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예능 신화를 새로 쓴 서혜진 PD(사진 왼쪽)의 몸값은 이미 나영석을 뛰어넘을 태세다. 1997년 SBS에 입사해 '놀라운 대회 스타킹' '고쇼' '도전 1000곡' '송포유' '동상이몽' 등 굵직한 화제 프로그램을 연출하며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TV조선 캡쳐 |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 트롯' 쌍끌이 히트 방송계 지각 변동
[더팩트|강일홍 기자] 엔터 산업의 매력은 폭발성이다. 2000년대 이후 급속도로 확장돼 왔고 미래에도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특히 대중 소구력이 큰 영화와 TV 드라마 예능 콘텐츠는 한번 '터졌다' 하면 '빅뱅'으로 이어지기 일쑤다. 'No Risk, No Gain'(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면 수익도 없다), 다만 트렌드에 민감한 데다 무엇보다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다.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큰 반면 기발한 상상력과 아이디어가 결집돼 탄생한 킬러 콘텐츠의 가치는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
"우리 삶에 가져왔거나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의 힘이다." 할리우드 여배우의 전설로 남아있는 올해 82세의 제인 폰다는 아카데미 작품상 트로피를 건네며 봉준호 영화 '기생충'의 가치와 업적을 이렇게 평가했다. '기생충'은 이미 202개국에 수출됐고 현재 개봉 국가만 60개국에 달한다. '기생충'은 지난해 칸의 황금종려상 이후 오스카상까지 50개 가까운 크고 작은 해외상을 휩쓸며 2000억 원을 뛰어넘는 월드와이드 흥행수익을 거두고 있다. 제작비(150억원) 대비 흥행 폭발력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한다.
'깜짝 놀랄' 킬러 콘텐츠의 탄생은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 종사자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전국민적 열풍으로 이어진 트로트는 최근 방송가의 트렌드를 뒤바꾼 대세 장르가 됐다. 물론 그 바람몰이의 중심에는 바로 TV조선 '미스터 트롯'이 서 있다. '미스터 트롯'은 지난주 8회 방송에서 예능으로는 불가능처럼 여겨졌던 '30% 시청률 벽'을 깼다.
절절한 감성과 뛰어난 가창력을 겸비한 만 12세의 정동원은 '미스터 트롯'에 출연하며 트로트계의 떠오르는 아이돌로 주목받고 있다. '미스터 트롯'은 '30% 시청률 벽'을 깼다./TV조선 '미스터 트롯' 캡쳐 |
◆ '미스-미스터' 시리즈 성공시킨 서혜진 PD 몸값 상승, 나영석 추월
시청률 30.407%(닐슨코리아, 유료플폼). 중장년층에 국한된 장르로 인식돼온 트로트는 이제 남녀노소 전 세대를 아우르며 신드롬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연초 12.5%로 첫 방송부터 일찌감치 폭발을 예고한 '미스터 트롯'은 불과 4회만에 19.4%를 돌파하며 지난해 화제를 이끈 '미스트롯'의 기록(최고 시청률 18.114%)을 가쁜히 추월했다.
이후 5회 25.7%, 6회 27.5%, 7회 28.1%를 찍은 데 이어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30%대 벽을 넘어섰다. 이는 종합편성채널 개국 이후 최초의 30% 돌파 기록이고, 지상파 케이블을 통틀어서도 '비교불가' 시청률이다.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시청률 그래프가 남은 2회분 방송에선 어디까지 치솟을지 방송계가 숨죽일 정도다.
'미스터 트롯'의 성공은 종편 오디션프로그램의 특색과 색깔을 얼마나 극대화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예능기획사 P모 대표는 '미스터 트롯'의 성공비결에 대해 "방송 콘텐츠의 경쟁력은 결국 연출의 힘"이라고 말한다. 우선 순수 노래 경연 중심의 기존 아이돌 서바이벌 포맷을 과감히 벗어나 다양한 쇼적인 요소들을 가미했다. 이전까지 트로트하면 정통 스타일의 '가요무대'였다면 '미스터 트롯'은 다양한 방식의 즐길거리로 엮어냈다. 이는 오디션프로그램이라는 압박감과 불편함을 상쇄시키는 힘이 됐다.
'미스터 트롯'은 순수 노래 경연 중심의 기존 아이돌 서바이벌 포맷을 과감히 벗어나 다양한 쇼적인 요소들을 가미했다. 사진은 '미스터 트롯' 도전자 이미지. /TV조선 제공 |
◆ 트로트 프로그램 흥행 폭발, TV조선도 1000억 이상 유무형가치 창출
'미스트롯'에 이은 '미스터 트롯'의 쌍끌이 히트는 방송계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종편채널의 위상도 바꿔놨다. 종편 개국 9년 만에 TV조선의 자존심을 일군 수훈갑은 물론 헤드 연출자로 두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서혜진 PD(국장)다. SBS 출신인 그는 TV조선으로 이적해 '아내의 맛' '연애의 맛' 등을 론칭해 분위기를 일신한 뒤 지상파에서 홀대받던 트로트 장르를 종편채널 간판 영역으로 개척했다. TV조선이 지난해 '미스트롯' 성공 후 처음 흑자 전환된 사실만으로 킬러 콘텐츠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만하다.
나영석 PD는 KBS에서 CJENM으로 이적 후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신서유기 시리즈'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 '스페인하숙' 등 그만의 독창적인 예능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였다. 한때 나영석 PD의 연봉이 4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방송가의 이슈가 됐다. 지난 2018년 CJENM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나영석 PD는 연간 총 37억 2500만원을 받았다. 그의 연봉에는 상여금(35억 1000만원)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당해 연도 CJ그룹의 회장, 부회장보다 많은 금액으로 화제를 모았다.
모든 킬러콘텐츠는 그 자체만으로 빛을 발하고 스타를 탄생시킨다. 서혜진은 1997년 SBS에 입사해 '놀라운 대회 스타킹' '고쇼' '도전 1000곡' '송포유' '동상이몽' 등 굵직한 화제 프로그램을 연출했다. 이적 후 트로트 예능 신화를 새로 쓴 서혜진 PD의 몸값은 이미 나영석을 뛰어넘을 태세다. 1년 후 계약만료를 앞두고 내부에선 벌써 '50억 베팅설'이 구체화되는 분위기다. '미스-미스터' 시리즈가 이미 1000억원 이상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서혜진의 거취에 벌써부터 방송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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