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은 순수 노래 경연 중심의 기존 아이돌 서바이벌 포맷을 과감히 벗어나 다양한 쇼적인 요소들을 가미하며 '35%'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이끌어냈다. 사진 위는 지난해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리허설 무대. /더팩트 DB, TV조선 '미스터트롯' 포스터 |
색깔없는 '라스트 싱어', 공신력 실추 '나는 트로트가수다'
[더팩트|강일홍 기자] TV조선 '미스터트롯'은 '35%'의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한 뒤 말 그대로 음악예능의 레전드가 됐습니다. 코로나19의 우울함 속에서도 방송가에 불고 있는 트로트 붐은 '미스터트롯'이 지핀 열기 때문입니다. 엄청난 신드롬을 불러모은 만큼 출전자들을 둘러싼 뒷얘기도 늘 회자되고 있는데요. 최종 결선 통과 7인은 물론 콘서트 멤버로 합류할 준결승 진출자 및 일부 후보들에 대한 기대감도 큽니다.
'코로나 사태'로 외출을 자제해온 주부들 중엔 "그동안 '미스터트롯'을 보는 재미로 참을 만했는데 이제 무슨 낙으로 견디냐"며 노골적 아쉬움을 표현할 정도입니다. '미스터트롯'에 대한 트로트 팬들의 이런 전폭적인 지지는 콘서트 열기로 반영되는데요. '내일은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다음달 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첫 스타트를 끊습니다. 당초 이달부터 펼쳐질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한달 가량 늦춰진 것입니다.
콘서트는 5월 한달간 수원 울산 강릉 광주 청주 의정부를 찍고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기를 후꾼 달굴 예정입니다. 티켓은 지난 2월 이미 올 매진(R석 12만1천원, S석 11만, A석 9만9천원)을 기록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연기 또는 취소될 경우 환불 등의 조치를 취하는게 맞지만, 이를 희망하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는 후문인데요. 그만큼 '미스터트롯'에 대한 열기와 콘서트를 바라보는 기대치를 알 만한 대목입니다.
MBN '보이스퀸'은 창의적인 기획 아이템이 아닌 '원조의 모방'이라는 오명에도 이후 '트로트퀸' '라스트싱어' 등 자가복제 유사프로그램을 연달아 만들며 출연가수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고양 빛마루=강일홍 기자 |
이는 또 이미 한 차례 입증된 경험칙이 말을 해줍니다. 지난해 '미스트롯'은 방송 폭풍열기를 뛰어넘어 콘서트로 더 뜨겁게 화제가 됐습니다. 송가인이라는 걸출한 스타가수를 탄생시킨데 이어 공연만으로 100억 원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렸죠. '미스&미스터트롯' 성공 이후 방송가는 유사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이 봇물을 이뤘는데요. 덩달아 공연계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방송+콘서트' 패키지 제작 관행이 우후죽순 등장합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어디에나 원조가 있으면 아류도 생기게 마련이죠. 수많은 시청자 앞에 어느 정도 품위와 체면, 자존심을 지켜야할 방송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미스트롯' 이후 지역방송 KNN이 '골든마이크'를 급조해 방송하자, 종편채널 MBN이 '보이스퀸'으로 바통을 이어받습니다. 기성 가수들이 심사석에 앉아 평가하고 해설하는 방식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는 '미스트롯' 복사판인 건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창의적인 기획 아이템이 아닌 '원조의 모방'이라는 단순 포맷 배끼기에는 한계가 있는데요. 물론 원조의 파괴력이나 화제성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반짝 시선을 끌 수는 있습니다. '보이스퀸'은 아류임에도 종편 개국 이후 자사 최고 시청률(8%)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방의 모방'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모든 색깔을 혼합하면 검은 색이 되는데요. '보이스퀸'에서 재복제된 '트로트퀸' '라스트싱어'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MBC 에브리원 '트로트 나가수'는 첫회 녹화부터 500여명의 방청석 판정단에 특정 가수의 팬클럽 회원들을 집중 참가시켜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산 MBC=강일홍 기자 |
'미스트롯' 이후 한동안 눈치를 보고 있던 지상파들도 트로트 열기에 편승한 유사 오디션프로그램 만들기에 가세합니다. MBC는 지난 2월 5일부터 자매사 MBC every1을 통해 기성가수 경연무대인 '나는 트로트 가수다'(나트가)를 선보였는데요. 1일 최종회를 남긴 '나트가'는 '나는 가수다'의 명성 때문에 큰 기대를 모았지만 첫 녹화 때부터 잡음이 많았습니다. 시청률도 1%대를 오르락 내리락 할만큼 존재감 자체가 미미합니다.
'장구의 신'으로 알려진 박서진은 무대 중 갑자기 노래를 멈추는 치명적 실수를 범하고도 재녹화로 라운드를 이어가 논란을 빚다 도중하차했습니다. 경연프로그램 특성상 음이탈 등 단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물론 출연가수들한테도 불신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나트가'는 또 첫회부터 500여명의 방청석 판정단에 특정 가수의 팬클럽 회원들을 집중 참가시키면서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렸습니다.
후유증이 없을까요. '보이스퀸'과 '나트가' 제작에도 예외없이 공연계 자금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방송 후 콘서트 흥행 돈잔치를 기대한 것인데 '대박'은 커녕 자칫 '쪽박'을 찰 형편입니다. '보이스퀸'은 코로나19의 악재까지 겹치며 막대한 피해를 본 공연기획자들 간 법적다툼으로 번지는 불상사를 맞았고, '나트가' 콘서트는 10월로 멀찌감치 미뤄지며 불투명해졌습니다. 트로트 열풍 속에 기준없는 모방프로그램 봇물이 빚어낸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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