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강행' 고수하던 칸 영화제, 결국 코로나19에 꺾였다
입력: 2020.03.20 17:00 / 수정: 2020.03.20 17:00
제73회 칸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최시기가 연기됐다. 사진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현장의 모습으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제73회 칸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의 여파로 개최시기가 연기됐다. 사진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현장의 모습으로 봉준호 감독이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집행위원회 "6월 말 7월 초로 연기 예정"

[더팩트|박슬기 기자]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비상에 걸린 가운데서도 행사 개최를 고수하던 제73회 칸국제영화제(이하 칸 영화제) 측이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5월 12일부터 23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제73회 칸 영화제를 예정대로 치를 수 없게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영화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이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오는 9월 2일에 개막하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와 9월 10일 개최되는 캐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일정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프랑스 국제보건기구의 결정을 존중하며 프랑스 정부와 칸영화제 위원회는 이사회 멤버, 영화 산업 전문가, 그리고 모든 협력자에게 결정을 공표한다"며 "상황이 어려운 만큼 우리의 결속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칸 영화제가 연기된 것은 73년 사상 처음이다. 1946년에 시작돼 매년 5월 프랑스 남부 칸에서 열린 영화제로 세계적인 위상을 쌓았다. 1948년과 1950년 재정적인 문제로 행사가 취소되고, 1968년 5월 학생운동으로 취소된 적 있지만, 행사 연기는 이번이 최초다.

집행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개최 연기 소식을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영화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이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집행위원회가 홈페이지를 통해 개최 연기 소식을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영화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옵션을 고려 중이며 6월 말부터 7월 초까지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앞서 칸 영화제 측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행사 강행 의지를 보였다. 지난 9일(현지시간) "아직 변경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히며 학생 경쟁 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 초청작 16편을 공식 발표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제22회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영화제, 제44회 홍콩국제영화제, 제22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가 일정을 연기한 것과 다른 행보였다.

여기에 칸 영화제가 행사 취소에 대비한 보험도 가입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았다. 칸영화제 측이 보험회사인 서클그룹으로부터 전염병을 다루는 보험 옵션을 구입할 기회가 있었으나, 보험 보상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며 거절한 것이다.

이아 관련해 칸영화제를 이끄는 피에르 레스퀴르는 프랑스 매체 르 피가로에 "보험금이 예산에 못 미치는 200만 달러(23억 9000만 원)밖에 되지 않아 거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칸영화제는 프랑스 정부의 세금과 기업 후원금 등을 포함해 약 3300만 달러(한화로 394억 3500만 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올해 한국영화 30여 편이 제73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해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올해 한국영화 30여 편이 제73회 칸국제영화제에 출품해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칸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유럽 전역에 퍼진 코로나19 확산은 칸영화제의 강행 의지를 꺾었다. 프랑스 확진자 수가 9000명을 넘어선데다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이동금지령을 발령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WHO(세계보건기구)가 판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병)을 선언하면서 상황은 심각해졌고, 연기를 결정했다.

칸영화제의 연기로 각국의 영화 개봉 일정도 차질을 빚게 된다. 영화제 출품이 선정되면 칸에서 최초 공개하거나 영화제 일정에 맞춰 마케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칸 영화제의 잠정적 개최 시기가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로 밀리면서 각국의 영화계 역시 비상에 걸렸다.

현재 한국 영화 30여 편도 칸 영화제에 출품해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여러 영화의 개봉이 밀린 데 이어 칸영화제까지 연기가 되면서 더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이미 많은 작품의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영화 관련한 일정을 정하고 싶어도 정할 수 없는 시기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배급사 관계자는 "칸 영화제 연기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하지만 현재 마케팅이나 내부 일정에 특별한 변동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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