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인간수업' 김동희, 넷플릭스 '소악마'의 탄생
입력: 2020.05.11 05:00 / 수정: 2020.05.11 05:00
배우 김동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인간수업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동희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인간수업'으로 돌아왔다. /넷플릭스 제공

"범죄 미화? 소년범 관심에 가지길 원했을 뿐"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웹드라마 '에이틴'의 모범생 하민으로 시작해 JTBC 드라마 'SKY 캐슬'의 우유부단한 차서준 '이태원 클라쓰'의 욕심 없는 장근수까지. 옛말로 표현하자면 김동희는 교복을 입고 열연을 펼치는 하이틴스타다. 만 20살이 된 그가 다시 교복을 입고 등장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충격적인 이야기를 안고 말이다.

김동희는 지난 4월 2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에서 주인공 오지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지수는 학교에서 존재감 없고 품행마저 흠잡을 데 없는 모범생이다. 여기까지는 김동희의 기존 세 작품과 닮아있다. 하지만 1화 중반부터 그 순진한 얼굴 뒤에 있던 민낯이 드러난다. 그는 교문을 나서면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고 아버지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는 냉혹한 소년범이다.

'인간수업'은 모든 출연자를 오디션으로 뽑았다. 김동희는 "내 꿈은 비싸다. 평범하게 살다 죽기 위해서는 9000만원이 필요하다"는 짤막한 대사를 뱉고 오디션에 합격했다. 제목도 대본도 시놉시스도 없던 작품 '인간수업'의 주연이 된 셈이었다. 넷플릭스로 제작된 만큼 시청자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작품은 공개 후 넷플릭스 인기 콘텐츠 톱3 안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스스럼 없이 저지르는 소년범 오지수 그리고 그 양면성을 완벽하게 표현해내는 기대주 김동희의 탄생이었다.

Q. '인간수업'은 충격적인 내용이다. 출연을 결심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오지수라는 캐릭터에 어떤 사연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감독님과 미팅을 하기까지 아무것도 알고 있는 게 없었다. 작품이 충격적이고 소재가 강해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됐다."

Q. 주연으로서 작품으로 전달하고 싶은 핵심적인 메시지가 무엇인가.

"어떻게 전달될지는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다르다. 작품을 준비하며 이게 현실에서 있을법한 일인가 생각하게 됐다. 인터넷에 비슷한 사건을 찾아보니 정말 많더라. 매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저 이 작품을 통해 이런 충격적인 범죄에 대해서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관심을 가지게 하고 개선했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었다.

Q. 작품과번방 사건이 유사하다는 말도 많았다.

"작년 8월에 촬영을 마쳤고 그 이후에번방 사건이 터졌다. 비슷한 부분이 많아 충격을 크게 받았다. 아까 말했듯 나는 작년에 작품을 준비하며 비슷한 사건을 뉴스로 많이 접했다. N번방 사건이 유독 이슈가 됐다. 왜 이제야 수면 위에 드러나나 생각하게 됐다. 그 사람들에게 엄중한 처벌이 가해졌으면 한다."

Q. 촬영하면서 유독 힘들었던 장면이 있었나?

"지수라는 인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모든 신이 중요했다. 지수랑 가장 근접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범죄를 쉽게 저지르면서도 초조함 불안함 두려움을 느끼는 양면성의 표정을 잘 살리고 싶었다. 세트장 안에서 최대한 지수로서 집중을 많이 했다. 촬영 당시에 말수가 적어지게 됐고 감독님하고만 주로 소통했다."

Q. 소년범이 주인공이고 범죄가 주 이야기인 만큼 범죄 미화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나는 미화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미화라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어떤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할지 안다. 초반에는 보다 보면 지수에게 이입이 되고 지수가 안타까워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 그 몰입을 끊어내는 순간이 생긴다. 그때부터는 분명한 악역이다. 완전히 지수에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찝찝함이 남고 불편함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때문에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잘 전달됐다고 본다."

충격적인 캐릭터였던 만큼 김동희는 오지수에게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넷플릭스 제공
충격적인 캐릭터였던 만큼 김동희는 오지수에게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넷플릭스 제공

Q. 우울한 캐릭터인 만큼 빠져 나오는 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향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지만 다음에 촬영했던 '이태원 클라쓰' 작품에 영향을 끼칠 정도는 아니었다. 감독님과 내게 들어온 지수를 빼내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참 많았다. 옆에서 사람들이 참 많이 도와줬다."

