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최저 시청률 '1.4%'…부럽지 않은 '부럽지'
입력: 2020.04.29 05:00 / 수정: 2020.04.29 05:00
MBC 부럽지가 시청률 하락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7일 1.4%라는 최저 기록을 보였다. /MBC 제공
MBC '부럽지'가 시청률 하락의 늪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7일 1.4%라는 최저 기록을 보였다. /MBC 제공

출연자 과거 '학폭 논란'까지 가세

[더팩트 | 유지훈 기자] 제목과 달리 우리는 '부럽지' 않다.

MBC는 지난 3월 9일 새 예능프로그램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를 편성했다. 2020년 봄 개편에 따른 '언니네 쌀롱' 후속작이었다. 프로그램은 '실제 연예인 커플들의 리얼한 연애와 일상 그리고 결혼 과정을 담는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JTBC '하트 시그널'이 1, 2시즌을 연달아 성공시키고 방송가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Mnet '러브캐처' SBS '로맨스 패키지' 등이 이 흐름을 탔으나 아쉬운 성적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반면 TV조선 '우리가 잊고 지냈던 세번째 : 연애의 맛', '아내의 맛'은 스타 커플 혹은 스타 부부를 전면에 내세워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부럽지'는 이 유행의 후발주자였지만 '우리 결혼했어요'와 함께 거론되며 기대를 모았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랑받았던 MBC의 대표 예능이었다. '부럽지'는 '우리 결혼했어요' 속 스타들의 가상 연애를 답습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진짜 사랑을 키우고 있는 스타 커플의 일상을 들여다 본다는 포맷이었다. '가상'에서 '진짜'로의 진화는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요소다.

이원일-김유진 최송현-이재한 이두희-지숙 혜림-신민철 커플은 부럽지를 통해 달달한 연애의 면면을 공개했다. /MBC 제공
이원일-김유진 최송현-이재한 이두희-지숙 혜림-신민철 커플은 '부럽지'를 통해 달달한 연애의 면면을 공개했다. /MBC 제공

아나운서 출신 배우 최송현-다이버 강사 이재한, 스타 셰프 이원일-김유진 PD, 레인보우 출신 지숙-프로그래머 이두희 커플의 '부럽지' 출연 보도가 연달아 이어졌다. 예상과 달리 반응은 엇갈렸다. 시청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캐스팅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의 호응은 지숙-이두희, 뒤늦게 합류한 원더걸스 혜림-태권도 선수 신민철 커플이 독차지했다.

'부럽지'는 첫회 3.1%(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 시작했으나 상승세는 없었다. 2화(2%)부터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고 지난 27일 방송분은 1.4%라는 최저 성적에 머물렀다. 1%로 시작해 16회에서 2%로 막을 내렸던 전작 '언니네 쌀롱'과 큰 차이가 없다. 27일 '부럽지'와 동시간대 시청된 '동상이몽 시즌2-너는 내 운명'은 6.1%로 1위 KBS2 '개는 훌륭하다'는 4.7%로 2위 JTBC '77억의 사랑'은 3.8%로 3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부럽지'의 추격을 여유롭게 피해갔다.

이제는 시청률로만 모든 성적을 가늠하기 어렵게 된 방송계는 화제성이라는 다른 기준을 내세우기도 한다. CJ ENM이 공개하고 있는 주간 콘텐츠파워지수(CPI) 리포트에서도 '부럽지'는 195점(4월13~19일 기준)으로 44위에 그쳤다. 50위까지 공개되는 순위에 가까스로 오르며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동상이몽2'는 197.2점으로 32위, '개는 훌륭하다'는 196.8점으로 38위다. 여기에 '아내의 맛'(206.3점)은 14위를 기록 중이다.

'하트 시그널' '연애의 맛' 같은 연애 리얼리티가 호응을 얻었던 이유는 출연진 사이의 호흡과 스타성도 있지만 그보다는 연애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대화 자체를 재조합했던 '하트 시그널'은 과한 연출 때문에 진정성 논란을 빚었음에도 타격이 없었다.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주는 몰입감은 진정성 의혹마저 능히 이겨낸다.

시청률은 1%대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원일의 예비 신부 김유진 PD는 과거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렸다. /MBC 제공
시청률은 1%대에서 요지부동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원일의 예비 신부 김유진 PD는 과거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렸다. /MBC 제공

'부럽지'는 이미 완성된 커플의 면면을 담았다. 완성 과정은 시청자 없이 끝마쳤고, 보여줄 것은 연애뿐이었다. 지숙 커플은 공기청정기를 직접 만드는 이색 데이트를 최송현-이재한은 제주도 푸른 바다에서 다이빙을 이원일-김유진은 결혼을 앞두고 혼수 준비를 혜림-신민철 커플은 태권도장에서 운동을 즐겼다. 별다른 건 없었다. 누구나 한번쯤 꿈꿨던 데이트를 그저 스타라는 타이틀을 단 인물들을 통해 보여주는 데 그친다. 너무 새로우면 이질감을 주고 너무 새로울 게 없으면 진부하다. 재미는 그 가운데 있지만 '부럽지'는 이를 찾는 데 실패했다.

그나마 채널을 고정시킨 것은 출연자의 진정성이었다. 최송현이 예비 신랑 이재한에게 "나를 얼만큼 사랑하냐"고 또박또박 물어보는 대신 "올마쿠움"이라며 안달 내는 짤막한 영상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다수는 '애교가 과하다'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그가 꾸준히 캐릭터를 유지하자 시청자들도 인정했다. '부럽지'는 스타들의 '가상' 연애가 아니라 '리얼' 연애니까. 사랑에 빠진 최송현은 혀 짧은 애교를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이원일의 예비 신부 김유진 PD는 '학교 폭력'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피해자는 유학생 시절 김유진 PD로부터 수 차례 집단 구타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김 PD는 "학교 폭력 논란에 대해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사과문과 함께 프로그램 하차의 뜻을 밝혔다. '부럽지'는 과거를 숨기고 행복을 연기했던 김 PD 사건으로 유일한 무기였던 진정성 마저 잃었다.

'부럽지'는 편성 초기부터 '부러우면 지는거다'라는 제목으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마치 모든 시청자가 프로그램 속 스타의 연애를 부러워할 것이라는 제작진의 여유만만한 자세로 읽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점점 명확해진다.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는 시청률, 알 수 없는 데이트 코스, 학교 폭력 논란에 잃어버린 진정성까지. '부럽지'는 분명 제목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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