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HYNN이 지난 1일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3월 31일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매했다. /이선화 기자 |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 발매
[더팩트 | 정병근 기자] 같은 가수를 좋아하더라도 기억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가수 HYNN(박혜원)은 폭발적인 가창력, 그 중에서도 딴딴하게 내지르는 고음으로 잘 알려져 있다. 듣는 이들의 탄성을 이끌어내는 포인트인 건 분명하다. 다만 HYNN의 음악을 계속 찾아 듣고 신곡을 기대하고 인터뷰를 하고 싶게 만드는 첫 번째 요소는 아니다. 나에게 HYNN은 작게 내뱉는 호흡에 담긴 떨림과 감성마저 매력적인 가수다.
HYNN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12월 데뷔곡 'LET ME OUT(렛 미 아웃)'을 발표하고 두 달 뒤이자 2019년 3월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을 발표하기 한 달 전인 2월 말, 겨울과 봄의 기운이 교차하던 어느 날이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인터뷰였지만 꼭 하고 싶은 인터뷰이기도 했다. 조금 뒤늦게 'LET ME OUT'을 접한 뒤 빠져들었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가 궁금했다.
당시 수수한 차림으로 카페에 들어선 HYNN은 "소리가 먼저 다가오고 스며드는 맛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그게 저의 가장 큰 숙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LET ME OUT'은 HYNN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연구와 연습을 했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 HYNN에게 "조그만 계기만 만들어진다면 분명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은 HYNN을 발표 97일 만에 멜론 실시간차트 100위에 처음 진입했다. 아주 서서히 입소문을 탄 결과였다. 이후 역주행을 거듭하며 톱10에 올랐다. 이 곡은 HYNN을 단번에 주목해야 마땅한 가수로 바꿔 놨다.
가수 HYNN의 새 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시들어가던 꽃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HYNN이 1년 만에 틔운 봄의 꽃이다. 목소리 역시 봄의 옷을 입고 생동감을 품었다. /이선화 기자 |
"감히 제가 역주행이라는 타이틀로 회자되고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그냥 '시든 꽃에 물을 주듯'을 녹음할 때는 멋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멋있게 해야 하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나라는 가수보다 노래를 더 아실 때가 많아요. 다음 곡('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을 준비할 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욕심이 좀 들어가지 않았나 싶어요."
HYNN은 늘 그렇듯 겸손하게 말했지만 '시든 꽃에 물을 주듯'으로 시작해 '차가워진 이 바람엔 우리가 써있어(Bad Love)'로 이어진 HYNN의 감성은 더 짙었다. 그리고 HYNN은 지난달 31일 새 미니앨범 '아무렇지 않게, 안녕'을 발표했다. 이 앨범은 시들어가던 꽃에 생기를 불어넣었던 HYNN이 1년 만에 틔운 봄의 꽃이다. 목소리 역시 봄의 옷을 입고 생동감을 품었다.
첫 번째 트랙 '당신이 지나간 자리, 꽃'부터 더블 타이틀곡 '아무렇지 않게, 안녕'과 '오늘에게' 그리고 마지막 트랙 '여행의 색깔'까지 HYNN은 노래의 테마에 맞춰 목소리와 감성으로 열연을 펼쳤다. 그렇게 각자의 색을 가진 트랙들로 '따스한 봄날' 같은 앨범이 완성됐다.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함께했던 추억이 퇴색되기 전에, 더 괴롭고 아프기 전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건네는 '성실한 이별'에 대한 노래다.
"'아무렇지 않게, 안녕'은 이전 곡들보다 음역대가 훨씬 높기도 하고 다방면으로 심혈을 기울였어요. 특히 또 신경을 써왔던 감정선과 디테일 그리고 곡 해석이 나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노래가 가볍게 시작을 하지만 마지막에 감정이 차올라 포효하고 울부짖는 이야기라서 맑고 가벼운 소리보다 무겁게 하려고 했어요. 이전 곡들에서도 다 같은 고음이 있지만 톤을 달리 하려고 했어요."
가수 HYNN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이번 앨범은 장르의 폭을 넓히고자 했고 도전을 한 앨범이에요. 발라더 박혜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선화 기자 |
HYNN은 결코 기교로 감정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감미로운 피아노와 읊조리듯 하는 보컬로 시작해 감정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표정도 달라질 뿐이다. 러닝타임을 따라가다 보면 서서히 스며들고, 마지막에 이르러 절규하듯 내지르는 고음은 그래서 더 애절하다. 소리와 가사가 귀에 와 닿기도 전에 숨소리와 거기에 담긴 떨림에서부터 감성이 전해져 온다.
"온 힘을 빼고도 딕션이 좋고 소리도 잘 나고 감정선에 촉촉히 묻어나게 해야 하는 곡들이 있는데 전 소리꾼에 조금 더 가까워서 내지르는 게 더 편했어요. 그리고 녹음 강박증이 좀 있었어요. 숨소리까지 적나라하게 들어가니까 다 드러나는 느낌이랄까.(웃음) 처음엔 그게 어색하고 적응도 안 됐는데 이젠 두려움에서 적극적으로 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됐어요."
한 곡이 빛을 보기까지 수개월이 걸렸던 예전과 달리 그녀의 입지도 이젠 꽤 자리를 잡았다. 입소문으로 겨우 주목을 받던 가수에서 이젠 찾아 듣는 가수가 됐다. 주변 상황은 달라졌지만 HYNN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오직 노래 생각 뿐이었다.
"팬 분들이 생겼고 응원을 해주신다는 것이 가장 달라진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발표하는 곡에 있어서 책임감이 더 생겼어요. 실망감을 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늘어날수록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 이번 앨범은 장르의 폭을 넓히고자 했고 도전을 한 앨범이에요. 발라더 박혜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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