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문'은 세종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26일 개봉
[더팩트|박슬기 기자] 연기신(神)들의 첨예한 연기대결을 보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때아닌 로맨스물이 탄생했다.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브로맨스를 넘어선 애틋한 군신관계를 표현하며 새로운 사극을 완성했다.
'천문'(감독 허진호)은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한석규 분)과 장영실(최민식 분)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은 장영실이 세종 24년에 발생한 안여(安與: 임금이 타는 가마) 사건을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에 관심을 갖고 상상력을 더해 영화로 만들었다. 여기에 '연기 베테랑' 최민식과 한석규가 합세했다.
영화는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시작한다. 그들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장장 132분의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이 없다. 두 사람이 주고 받는 호흡에서 그들의 연기 내공이 제대로 느껴진다.
'천문'은 왕과 천민의 신분을 초월한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다뤘다. 허 감독은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든 '멜로의 장인'답게 이 관계를 굉장히 애틋하게 표현했다. 영화를 보다보면 사극인지, 로맨스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한석규는 세종 역을, 최민식은 장영실 역을 맡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두 사람의 관계는 눈빛의 변화로 잘 드러난다. 왕과 천민으로 만나 함부로 눈을 마주할 수 없던 첫 만남에서 마침내 서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깊은 속내를 깨닫게 되는 마지막 모습은 감동 그 자체다. 최민식과 한석규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세종과 장영실의 우정을 더 빛나게 했다.
한석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세종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애민정신 가득한 성군의 모습과 명나라 간신들을 처단하기 위해 태종의 흑룡포를 입는 모습은 카리스마 그 자체다. 앞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서 보여준 세종의 모습에서 한 차례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평소 눈이 안 좋던 세종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한쪽 눈이 충혈된 모습으로 등장해 완성도를 높였다.
최민식은 장영실의 옷을 입고 스크린에서 뛰어논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웃음을 만들어낸다. 그동안 봐왔던 무게감 있던 모습과 달라 보는 재미가 있지만, 몇몇 장면은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천문'에는 연기파 배우 신구, 김홍파, 허준호, 김태우, 김원해, 임원희, 윤제문, 오광록 등이 출연해 연기 구멍 없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장영실은 세종과 같은 꿈을 꾸며 그의 수족이 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하지만 역사 왜곡 논란은 피해갈 수 없다. 세종이 장영실이 만든 천문 기구를 불에 태우는 장면이 문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누리꾼은 "이는 연산군 때 일어난 사건으로 명백한 역사왜곡"이라고 지적했다. 허 감독은 이에 대해 지난 16일 진행된 '천문' 기자간담회에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해서 영화적 상상력을 가지고 이 영화를 만들었다"며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가 "역사왜곡에 대한 걱정이 많은데 기록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는 "역사라는 것은 모른다. 한 개인의 역사는 있을 수 있어도 덩어리의 역사는 어떤 게 진실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영화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록이 진실이 아니라는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천문'은 오는 26일 개봉하며 상영 시간은 132분, 12세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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