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논란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년 만에 컴백을 알린 뒤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유천 SNS |
부정적 시선 '증폭', 거짓말-거짓 눈물-입장 번복-안하무인 행보
[더팩트|강일홍 기자] 가수보다 예능인으로 더 잘나가던 신정환이 추락한 것은 도박 사건이다. 도박을 한 사실 자체보다도 자신의 행동을 은폐하거나 거짓말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치명타를 입었다. 신정환은 2010년 9월 MBC 추석 특집프로그램 녹화를 펑크냈다. 잇달아 KBS1 '스타 골든벨 1학년 1반'과 MBC '청춘 버라이어티 꽃다발' 녹화에 사전 통보 없이 불참했다. 잠적설을 비롯한 여러 루머가 제기됐다.
해외 도박 의혹 등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자 소속사는 신정환이 과로로 인해 방송 녹화에 불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정환도 직접 팬 카페를 통해 필리핀 세부 카지노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나, 관광 목적이었고 여행 도중 뎅기열에 걸려 병원에서 지내왔다고 해명했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을 증거로 내세웠지만 이는 누리꾼들에 의해 조작된 거짓말(단순 심전도 검사)로 드러나며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는다.
논란은 이후 신정환의 도박사실 자체보다도 거짓말에 더 초점이 맞춰지며 증폭된다. '뎅기열 증상과는 무관하다'는 필리핀 현지병원 의사의 증언과 함께 선이자를 떼고 빌려주는 일명 꽁짓돈을 빌려 한 번에 1500만원씩 베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결국 방송 출연료가 압류되고 1억 원의 빚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소를 당하기도 한다. 이는 애초 거액의 도박을 한 적이 없다고 한 그에게 치명적 부메랑이 됐다.
박유천은 지난해 마약 투약 혐의(영장실질심사 출석)로 사법처리를 받고 은퇴를 선언했다. 사진 위는 신정환이 해외 불법 도박혐의를 받은 뒤 경찰에 출석하던 당시 모습. /오센 이대선 기자(현장풀) /김세정 기자, 더팩트 DB |
◆ '병역기피' '마약논란', 연예계 복귀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케이스
불미스러운 일로 활동을 중단한 연예인들이 복귀하기까지는 일정한 단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스캔들 구설이나 도박, 음주운전 등과 달리 마약, 병역비리 등은 복귀가 쉽지 않다. 물론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중의 감정이다. 대표적인 복귀 단계는 프로그램 하차 후 자숙이다. 김구라는 과거 위안부 비하 발언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출연 중이던 8개 프로그램을 모두 하차하고, 봉사활동 등 5개월간의 자숙 끝에 복귀했다.
2011년 탈세 의혹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잠정 은퇴를 선언했던 강호동은 1년 2개월여 만에 방송 복귀에 성공했다. 강호동의 경우 논란이 부풀려져 여론몰이에 희생당한 억울함이 뒷날 밝혀지기도 했지만 대중은 그가 진행해오던 프로그램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강력한 의지를 인정하고 납득했다. 빠른 프로그램 하차와 진정성 있는 사과, 자숙 기간 동안의 개인적인 노력까지 거치면 대체로 복귀를 용인한다는 얘기다.
반대로 유승준과 MC몽은 복귀 단계나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케이스다. 국민 감정이 실린 '병역 기피' 의혹에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자숙의 기간과도 무관하다. 유승준은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고의로 병역의무를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최근 비자발급 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입국조차 못하고 있다. 2010년 거짓 사유로 군 입영을 연기한 논란을 빚은 MC몽 역시 방송 출연은 요원하다.
박유천은 지난 20일 공식SNS를 통해 팬클럽 '블루 시엘로' 오픈 소식을 직접 전했다. 이에 대해 국내팬들은 물론 해외팬들의 반응 역시 싸늘하게 반응했다. /박유천 공식 SNS |
◆ '컴백 논란', 진심으로 참회하고 반성하는 자세 보여야 대중 공감
마약 논란으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던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1년 만에 컴백을 알린 뒤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박유천은 지난해 집행유예 기간 중 해외 유료 팬미팅을 한 데 이어 최근 고가의 팬클럽 모집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직접 공식 팬카페 '블루 씨엘로' 오픈을 알리며 '여러분이 그간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린다. 나도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일 개설된 이 팬카페는 부가세 포함 6만 6000원의 연회비를 내야 가입을 할 수 있어 팬들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비난에 부딪혔다. 일반적인 아이돌이 3만원대의 유료 팬클럽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상당한 고액이기 때문이다. 또 국내에서 얼마나 팬들과 접촉할 수 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유천은 지난해 7월 1심에서 필로폰 구매 및 투약(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4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전 약혼녀인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의 마약 투여 공범으로 지목된 뒤 "결단코 마약을 하지 않았으며 마약을 했다면 은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유천을 향한 대중의 마음은 한 마디로 불편하다.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차라리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신정환의 복귀 실패는 거짓말이란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해서다. 박유천에 대한 부정적 시선 역시 거짓말, 거짓 눈물, 입장 번복, 안하무인 행보 때문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때론 대중의 시선을 받는 연예인이라서 더 커보일 수도 있다. 컴백은 자유지만, 진심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먼저 보여야 대중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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