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원맨쇼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희극인 남보원(본명 김덕용)이 21일 오후 폐렴으로 타계했다. 고 백남봉과 함께 투맨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한국코미디협회 제공 |
희극인 후배들 "장례는 코미디협회장으로"…순천향대서울병원서 타계
[더팩트|강일홍 기자] 국내 최고 '원맨쇼의 달인'으로 평가받는 희극인 남보원(본명 김덕용)이 폐렴으로 타계했다.
남보원은 21일 오후 3시40분께 입원 치료 중이던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했다. 유족으로는 매니저 겸 아내 주길자 여사와 딸을 뒀다. 향년 84세, 발인은 23일 오전 서울삼성의료원.
가족들에 따르면 남보원은 닷새째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운명했다. 고인은 연초 갑자기 쓰러져 119에 실려간 뒤 일시적으로 의식을 되찾았으나 다시 의식을 잃었다.
한국코미디협회 관계자는 이날 "1년 넘게 감기를 앓으면서 병원 치료를 받고 좀 좋아지면 다시 행사에 계속 출연하곤 했다"면서 "이런 중복된 과로가 노환과 겹쳐 폐렴으로 발전한 뒤 결국 일어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례식은 빈소가 마련된 서울삼성의료원에서 코미디협회장으로 치러지며 선영이 있는 경기도 남한산성 자락의 가족묘에 안장될 것으로 알려졌다.
생전 남보원은 전쟁을 겪은 세대만이 알 수 있는 전투기 엔진소리와 이륙 모사음, 출항하는 뱃고동, 기차의 기적소리 등을 콩트 속에 녹여내 눈을 감고 들으면 마치 그 현장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물의 소리를 그대로 복사해내는 것이 주특기였다.
그는 또 가설극단 시절을 함께한 수많은 희극인들 중에서도 고 백남봉과 함께 투맨쇼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이례적으로 유명인 상가에서 '한오백년' 등을 진혼곡으로 불러 유족들의 슬픔을 달래준 희극인이기도 하다.
남보원은 평안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1951년 1.4후퇴 때 가족들과 함께 월남한 실향민이다. 성동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동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중퇴했다. 1985년 원맨쇼 라이벌 콤비였던 고 백남봉과 평양공연에 합류하면서 꿈에 그리던 고향 땅을 밟았다.
1960년 연극배우로 첫 데뷔한 뒤 1963년 영화인협회 주최 '스타탄생 코미디'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연예계에 정식 진출했다. 1997년 제4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 대상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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