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배진웅, '지푸라기' 잡은 新 신스틸러
입력: 2020.02.18 05:00 / 수정: 2020.02.18 05:00
배진웅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임세준 기자
배진웅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메기 역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임세준 기자

메기 役으로 강렬한 인상 남긴 배진웅

[더팩트|박슬기 기자] 배우 배진웅(38)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의 수혜자가 아닐까 싶다. 옅은 미소와 살기 어린 그의 눈빛은 스크린을 단숨에 압도한다. 단 몇 장면만으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는 그는 새롭게 떠오르는 충무로 신스틸러다.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편집국에서 배진웅을 만났다. 큰 키와 강렬한 인상은 영화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 메기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내 선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에 대한 소개를 하는 배진웅의 모습은 180도 달랐다.

긴장해서였을까. 배진웅은 인터뷰 장소에 있던 손 세정제를 연신 반복해서 발랐다. "코로나19 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묻자 "긴장을 많이 한 것 같다"며 "자꾸만 손이 여기로 간다"고 웃었다.

배진웅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사채업자 두만(정만식 분)의 부하직원 메기 역을 맡았다. 메기는 살인을 즐기고, 동물의 내장을 즐겨 먹는다. 무자비한 인물인 만큼 그의 얼굴에선 그 어떤 표정이나 감정도 읽을 수 없다.

"캐릭터를 만들 때 혼자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메기 같은 경우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살인을 앞두고 묘한 설렘이 느껴지는 미소를 짓는다든지 표정에 신경을 많이 썼죠. 또 감독님이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해보자고 하셔서 즐겁게 만든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강했기 때문에 저만의 메기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진웅(맨 왼쪽)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 정만식, 전도연 등과 호흡을 맞췄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진웅(맨 왼쪽)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 정만식, 전도연 등과 호흡을 맞췄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그의 노력은 남달랐다. 영화에 잠깐 등장하는 회 뜨는 장면을 위해 실제 횟집에 가서 여러 번 배웠다. 그는 "영화에는 잘 안 나올지라도 능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뿌듯했던 건 대역이 아닌 제가 그 장면을 직접 소화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진웅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했다. 20대 후반, 우연히 아는 동생의 제안으로 연기 수업을 제안받고 발을 들였다. 연기의 매력에 푹 빠진 배진웅은 차근히 연기 경력을 쌓았다. 비록 단역일지라도 그에겐 꿈에 대한 확신을 주는 계기가 됐고, 이후 10년의 긴 무명생활을 보냈다.

"아이러니한데 힘들지 않았어요. 제가 선택한 일이잖아요. 모순된 말이지만 저는 주변에 늘 '아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해요. 지금 안 되더라도 '앞으로 할 게 더 많으니까'라고 생각하면 또 힘을 낼 수 있거든요. 전 명확하게 돈을 벌려고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에요. 그래서 영화가 엎어지더라도 오디션에 합격하면 그걸로 기뻐요."

그런 그에게 운명 같은 작품이 나타났다. 바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었다. 배진웅은 "열심히 했지만 작품에 해를 안 끼치는 선에서 더 노력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말했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선배님들이 중심을 잡아주시고, 감독님, 스태프분들의 협업도 좋아서 거기에 대한 믿음도 컸죠. 그동안 단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 작품을 계기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작품이 좋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으니 공부가 됐죠."

배진웅은 회 뜨는 장면을 위해 약 10번 횟집에 가서 회 뜨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배진웅은 "회 뜨는 장면을 위해 약 10번 횟집에 가서 회 뜨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임세준 기자

배진웅은 오랜 무명기간을 보냈음에도 긍정적이었다. 배우 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현재, 달라진 게 있다면 무엇일까. "배우라는 꿈이 더 명확해져 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연기할 때 지레 겁 먹으며 연기를 했는데, 이젠 제법 대범해지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신인이고 단역이면 보여주고 욕 먹을까 매번 걱정했거든요. 하지만 이젠 욕 먹더라도 일단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런 걸 느낄 때 내심 뿌듯하죠."

2020년 배진웅의 조짐이 좋아 보였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눈도장을 찍고 올 봄엔 드라마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오랜 무명생활을 딛고 밝은 세상에 한발자국 다가선 그다.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작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줬을 때 사람들이 못 알아본다면 그것만큼 큰 기쁨이 없는 것 같아요.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한 이미지로 굳혀질 수도 있지만, 제가 노력해야죠. 일상생활에 다양한 얼굴이 많듯이 이를 작품에서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에게 지푸라기는 무엇일까. 긴 세월 한 우물만 파온 그인 만큼 문득 궁금증이 들었다. "저에게 지푸라기는 꿈인 것 같아요. 이루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모두가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잡기 위해서 노력하듯 저 역시 꿈을 잡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진웅은 사람들이 잘 못알아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세준 기자
배진웅은 "사람들이 잘 못알아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작품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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