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버벌진트가 n번방에 참여한 남성이 사망했다는 기사에 '기쁘다'고 언급한 뒤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 있는 반면, '지나친 표현'이라는 지적이 있다. /더팩트 DB |
n번방 참여 남성 사망 기사에 "기쁘다. 몇 명 더" 적었다가 논란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누군가의 성을 착취하는 일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공개적으로 죽기를 바라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버벌진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n번방 음란물 가지고 있다' 음독 후 자수한 20대 끝내 숨져"라는 내용이 담긴 기사 캡처본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기쁘다. 몇 명 더 사망하면 기념곡 냅니다. 신상 공개도 갑시다"라고 적었다.
버벌진트가 게재한 기사는 인천시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 보도다. A씨는 지난달 24일 전남 여수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음독 사실을 털어놨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퇴원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끊었다.
A씨가 속해 있던 n번방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의 성을 착취했다. 전 국민이 n번방에 공분하고 있다. 이에 누군가는 버벌진트의 발언에 '속 시원하다'고 여긴다. 반면 어떤 이유에서도 한 인간의 죽음에 대놓고 '기쁘다'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버벌진트의 '기쁘다'는 표현을 '인과응보'의 의미를 함축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표현이 너무 과격하다고 누군가는 느낀다. '몇 명 더 사망하면 기념곡 냅니다'라는 말은 특히 더 지나치다. 직접 실행만 하지 않을 뿐 살인을 살인으로 보복하는 심리와 뭐가 다를까.
버벌진트가 2016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됐을 당시, 피해자가 없었던 것은 천만다행이고 결과론일 뿐 그 역시 잠재적 살인자였다. 그의 이번 발언이 있은 후 꽤 많은 이들이 그의 음주운전 적발 당시를 끄집어내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버벌진트가 앞서 발표했던 곡들의 가사를 언급하며 '과연 n번방 사망자를 조롱할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이들도 있다.
'만화가의 꿈을 키우면서 했던 짓. 같은 반 여자애를 대상으로 삼아 야한 그림들을 주문제작 후 돈 받아'('90년대로부터' 중), '참하고 조신한 애들은 가. 내가 만지면 곧바로 암캐로 둔갑/잠깐만 그대로 있어봐. 폰으로 좀 찍게'('달리자' 중). 버벌진트가 과거 발표했던 곡들의 가사다.
그렇다고 버벌진트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없다. 동시에 '사망 공약' 혹은 '데스노트'를 작성할 명분은 버벌진트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없다.
각자만의 스타일이 있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지만, 중대하고 민감한 사회 문제인 만큼 신중한 단어 선택과 표현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갑론을박을 벌일 이 시간에 더 많은 사람들이 n번방의 심각성과 피해자들의 상처를 한 번 더 돌아보고 있지 않았을까.
피해자들의 상처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누구도 짐작할 수 없다. 그건 버벌진트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해야 할 건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또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사회 제도를 만드는 일이지 가해자가 죽기를 바라는 일이 아니다.
'법적 처벌을 받기를 희망해야죠. 죽음으로 갚지 못합니다. 꼭 살아서 참회하고 피해자를 위해 노력하고 살아야죠'(gand****), 버벌진트의 과격한 표현보다 더 묵직한 울림을 주는 댓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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