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윤시윤'] "광고 안 찍어도 감사해요"
입력: 2020.01.26 00:00 / 수정: 2020.01.26 00:00
윤시윤은 스스로를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시윤은 스스로를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한 방 바란 적도 있지만 지금이 감사해"

[더팩트|문수연 기자] 치열하기로 소문난 연예계에서 10년간 꾸준히 활동하면서도 이토록 한결같이 순수하고 겸손할 수 있을까 싶었다.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말마저도 겸손했다. 배우 윤시윤 이야기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tvN 드라마 '싸이코패스 다이어리'(극본 류용재, 연출 이종재)에 육동식 역으로 출연한 윤시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육동식으로 분해 '가짜 사이코패스'부터 '세상 착한 호구'의 모습까지 완벽히 그려냈다.

특히 '호구'의 모습은 그가 KBS2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출연해 보여준 실제 순수한 모습과 닮아있기도 했다. 하지만 윤시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이번 드라마에는 남들이 봐주는 제 모습이 담겼다. 주변에서 '너랑 너무 비슷한데' '너 같은데'라고 기분 좋지 않은 소리를 하더라. (웃음) 사람들이 보는 나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말로 육동식과 닮았다는 것을 믿지 않는 것 같은 그에게 스스로가 보는 자신의 모습을 묻자 "저는 치명적인 사람"이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저는 제 성격이 육동식은 진짜 아니라고 생각하는 다른 사람들은 열이면 열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여러 모습이 있으니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윤시윤은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육동식 역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캡처
윤시윤은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에서 육동식 역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줘 호평을 받았다. /tvN '싸이코패스 다이어리' 캡처

윤시윤은 이번 작품에서 실제와 닮은 순수함부터 스스로를 사이코패스로 착각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줘 연기 호평을 받았다. 드라마 관련 기사, 영상 댓글에는 온통 그의 칭찬으로 가득했다. 기분이 좋을 법도 했지만 의외로 윤시윤은 본인에게 꽤 냉정했다.

"연기 호평은 팬들이 해주신 거예요. 거기에서 용기만 얻으면 될 것 같아요. 스코어(시청률)에서 자신감이 떨어질 때 팬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니까 용기를 얻고 현장에서 잘 할 수 있었어요. 누군가는 '프로라고 매번 잘할 수는 없다'고 하지만 제 생각에 진정한 프로는 어떤 상황이든 바이어가 요구하는 최소 조건을 해야 하고 기복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작품은 기대감이 높았던 시나리오였고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제가 잘 해내지 못한 것 같아요. 최소 조건은 만족시켜서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함께한 스태프, 배우들에게는 많이 미안해요."

'싸이코패스 다이어리'는 신선한 소재, 배우들 연기 호평에도 불구하고 1~2%의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보통 성적이 안 좋은 경우 많은 배우들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것과 달리 윤시윤의 분석은 매우 냉정했다.

그는 "주변에서 저를 위로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저희 작품 첫 방송 때 KBS2 '동백꽃 필 무렵'도 방송 중이었고 청룡영화상도 열렸다. 하지만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다. 대중예술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의 즐거움은 본질인데 그 즐거움을 충족시켜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시청자를 끌고 오지 못했던 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냐. 대중은 냉정하다. 갈수록 TV 시청률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그러면 '동백꽃 필 무렵' '낭만닥터 김사부' '스토브리그'는 뭐냐. 제가 기죽을까 봐 위로해주는 건 너무 감사하고 그걸 통해 일어설 수 있지만 사실 재미를 못 드려서 죄송하다. 더 큰 즐거움을 드렸어야 하는데. 사실 그걸 꿈꾸면서 계속 연기하는 거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윤시윤은 현장이 설레고 일이 너무 즐겁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시윤은 "현장이 설레고 일이 너무 즐겁다"며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한 작품을 이끄는 주연 배우의 위치에 있는 만큼 그가 느끼는 무게감은 상당해 보였다. 자신을 믿고 주연을 맡겨준 것에 책임감이 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연기의 즐거움도 커 보였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그는 지친 적이 없다며 "일이 너무 즐겁다. 아직도 현장이 설레고 대본을 보면 기분이 좋다. 아직도 주인공을 시켜주신다는 게 황송하다. 드라마 한 편이 나오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사활을 건다. 평생 만져보지도 못할 돈을 투자받아서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커리어를 걸고 승부를 본다. 거기에 윤시윤을 앞에 세운다? 지금도 저는 너무 민망할 정도로 황송하다. 기회를 주셔서 너무 좋고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겸손함이 가득했지만 그런 그도 과거에는 '한 방'을 바랐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잠시였다. 윤시윤은 "한때는 되게 서글플 때도 있었다. 나도 빵 터져서 광고도 많이 찍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매번 간절하게 해야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축복인 것 같았다. 그래서 매 작품 감사히, 간절히 할 수 있었다. 제 성격이 겸손한 게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 제가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매번 주인공으로 연기를 해왔지만 언제까지 기회를 주겠냐. 매 작품 간절하게 해야 했다. 다행히 이 간절함을 많은 분들이 알아서 박수도 쳐주시고 '일회용 기회'를 갱신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윤시윤은 영화에도 욕심을 드러내며 작은 역할도 좋다고 말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윤시윤은 영화에도 욕심을 드러내며 "작은 역할도 좋다"고 말했다. /모아엔터테인먼트 제공

차기작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그는 드라마는 물론이고 그동안 기회가 별로 없었던 영화에도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도 제가 가진 꿈 중에 하나다. 그런데 영화는 관객들이 내 이름을 보고 티켓을 구매해서 보는 거라 거기에 맞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드라마에서 줄곧 주연을 맡았던 그에게 좋은 작품이지만 작은 역할 제안이 오면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좋죠"라고 답하더니 "영화는 제가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 크다. 재미없는 작품을 내 이름을 걸고 하는 건 고역이다. TV는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릴 수 있지만 영화관에서는 핸드폰을 할 수도 없고 중간에 나가기도 어렵지 않냐. 그러면 제 연기가 폭력이 되는 거다. 역할의 크기보다는 작품이 진짜 재밌어야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관이 확고해 보이는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묻자 "한국의 로빈 윌리엄스가 되는 게 항상 꿈이었다"며 "어렸을 때 봤던 '피터팬' 같은 배우가 돼서 사람들에게 따뜻함을 주고 싶다. 그래서 철부지 같은 모습도 유지하고 싶고 어른을 위한 동화를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과연 제가 하는 섹시한 영화를 보고 싶어 할까요?"라고 묻는 말에 "보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자 그는 "올해는 일단 패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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