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배성우'] 평범한 것도 특별하게
입력: 2020.02.09 00:00 / 수정: 2020.02.09 00:00
배성우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한 중만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성우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거액의 돈가방을 발견한 중만 역을 맡았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사우나 알바로 생계 유지하는 가장 중만 役

[더팩트|박슬기 기자] 선한 얼굴과 어리숙함, 왠지 모르게 억울해 보이는 표정. 배우 배성우의 매력은 이런 점들이 아닐까.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평면적인 걸 입체적으로 만드는 그는 작품을 풍성하게 만들며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에 출연한 배성우를 만났다. 추운 날씨 탓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인터뷰에 참석한 그는 친근한 매력으로 편안한 인터뷰 분위기를 만들었다.

배성우는 이번 작품에서 가족의 생계를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가장 중만 역을 맡았다. 치매 걸린 어머니, 서울로 대학을 보낸 딸을 둔 그는 사우나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번다. 극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평범한 색깔을 가진 캐릭터지만,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와 가장 맞닿아있다.

"사실 대본은 재밌었는데, 중만 역에 큰 매력을 느끼진 못했어요. 뭐랄까. 그렇게 당기는 캐릭터는 아니었거든요. 하하. 그래서 원작 소설을 통해 이 인물에 좀 더 깊이 다가갔어요. 결론적으로는 이 친구가 '영화 전체의 주제 의식을 표현해주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됐죠."

배성우는 원작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재밌다며 상황설정은 다르지만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성우는 "원작 소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재밌다"며 "상황설정은 다르지만 모두 나름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성우는 중만이 "개성 없는 게 개성인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는 인물의 전사부터 애드리브까지 고민하며 평범한 인물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대본 회의 때 중만이 '보증을 잘못 서서 돈을 날린' 설정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그런데 저는 반대했어요. 피해자로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더라고요. 능력이 부족하고 게을러서, 또 아버지가 이뤄놓은 것들을 제대로 관리를 못 한다는 설정으로 가는 게 영화의 구조와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에 위트를 가미해서 리듬감을 살리려고 했습니다."

'베테랑 배우'인 만큼, 쉽게 연기할 거란 생각과 달리 치열하게 고민했다. 또 한 장면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았다. 배성우는 애드리브와 순발력을 위해 "평소 상황이나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재밌는 포인트를 찾으려고 노력한다"며 "사람들을 많이 관찰한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중만은 거액의 돈가방을 사우나에서 발견하고 고민한다. 여러 생각이 들지만, 일단 보관실에 둔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누군가 보지 않게 숨겨두는 것 뿐. 이후 시간이 흐르고 위기 상황에 부딪힌 그는 망설임 없이 돈가방을 들고 도망간다. 실제 배성우였으면 어땠을까. 그에게 '집 앞에 돈가방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극 중에서 돈가방을 발견하고 고민하는 중만의 모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극 중에서 돈가방을 발견하고 고민하는 중만의 모습.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집 앞에 놔뒀으면 사유지니까 우리한테 준 거 아닌가요? 하하. 농담이고요. 중만의 상황이었다면 신고를 할 것 같아요. 덜컥 큰돈을 발견했으니 얼마나 무섭겠어요. 그런데 욕심은 났을 거예요. 안타까운 건 중만이 치밀하게 돈을 들고 가지 못했다는 거죠."

영화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하다. 또 돈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들의 추악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리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따로, 또 같이 펼쳐지는 퍼즐 같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묘한 매력을 준다.

"이 영화처럼 독특한 구성의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도 다른 기회가 있으면 여러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데, 사실 나오기 힘들긴 하죠."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한 배성우는 다양한 무대에서 연기경력을 쌓았다.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건 제법 늦은 시기였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은 지금의 배성우를 있게 만들었다. 그에게 중만을 빗대어 '무명시절 힘들지 않았냐'고 묻자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연극계에서 꽤 잘나갔습니다. 개런티가 보장됐고, 상업적이었기 때문에 생각한 것만큼 크게 힘들지 않았어요. 하하하."

배성우는 내 취향과 잘 맞는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성우는 "내 취향과 잘 맞는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공

배성우 하면 다양한 작품이 떠오른다. 영화 '안시성' '꾼' '더 킹' '내부자들' '뷰티 인사이드' '베테랑' 등 수없이 많다. 각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며 많은 흥행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런 만큼 앞으로 배우로서 목표설정이 궁금했다.

"사실 배우라는 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누군가 작품을 제안하고, 또 제안을 받고서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하는 거죠. 특별한 것보다 그냥 연기나 작품을 길게 보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제 취향에 좋은 퀄리티의 연기나 작품이 나오면 그걸 먼저 고르려고 하죠."

그는 그러면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자신만의 생각을 밝혔다.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돼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에게서 자양분으로 삼아서 연기가 나오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중심을 잘 잡고 살아가려고 하죠. 나란 사람 자체가 매력이 있고, 중심을 잡으려면 끊임없이 고민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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