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전도연'] '지푸라기' 잡고, 코미디 꿈꾸는 '칸의 여왕'
입력: 2020.02.19 05:00 / 수정: 2020.02.19 05:00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전도연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대중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더팩트|박슬기 기자] 기분 좋은 미소로 얼굴을 한가득 채운 전도연(47)은 마치 소녀 같았다. 세월을 비껴간 듯 여전히 고운 피부를 자랑했고, 마른 체형을 감싸는 세련된 패션으로 20대 못지않은 감각을 자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잘 드러난다. 파격적인 미니스커트에 크롭 티를 입은 그의 모습은 20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어떤 역할이든 찰떡 같이 소화해내는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도 강렬한 잔상을 남겼다.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의 개봉을 앞둔 전도연을 만났다. 환한 미소로 취재진을 반긴 그는 솔직한 입담으로 시종일관 인터뷰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들었다.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참석한 그에게 "극 중 캐릭터와 너무 다르다"라고 이야기를 꺼내니 "화장 지우면 청순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는 코미디 장르를 좀 해보고 싶다"고 하소연하듯 얘기를 꺼냈다.

"이제는 이런 말 하기도 입 아파요. 가볍고 재밌는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어서 계속 찾고 있는데, 저에게 제안 오는 작품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겁고 최선을 다해서 열연해야 하는 작품들이더라고요. 가벼운 작품을 해서 대중과 좀 가까워지고 싶어요."

'칸의 여왕' '베테랑 배우' 등 전도연은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여배우다. 그는 이 점이 자신의 고민이라고 했다. "사실 이번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됐는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어요. 영화제 영화는 자칫 대중에게 무겁게 다가갈 수도 있잖아요. 전 관객들과 거리감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죠."

전도연은 연희는 워낙 만들어진 캐릭터라 힘 빼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전도연은 "연희는 워낙 만들어진 캐릭터라 힘 빼고 연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전도연은 이번 작품에서도 파격적인 변신을 했다. 빨간 립스틱에 짧은 치마, 사람을 해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미스터리한 여자 연희 역을 맡았다.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하지만, 이를 연기한 전도연이 완성도 높게 소화하며 강렬함을 남겼다.

"연희는 워낙 만들어져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전도연이 아니라 어떤 누가 해도 연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하려고 노력했어요. 색깔이 강한 캐릭터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게 만들려고 했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김용훈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전도연은 앞서 영화 '생일'과 '카운트다운' 등 신인 감독과 호흡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큰 고민은 없었다.

"영화가 뻔한 요소를 뻔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게 매력 있었어요. 모든 배우가 이 시나리오를 읽고 '내가 주인공이구나'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죠. 다만 신인 감독인 만큼 이 배우들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걱정은 조금 있었어요."

배우 전도연(오른쪽)과 윤여정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언론시사회에서 손을 잡고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새롬 기자
배우 전도연(오른쪽)과 윤여정이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언론시사회에서 손을 잡고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다. /이새롬 기자

전도연은 윤여정에게 이번 작품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미스터리한 노모의 모습이 윤여정과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서다. 윤여정은 앞서 다수의 공개석상에서 "전도연이 나를 섭외했다"며 "연기지도도 해줬다"고 말해 관심을 모았다.

"'하녀' 때 이야기를 지금까지 하시니까 이번에도 (캐스팅 이야기가) 오래갈 것 같아요. 하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사실 윤(여정)선생님 밖에 생각이 안 났어요. 주인공 중에 유일하게 숨바꼭질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선생님께 제가 읽고 느낀 것을 말씀드렸더니 역시나 '그렇게 좋으면 네가 하지'라고 하셨어요. 하하."

또 이번 작품에서 관심을 모은 건 전도연과 정우성의 만남이다. 두 사람은 짧지만 강렬한 연인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너무 짧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사실 정우성 씨와 처음 촬영할 때 적응하느라 힘들었어요. 다정하게 '밥 먹고 얘기해'라고 하는 장면인데, 눈을 못 마주치겠더라고요. 새삼 '이런 신을 찍어본 게 오래됐구나' 싶었어요. 하하. 정우성 씨가 구현해내는 태영 캐릭터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었는데, 함께 등장하는 장면이 짧아 아쉬웠죠. 다음번엔 코미디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어요. 사람들이 전도연, 정우성하면 멜로를 상상하실텐데 반전으로 코미디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요?"

전도연은 영화에 대해 신선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며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전도연은 영화에 대해 "신선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며 "배우들 모두가 주인공이라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전도연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출연을 가장 먼저 결정하고, 섭외에도 힘을 기울였다. 주인공이 결정되면 투자, 배급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그는 영화의 중심축이 돼 큰 역할을 했다. 그에게 "배우 말고 연출이나 또 다른 영역엔 관심이 없냐"고 묻자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가끔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었을 것 같아'라는 생각은 해요. 하하. 그런데 첫 단추가 중요하잖아요. 전 어렸을 때 데뷔해서 감독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요. 그때는 훨씬 더 권위적이었고, 어려웠죠. 그렇게 시작해서인지 감독은 제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또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이야기나 캐릭터를 표현하는 게 더 즐겁고 좋아요."

지난 9일(현지 시간)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최고작품상은 물론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앞서 '칸의 여왕'으로 해외 영화제의 길을 연 전도연은 이 소식을 듣고 어땠을까.

"정말 깜짝 놀랐어요. 칸에서 황금종려상 받았을 때는 봉준호 감독님과 송강호 선배한테 '축하한다'고 문자를 보냈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축하한다는 말로 될 일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워서 연락도 못 했어요. 정말 딴 세상 이야기 같았죠. 저는 갈 길이 멀었지만, (아카데미 수상) 꿈을 꾸게 됐어요."

전도연은 대중과 가까운 배우가 되고 싶다며 코믹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전도연은 "대중과 가까운 배우가 되고 싶다"며 "코믹한 작품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지난해 세월호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생일'로 관객의 눈물을 쏙 빼놓은 전도연은 올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통해 '걸크러쉬'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매 작품에서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게 하는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계속 말씀드렸지만, 가벼운 작품으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싶어요. 그동안 '칸의 여왕' 등의 별명으로 오랜시간 불러주셨는데, 영화제와 제 이름이 항상 같이 있다보면 더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좋은 수식어와 칭찬도 좋지만, 대중과 거리감을 좁히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psg@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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