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최민식'] 30년 연기 내공이 만든 '천문' 장영실
  • 박슬기 기자
  • 입력: 2019.12.22 00:00 / 수정: 2019.12.22 00:00
최민식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은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천문:하늘에 묻는다' 26일 개봉[더팩트|박슬기 기자]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충무로의 기록이 있다. 배우 최민식이 이순신 장군으로 출연한 영화 '명량'의 관객수다. 2014년 개봉 당시 1761만 5658명을 기록한 이 작품은 5년이 지난 아직도 국내 최고의 관객수로 남아있다. 하지만 최민식은 벌써 그 작품을 잊었단다. 그러면서 그는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영화) 만드는 재미에 취해 살고 싶어"라고 말했다. 마치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속 장영실의 모습 같았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최민식을 맡았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는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천문'(감독 허진호)속 살집 있는 모습과 달리 제법 핼쑥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지금 15kg 정도 뺐어요. 의사가 그렇게 살다가는 죽을 것 같다고 해서 뺐죠. 하하. 힘들어요. 영화에서는 (한)석규가 말랐으니까 나는 뚱뚱해도 될 것 같아서 외형적으로는 별로 신경 안 썼던 것 같아요. 과학 하는 사람이 꼭 말라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하."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영화 '천문' 결과물에 꽤 만족스러운 듯 보였다. 최민식은 작품 선택 이유부터 한석규와 호흡까지 거침없이 다양한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최민식과 한석규는 영화 쉬리 이후로 약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과 한석규는 영화 '쉬리' 이후로 약 20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났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에 석규랑 동시에 대본을 받았어요. 허진호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누가 세종, 장영실 할지는 두 사람이 알아서 정해라'고 하더라고요. 석규한테 전화해서 '너 뭐 할래?'라고 물으니 '세종 한다'길래 제가 장영실을 맡았죠. 사실 이 작품이 다른 장르였어도 선택했을 거예요. 석규랑 한 번 만날 때가 됐다 생각했던 참이었거든요."

최민식과 한석규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동문이다. 최민식이 1년 선배로 두 사람은 20대 시절부터 약 30년간 배우 생활을 함께했다. 최민식은 "이런 동료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든든하다"며 웃었다.

'천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두 사람은 이 작품에서 브로맨스를 넘어 로맨스에 가까운 '케미'(궁합)로 완벽에 가까운 연기 호흡을 자랑했다.

"실제 우리 우정이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됐어요. 그동안 함께한 시간, 추억들이 있어서 서로의 눈빛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거든요. 현장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어요. 사전에 리허설 없이 촬영해도 맞더라고요. '이게 궁합이구나' 싶었어요."

최민식은 사극이 아니었어도 한석규와 함께라면 찍을려고 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은 "사극이 아니었어도 한석규와 함께라면 찍을려고 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사람의 연기는 강한 흡인력으로 관객을 빨아들인다. 두 사람이 웃을 때면 함께 웃게 되고, 그들이 눈물을 흘리면 함께 감정에 젖어 든다. 이는 두 사람의 연기 내공이 만든 힘이다.

최민식은 이 작품에서 천진난만한 장영실의 모습을 완성했다. 앞서 '침묵' '명량' '신세계' '범죄와의 전쟁' '악마를 보았다' 등에서 보여준 묵직한 모습과 사뭇 다르다. 그는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다"며 약간의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궁궐 안에서 장난치고 돌아다니는 장영실의 모습을 상상했어요. 이를테면 장난감 같은 모형을 들고 버선발로 돌아다니는 그런 모습이요. 항상 자세를 경건히 해야 되는 것보단 궁궐 안의 신하들과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최민식은 세종과 아주 친밀한 자유로운 장영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최민식은 "세종과 아주 친밀한 자유로운 장영실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하지만 최민식이 그리는 세종도 궁금했다. 그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이 얼마나 많나. 욕심이 많고 항상 목이 마르다. 늘 말씀 드림지만 전 멜로나 코미디가 하고 싶다. 더 나이 들기 전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민식은 그동안 많은 히트작을 내놨다. 이 가운데서도 '명량'은 굳건히 역대 천만 영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0년을 연기한 그에게 '명량'이 주는 특별한 의미는 없을까.

"솔직히 잊었어요. 저라고 스코어에 대해서 자유로울 수 있겠어요. 말이 안 되죠. 하지만 그런 걸 자꾸 생각하면 안 돼요. 작품에 대한 복기가 중요하지.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스코어는 제 범위 안에 일이 아니니까 만드는 재미에 취해서 살고 싶어요. 하지만 영화가 잘 됐을 때나 안 됐을 때나 원인은 분석하죠. 어떤 게 문제라서 소통이 안 됐나, 또 어떤 게 좋아서 대중들이 좋아하나 이런 부분들이요. 이런 점들이 공부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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