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슬의생'의 프론트맨 조정석
입력: 2020.05.05 00:00 / 수정: 2020.05.19 13:55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슬의생 조정석이 결국 음원차트 왕좌까지 거머쥐었다. /슬의생 캡처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던 '슬의생' 조정석이 결국 음원차트 왕좌까지 거머쥐었다. /'슬의생' 캡처

시청자·리스너 모두의 선택을 받은 조정석

[더팩트 | 유지훈 기자] "그래서 조정석은 언제 나와?"

지난 3월 12일 첫 방송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 시청자들이 품었을 의문이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중심을 이끄는 의대 99학번 채송화(전미도 분) 양석형(김대명 분) 김준완(정경호 분) 안정원(유연석 분) 이익준(조정석 분) 5인방 가운데 이익준을 가장 마지막에 등장시켰다. 8회까지 방송된 드라마의 애청자라면 그 이유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진짜 주인공은 가장 늦게 등장해 맹활약을 펼치는 법이다.

조정석이 분한 이익준은 간담췌외과 조교수이자 공부도 수술도 기타연주까지도 못 하는 게 없는 만능맨이다. 첫인상은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아들 우주(김준 분)의 장난으로 본드가 칠해진 다스베이더 가면을 쓰고 발을 동동 구르며 병원에 등장했다. 환자의 생명이 위급해 가면도 벗지 못한 채 간이식 수술에 임하는 이익준은 웃음을 유발하기 충분했다. 만능맨이었던 그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도 수술을 성공시키며 '슬의생' 애청자들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이익준은 소위 말하는 '인싸' 캐릭터다. 후배 앞에서 'Pick Me(픽 미)' 댄스로 장난스레 진심을 전달하고 남다른 친화력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환자의 두꺼운 마음의 벽마저 허문다. 병원의 분위기 메이커이자 '슬의생'의 분위기 메이커다. 99학번 대학 동기들과의 과거 회상 장면 속 한쪽 앞머리만 길게 늘어뜨린 복고스타일은 과하지만 밉지 않다.

이익준에게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지난 3월 26일 방송에서 그는 유학을 떠났던 아내의 이혼 통보를 받게 됐다. 모든 것이 아내의 외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병원 구석에 앉아 좌절했다. 여기에 심혈을 기울여 치료했던 환자의 죽음까지 마주했다.

이익준 캐릭터에게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무표정으로 슬픔을 전달할 뿐이다. /슬의생 캡처
이익준 캐릭터에게 그림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신 무표정으로 슬픔을 전달할 뿐이다. /'슬의생' 캡처

조정석은 이익준의 슬픔을 눈물로 표현하는 대신 그저 무표정으로 참담한 감정만을 전달했다. 매회 생과 사를 넘나들어 눈물이 마를 날 없는 율제 병원이지만 이익준은 세상사에 의연해야 하는 만능맨이기 때문이다. 환자의 죽음은 훌훌 털어냈고 아내와의 이혼도 일사천리였다. 이후 친구들에게 별일 아닌 듯 이혼을 고백했고 이와 관련된 농담을 또 다른 이혼남 양석형과 능청스레 주고받았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맡은 일까지 척척 해내는 이익준 캐릭터에 시청자의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그동안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 추억과 서사 그리고 음악을 한데 버무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다. 김예림 '행복한 나를' 성시경 '너에게' 로이킴 '서울 이곳은' 하이니 '가질 수 없는 너' 등은 방송 당시 음원차트 상위권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슬의생'은 대놓고 이 추억을 자극한다. 주인공 5인방은 병원 문을 나서면 밴드 합주실로 향해 매회 추억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지난 3월 26일 3화 회상 장면에서 이익준은 쿨의 '아로하'를 열창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조정석의 '아로하'는 OST로 공개돼 3월 27일 발매 당일 벅스뮤직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꾸준히 사랑받았으며 2020년 17주차(가온차트, 2020년4월19일~25일 기준) 디지털차트 스트리밍차트 BGM차트에서 1위를 차지해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조정석은 소속사를 통해 "드라마를 위해 부른 노래인데 이렇게 사랑받을 줄 몰랐고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며 "요즘 '슬의생'을 통해 많은 분이 아끼는 곡들을 직접 부르고 배우들과 합주를 한다는 것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너무 즐겁고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출연진과 함께한 최고의 장면으로 '아로하' 열창 과정을 꼽기도 했다.

조정석의 아로하는 결국 음원차트 정상까지 차지했다.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조정석의 '아로하'는 결국 음원차트 정상까지 차지했다.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익준이 99학번 5인방으로 구성된 밴드의 프론트맨이라면 조정석은 '슬의생'이라는 드라마의 프론트맨이다. 지금의 그를 있게 만들어 준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의 장난 가득한 첫인상, 2004년 뮤지컬 '호두까기인형'으로 데뷔해 '헤드윅' 주인공까지 맡으며 입증한 가창력, KBS2 '최고다 이순신' tvN '오 나의 귀신님' SBS '질투의 화신' 등 굵직한 드라마에서 활약하며 쌓아온 시청자와의 친근함이 한데 어우러진 게 '슬의생'의 조정석이다.

차근차근 쌓아온 필모그래피와 배우로서의 이미지가 만개했고 조정석은 시청자와 리스너 모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올해 여름 출산할 2세와 아내인 가수 거미의 사랑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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