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심은경의 '심기일전', 일본 영화계도 인정
입력: 2020.01.29 05:00 / 수정: 2020.01.29 09:17
일본 관객이 인정한 한류 배우. 심은경은 일본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올해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영화 조작된 도시 언론시사회 당시 모습. /남용희 기자
일본 관객이 인정한 한류 배우. 심은경은 일본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올해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사진은 영화 '조작된 도시' 언론시사회 당시 모습. /남용희 기자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 및 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

[더팩트|강일홍 기자] 배우 심은경 하면 영화 '수상한 그녀'를 빼놓을 수 없다. 아역 연기자 출신의 배우가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려면 반드시 전환점이 필요한데, 심은경은 갓 스물 나이에 만난 이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완벽히 자신의 연기영역을 구축한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인생작을 만난 셈이다. 이 영화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재미있는 영화'로 평가받으며 870만 관객을 동원했고, 심은경은 나문희 박인환 같은 대배우들이 인정할 만큼 당당히 '연기파 배우'의 입지를 굳혔다.

심은경은 이보다 4년 앞서 개봉돼 호평을 받은 '써니'(2011년)에서 이미 충만한 끼를 보여줬다. 그는 유호정의 어린 나미역을 완벽하게 연기해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돋보이는 활약에도 '써니'는 그에게 100% 멍석을 깔아주지는 못했다. 심은경은 '써니'에서 남긴 아쉬움을 '수상한 그녀'에서 탈탈 털어냈다. 기상천외한 캐릭터에 걸맞는 '적역' 캐스팅, 심은경은 세대를 뛰어넘는 '환상의 앙상블' 연기를 통해 웃음과 감동이 묻어나는 짙은 페이소스 리얼 코미디를 탄생시켰다.

심은경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서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여기자(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아 마츠자카 토리, 다나카 테츠시, 다카하시 카즈야 등과 열연했다. /더쿱 제공
심은경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일본 영화 '신문기자'에서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여기자(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아 마츠자카 토리, 다나카 테츠시, 다카하시 카즈야 등과 열연했다. /더쿱 제공

일본 무대 첫 출연작 '신문기자',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

심은경의 연기는 일찌감치 정평이 났지만 아쉽게도 꽃길로 이어가지 못했다. 영화 '특별시민'(2017년)은 그가 잘못 선택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당시 그는 치솟은 인기와 주가에 힘입어 대박영화 '신과 함께'에 동시 출연제의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더구나 '신과 함께' 제작자인 리얼라이즈픽쳐스 원동연 대표는 애초 심은경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뒤늦게 아쉬움을 더했다. 배우는 작품 선택이 잘못되면 언제든 고착화된 이미지에 스스로 매몰될 위험성이 있다.

영화나 드라마의 작품 속 주인공이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 운명이 뒤바뀌는 예는 부지기수다. 가요계에도 원래 곡을 받았던 가수의 거절로 엉뚱한 가수가 대박을 떠뜨리는 등 비슷한 상황은 흔하다. 뒤늦게 후회해봐도 소용없지만 모두 판단 미스다. 후일담이지만 심은경의 거절로 김향기에게 돌아간 '신과 함께' 덕춘 역은 관객들한테도 뒷맛을 남긴 캐릭터였다. 기획 당시부터 특정 배우를 지목해 배역을 염두에 뒀던 만큼 원래 주인공이 맡았다면 뭔가 달랐을 것이란 아쉬움 때문이다.

윗 단추가 잘못 꿰지면 아랫 단추들까지 영향을 받게 마련이지만, 세상사란 한번 꼬이거나 틀어지면 예상치 못하는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심은경은 이후 영화 '염력'에서도 자존심을 구겼다.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혹평을 들으며 1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류승룡 박정민 정유미 등 함께 호흡한 배우들도 저마다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듯 이질적이었다. '관상'에서 시작된 사주 시리즈로 기대를 모았던 '궁합' 마저도 초라한 성적표로 그를 외면했다.

한국 배우가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 쥔 것은 심은경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말 일본 개봉 당시 도쿄 신주쿠의 한 복합몰 외벽에 내걸린 배우 심은경 주연의 영화 신문기자 포스터. /도쿄=강일홍 기자
한국 배우가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 쥔 것은 심은경이 처음이다. 사진은 지난해 7월 말 일본 개봉 당시 도쿄 신주쿠의 한 복합몰 외벽에 내걸린 배우 심은경 주연의 영화 '신문기자' 포스터. /도쿄=강일홍 기자

KPOP 이은 한류 배우 진가 보여준 '연기파 배우' 심은경의 다음 선택 궁금

필자는 지난해 7월 말 일본에 갔다가 멀티플렉스관이 입점해있는 신주쿠의 한 대형 백화점 외벽에 붙어있는 낯익은 얼굴과 조우했다. '관상' 이후 활동을 중단한 심은경이었다. 놀랍게도 일본 영화 '신문기자'의 주연배우로 일본 도심 한복판 전광판에 등장했다. 심은경은 한일간 불편한 갈등이 한창 고조돼 일본 여행조차도 조심스런 분위기 속에 더 도드라져 보였다. 마침 그의 근황이 궁금했던 차에 수소문을 해보니 심은경은 일본으로 건너가 1년 넘게 연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심은경은 '신문기자'에서 정권의 비리를 파헤치는 여기자(요시오카 에리카) 역을 맡아 마츠자카 토리, 다나카 테츠시, 다카하시 카즈야 등과 열연했다. 영화는 일본 열도를 발칵 뒤집어놓을 익명의 제보와 고위 관료의 석연치 않은 자살을 둘러싼 이야기다. 아베 총리를 둘러싼 사학스캔들 중 '가게(加計)학원 스캔들'과 비슷하다. 일본 여배우 누구도 정치스캔들, 특히 아베 관련 스토리에 출연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결국 일본어가 능숙한 연기파 배우 심은경이 적임자로 발탁됐다.

심은경의 활약은 '신문기자'가 일본에서 3개월 넘게 상영되면서 일본 영화팬들이 이미 인정한 바 있지만 결국 낭보를 전했다. 지난 16일 그는 일본 아카데미상이 발표한 올해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오는 3월6일 열리는 본 시상식의 최우수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다. 배우로 일본 본토에 진출해 일본 아카데미 우수 여우주연상을 거머 쥔 것은 사실상 심은경이 처음이다. 아이돌 KPOP에 이어 한류 배우의 진가를 보여준 '연기파 배우' 심은경의 다음 선택이 궁금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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