송 끄트머리의 마지막 인사에서 결국 눈물을 쏟았다. 김혜영은 "힘들고 슬프고 외로울 때. 친구처럼 엄마처럼 언니처럼 편안하게 나를 웃게 만들어주셨다. 내가 가져가는 마지막 선물은 여러분의 밝은 미소와 따뜻한 마음"이라며 "다시 한번 긴 시간 함께해줘서 감사하다. 다들 건강하게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쏟았다.
'싱글벙글쇼'를 33년간 진행한 김혜영이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애청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
이어 강석은 "함께해준 청취자들이 행복했다는 사실을 위안 삼겠다. 마지막 방송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하다. 우리는 이제 퇴근하겠다"는 말과 함께 청취자 그리고 김혜영과 함께한 33년 여정을 끝 맺었다.
온에어 불이 꺼지자 출연진은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포옹했다. 이후 마지막 녹음 현장을 끝까지 지켜봐 준 창문 너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고 이를 지켜본 팬들 역시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또 강석 김혜영은 현장에 찾아와준 팬들과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한편 '싱글벙글쇼'는 오는 11일부터는 캔 배기성과 허일후 아나운서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새로운 포맷으로 매일 오후 12시 10분 청취자들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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