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시무라 켄 죽음이 알린 日 아베의 '코로나 실정'
입력: 2020.04.15 09:44 / 수정: 2020.04.15 09:44
일본 국민들이 뒤늦게 코로나의 심각성을 피부로 감지한 것은 코미디계 전설 시무라 켄의 죽음이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 시무라 켄은 코로나 확진 판정 후 엿새만에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야후재팬
일본 국민들이 뒤늦게 코로나의 심각성을 피부로 감지한 것은 '코미디계 전설' 시무라 켄의 죽음이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 시무라 켄은 코로나 확진 판정 후 엿새만에 사망해 충격을 안겼다. /야후재팬

日 국민들, '코로나 위기감' 시무라켄 죽음 뒤에야 심각성 깨달아

[더팩트|강일홍 기자] '무방비 상태에 안일함까지 더해져 조만간 일본은 코로나19의 겉잡을 수 없는 확산으로 큰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올림픽 강행을 염두에 둔 아베 정부의 의도적 감추기가 치명적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두 달 전인 2월 중순, 일본 공연에이전시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한국에서 모든 대중문화 공연이 중단되고 연기되는 상황에도 일본은 남의 집 불구경 하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말했다.

당시 요코하마항의 크루즈선 감염 확진자가 500명이 넘는 상황에서도 일왕은 '세계 난 전시회'를 관람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이 모습은 TV와 신문을 통해 보도됐고, 국민들은 느긋했다. 일왕은 일본의 상징적 존재다. 일왕부부나 경호원들이 마스크를 하지 않고 공식행사에 등장한 것은 코로나를 전혀 경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언론 역시 코로나의 전염성에 대한 심각성이나 경각심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미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세정 기자
미래당 관계자들이 지난해 8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정부의 방사능 올림픽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세정 기자

이런 불길한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올림픽 연기 이후 일본의 코로나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기 시작했다. 일본 확진자 수는 8885명(14일 기준)을 기록했다. 사망자 수도 174명으로 늘었다. 아베 총리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는 크루즈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도쿄올림픽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지만 이번 주 들어 일본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사인 산케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조차도 불리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닛칸 겐다이는 앞서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에 암울한 먹구름이 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림픽을 미루자마자 일본 스포츠계는 야구와 축구, 농구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확진자가 쏟아졌다. 프로 농구 오사카 에베사에서는 선수를 포함해 13명이 양성반응을, 일본 유도 연맹에서는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정부가 올림픽 강행을 끝까지 고집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일본 내에서는 이제 올림픽의 연기도 비현실적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 올림픽 조직위는 일주일 전인 지난 8일부터 재택 근무를 시작했다. 선수촌도 사용이 모두 중단됐다. 일본 언론들은 뒤늦게 올림픽 조직위 관계자의 입을 빌어 "코로나의 확산 추세가 일부 꺾이더라도 연내에 종식되지 않을 경우 (올림픽) 취소가 현실적"이라는 암울한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시무라 켄이 코로나로 사망한 직후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그를 추모하는 관련 뉴스와 팬들의 댓글로 연일 몸살을 앓았다. 사망 소식을 전한 일본 현지 매체 기사 일부. /야후재팬 캡쳐, 영화 철도원 스틸
시무라 켄이 코로나로 사망한 직후 일본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은 그를 추모하는 관련 뉴스와 팬들의 댓글로 연일 몸살을 앓았다. 사망 소식을 전한 일본 현지 매체 기사 일부. /야후재팬 캡쳐, 영화 '철도원' 스틸

집단체면이라도 걸린듯 둔감했던 일본 국민들이 뒤늦게 코로나의 심각성을 피부로 감지한 것은 '코미디계 전설' 시무라 켄의 죽음이다. 그는 지난달 29일 코로나 확진 판정 후 불과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 시무라 켄의 사망소식은 하필 올림픽 연기를 결정한 직후여서 일본 국민들의 충격은 더 컸다. 지난 주말에는 일본내 시청률이 높은 민영방송 TV아사히의 유명 남성 앵커(도미카와 유타)의 감염소식도 전해지며 위기감을 증폭시켰다.

두 달이 지난 뒤 공연에이전시 관계자는 "시무라 켄이 사망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가슴에 경각심을 불어넣었지만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진과 해일 등 재난을 자주 겪잖아요. 신종플루나 다른 위험에 대해서는 조용하면서도 신속하게 반응하는 편이죠. 특히 건강이나 안전 등에 민감해 마스크는 평소에도 쓰는 사람들이 많아요. 유독 코로나의 전염성에 대해서는 무방비였어요. 당국의 의도성을 알면서도 설마 했던 거죠."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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