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은 샤론 최(왼쪽)의 센스 있는 통역에 외신이 극찬하고 있다. /샌타모니카(미국)=AP.뉴시스 |
"방광이 한 시간 가량 버텨주기를 기도했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을 맡은 샤론 최(최성재)가 아카데미상 무대에 오르기까지 10개월의 여정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샤론 최는 18일(현지 시간) 미국 연예매체 버라이어티에 수기 형식의 글을 통해 그동안의 여정을 소개했다. 그는 "지난 6개월은 내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 허니레몬티의 끝없는 주문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며 "이제 앞으로 내가 쓸 각본은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나의 진심과 밀접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샤론 최는 '무대 공포증' 때문에 오스카 무대에 서기까지 남다른 고충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는 "가면 증후군과 싸웠고, 대중에게 사랑받는 사람의 말을 잘못 전달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싸워야 했다"며 "무대 공포증에 대한 유일한 치유법은 무대 뒤에서 10초간 명상하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연한 기회로 봉준호 감독의 통역 일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샤론 최의 통역 경험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 '버닝'과 관련한 통역이 전부였다. 지난해 4월, 단편영화 각본 작업으로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통역 의뢰를 거절한 그는 두 번째 통역 의뢰를 기꺼이 수락했다. 샤론 최는 "(통역할 때)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방광이 한 시간가량 버텨주기를 기도했다"고 했다.
샤론 최는 초등학교 시절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2년을 살았고, 미국의 대학에서 영화예술 미디어학을 전공했다.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는 그는 "이번 여행은 특권일 뿐이었다.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 산소탱크가 필요했다"며 "감독으로서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는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샤론 최는 "이제 남은 일은 나 자신과 영화 언어 사이를 통역하는 것"이라며 "사고의 유연함이 '기생충'을 현재의 위치로 이끌었고, 공감을 만들어냈다. 내가 이야기꾼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덜 외로움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봉준호 감독의 통역 일은 "모든 장벽을 깨트린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가 됐다"라고 표현했다.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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