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신작 '인간수업'이 베일을 벗었다. 소년범과 성범죄 폭력이 어우러진 문제작의 탄생이었다. /'인간수업' 포스터 |
'범죄미화' 의혹과 함께 던진 화두
[더팩트 | 유지훈 기자] '문제작'이라는 수식어보다 더 완벽한 설명은 없다.
지난 4월 29일 넷플릭스를 통해 첫 방송된 드라마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죄책감 없이 범죄의 길을 선택한 고등학생들이 돌이킬 수 없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과정을 담는다. 소년범과 성매매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버무린 이 작품은 공개 후 넷플릭스 '한국의 TOP10 콘텐츠' 부문에 오르며 뜨거운 인기를 과시 중이다.
극의 흐름을 이끄는 지수(김동희 분)는 학교에서는 성적도 품행도 나무랄 것 없는 모범생이다. 하지만 교문을 나서면 추악한 민낯이 드러난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과 이 일을 받아들일 여성을 매칭시키고 왕철(최민수 분)을 고용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한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지수의 치밀한 범행은 마치 영화 '오션스' 시리즈와 같은 통쾌한 범죄물의 인상을 안긴다. 같은 반 친구 규리(박주현 분)의 등장까지 더해지면 청소년 멜로물이다. 규리는 자신을 범죄에 껴달라 조르고 지수는 이를 밀쳐낸다. 마치 혼자 위험을 감수하려는 지수의 모습은 여느 드라마의 격정적인 로맨스와도 닮아있다.
'인간수업'은 돈을 벌기 위해 다른 친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지수(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범죄의 중심에 선 민희(정다빈 분), 자신을 억압하는 부모에게 반항하기 위해 지수의 범죄에 가담하는 규리(박주현 분), 민희의 남자친구이자 일진 기태(남윤수 분)까지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어버린 소년범들이 주인공이다. /'인간수업' 스틸컷 |
지수는 규리에게 모든 범죄를 "성매매가 아니라 경호업"이라고 설명한다. 직접 성매매 현장에 나서지도 않고 스마트폰 음성으로 그저 매칭과 경호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그이기에 묘한 설득력이 있다. "인간으로서 평범하게 살기 위해"라는 목적성도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성인이 되기도 전 혼자가 되어 아득바득 살아가는 지수의 삶을 엿보게 한 작가의 완벽한 함정이다.
이 치밀한 함정은 '인간수업'이 범죄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고 작품에 '문제작'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했다. 하지만 제작을 맡은 스튜디오329와 넷플릭스는 이런 논란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제작진은 공개일에 맞춰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를 열었고 프로파일러 권일용, 범죄학자 박미랑 교수, 경찰인재개발원 서민수 교수를 초청해 청소년 범죄를 진단했다. 또한 극 후반부 지수를 나락까지 떨어뜨리며 마지막으로 가져야 할 인간성마저 상실시킨다. 작품에 몰입해 자신도 모르게 지수를 응원하고 있는 시청자들을 향한 완벽한 배반이다.
'인간수업'은 공개와 함께 '스페셜 원데이 클래스'를 개최하고 소년범 문제에 대해 환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
오지수 역을 맡은 김동희는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작품이 충격적이고 소재가 강해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됐다"며 "어떻게 전달될지는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다르지만 나 역시 감독님의 생각과 같다"고 밝혔다. 김동희는 촬영을 시작하기 전 청소년이 일으킨 충격적인 사건들을 검색하며 작품 출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이처럼 출연진과 제작진이 전면에 내세운 슬로건은 '청소년 범죄에 대한 관심과 해결'이었다. 여기에 조직적으로 미성년자의 성착취물을 유통한 'N번방 사건'이 전 국민의 공분을 샀고 많은 부분이 맞닿아 있는 '인간수업'이 함께 회자됐다. 김동희의 말처럼 "어떻게 전달될지는 받아들이는 입장마다 다르"겠지만 분명 청소년 범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를 하게 된 셈이다.
'인간수업'을 향한 '문제작'이라는 표현은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면서도 스스럼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오지수 캐릭터의 양면성과 닮아 있다. 작품은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범죄미화라는 논란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매 회차 완성도는 높고 우리 사회가 애써 외면해왔던 사회문제마저 건드린다. 넷플릭스가 탄생시킨 참으로 완벽한 '문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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