Q. 어린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활기찰 것도 같다. 하지만 작품이 너무 어둡다 보니 잘 그려지지 않는다.

"대화를 많이 나누고 마냥 즐겁게 장난 치는 현장은 아니었다. 소재도 소재지만 각자에 배역에 대한 적당한 긴장감이 필요했다. 극적인 장면을 앞두고 장난칠 수 없다. 때문에 서로 말 없는 배려가 많았다. 뭔가 아쉬우면 한번 더 하자고 했었다. 어떻게 촬영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힐 때는 상대 배우에게 미리 나와서 리허설을 부탁하기까지 했다. 그런 내 부탁을 박주현(박규리 역) 누나가 정말 많이 들어줬다."

Q. '바지사장' 왕철 역의 최민수, 담임 선생님 박혁권과 같은 중견 배우들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최민수 선배는 정말 세상 착하다. 현장에서 우리 또래 배우들의 아빠 같은 존재였다. 우리를 끌어주셨고 우리가 어려워할 때 더 마음 편할 수 있게 선배로서 조언해줬다. 모두 큰 영향을 받았다. 박혁권 선배는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눈 분이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 지금의 연기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지, 아직까지 성장하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지 등 매번 촬영 할 때마다 계속 질문했다. 그 때마다 정말 친절하게 답해주고 나를 편하게 해줬다. 온전하게 배려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꼭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Q. 오지수는 소심하다가도 과감한 인물이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지수는 사회성이 많이 결여된 친구다. 초반 에피소드에서는 지수를 더 소심하고 여린 사람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뒤에서 더 극적인 반전을 전하고 싶어서였다. 지수 같은 캐릭터가 화냈을 때의 디테일도 많이 고민했다. 평생 화를 내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서 남자답게 화를 내면 안될 것 같았다. 비주얼적으로도 멋져 보이면 안됐다. 다 내려놓고 캐릭터에 몸을 맡겼다."

Q. 양면성을 드러낸 대사 중에 마음에 들거나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는가.

"정말 많다. 여러 가지로 표현이 된 것 같다. 하나를 꼽자면 후반부 지수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수습하는 장면이다. 사람으로서 지수에게 혐오감이 들었다. 내 스스로가 불편할 정도였다. 이성과 자의식이 사라진 상태의 복합적인 지수였다. 더 말하고 싶은데 그런 장면이 정말 너무 많아서(웃음) 다 꺼내기 어렵다."

김동희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시키며 이제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넷플릭스 제공
김동희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시키며 이제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배우로 성장했다. /넷플릭스 제공

Q. 어린 나이에도 타율이 좋은 배우다. 'SKY 캐슬' '이태원 클라쓰' '인간수업'까지 하는 작품마다 잘 된다.

"우선 내 안목이 좋은 것은 절대 아니다(웃음). 이 작품 이 캐릭터를 하면 시너지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과 개인적인 감각을 믿는다. 그저 도전하고 표현해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하게 됐다. 부족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의 신인이 보여드린 것에 비해서 과분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더 열심히 달려나가야 할 것 같다."

Q. 학생역을 많이 했으니 다른 특별한 도전을 꿈꾸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무언가를 정해놓는 편이 아니다. 그냥 교복을 입는 작품을 계속 해오면서 '내가 이걸 또 입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교복을 입을 수 있을 때 마음껏 입자다. 연기를 오래 하는 게 내 목표다. 10년 20년 후에는 교복을 입기 힘드니 그 전에 충분히 입고 싶다. 같은 교복이지만 인물은 다 다르다. 물론 다른 도전 기회가 생긴다면 잡고 싶다."

Q. 단정 짓긴 어렵지만 나름 열린 결말이었다. 시즌2 제작하면 참여할 의사가 있나.

"물론이다. 지수를 더 많이 만들어나가고 싶다. 어떻게 풀어나갈지는 작가님 머리 속에 조금 있을 거다. 나도 잘 모르겠다. 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Q. '인간수업'을 촬영하며 이 작품이 성공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가.

"정말(웃음) 그런 생각을 전혀 못했다. 그저 지수를 연기하는 데 온전히 집중만 했다. 지수라는 캐릭터도 '인간수업'이라는 작품도 모두 내게는 도전이었다. 성공여부보다는 내가 지수를 만나서 연기를 하는 모습과 임하는 자세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이 반응들이 낯설고 신기하다.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다."

Q. 지금의 김동희는 어떤 배우고, 앞으로는 어떤 배우이고 싶은가. 그리고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는가.

"차기작은 하나도 없다(웃음). 지금의 나는 아직 많이 부족한 신인이다. 운이 좋았다는 것에 대해서 부정 못한다. 앞으로는 연기적인 것뿐만 아니라 많은걸 흡수하고 싶다. 배우는 다재다능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적으로 채워야 할게 많다. 앞으로 내게 올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캐릭터의 폭을 넓히고 싶고 떳떳하고 소신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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