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정해인'] '시동' 끄고 쉬어야 할 때
  • 박슬기 기자
  • 입력: 2019.12.20 14:00 / 수정: 2019.12.20 14:00
배우 정해인은 영화 시동에서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았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정해인은 영화 '시동'에서 의욕충만 반항아 상필 역을 맡았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더팩트|박슬기 기자] 지쳐 보였다. 여러 말을 하지 않았지만, 휴식이 필요해 보였다. 이는 지난 3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였다. 정해인 역시 이를 인정하는 듯 인터뷰 내내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에게 연기는 새로운 에너지를 줬고, 이를 좋아해 주는 팬들은 원동력이 됐다. 정해인은 "연기가 좋고,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힘이 난다"며 특유의 선한 얼굴로 웃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영화 '시동'(18일 개봉)에 출연한 정해인을 만났다. 꽤 핼쑥한 모습이었다. 거뭇하게 자란 수염과 쏙 들어간 볼은 최근 그의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듯했다.

"어제 영화 뒤풀이를 한 탓일 거예요. 메이크업도 안 해서 더 그렇게 보이나요. 하하. 올해 유독 바쁘게 보내긴 했어요. 하지만 연기가 재밌고,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니까 힘이 생기더라고요. 하지만 확실히 휴식도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요즘 제가 출연하는 '걸어보고서'를 보고 힐링하고 있어요. 다시 여행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해인은 드라마 '봄밤'을 시작으로 영화 '유열의 음악 앨범' 예능 '정해인의 걸어보고서'와 각종 광고 등 촬영으로 바쁘게 보냈다. 한 달 평균 5일밖에 못 쉴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었다. 하지만 그게 '대세'임을 방증했다.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2014년 TV조선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한 정해인.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있어요. 제가 즐기고 좋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주어진 것에 충분히 감사할 줄 알아야 행복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연기를 앞으로 계속하기 위해선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몸과 정신이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정해인은 영화 '시동'에서 연기 변신을 꾀했다. 반항기 가득한 18세 상필을 맡아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을 표현했다. 앞서 드라마 '봄밤'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보여준 로맨틱한 연하남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일각에선 이미지와 이질감이 커 어색하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상필이 철이 없고 표현 방식이 거칠 뿐이지 선한 아이거든요. 그래서 저도 연기하면서 크게 어렵거나 이질감이 들지 않았는데, 보시는 분들은 다르게 볼까요. 하하."

'엄친아'로도 유명한 정해인은 극 중 상필과 달리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유행에 민감했다. 그렇다고 외향적이거나 튀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필과 닮은 점 하나가 있었다. 가족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가족은 저에게 유일한 안식처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으니까요. 제가 제일 하고 싶은 건 가족과 여행 가는 거예요.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끝나고 꼭 가겠다고 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네요. 아무래도 가족과 여행은 내년 5월쯤이 될 것 같아요. 곧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거든요. 하하."

정해인은 영화 시동과 드라마 봄밤을 똑같은 시기에 병행하며 촬영했다. /NEW 제공
정해인은 영화 '시동'과 드라마 '봄밤'을 똑같은 시기에 병행하며 촬영했다. /NEW 제공

정해인은 올 초 영화 '시동'과 드라마 '봄밤'을 병행하며 촬영했다. 때문에 그는 '시동'에선 철없는 10대를 '봄밤'에선 30대 싱글대디를 동시에 연기해야 했다.

"오히려 캐릭터 차이가 커서 너무 재밌었어요. 물론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봄밤'에서 못하는 걸 '시동'에서 하고 '시동'에서 못하는 걸 '봄밤'에서 할 수 있었으니까요. 현장마다 다른 캐릭터 옷을 입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연하남 캐릭터를 맡았을 때 두각을 나타내서였을까. 그가 누아르 또는 액션 장르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정해인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아 장르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해인은 앞서 '정해인의 걸어보고서'를 통해 "10년 뒤엔 연출을 해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세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 그는 다음 스텝으로 연출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정해인은 민망한 듯 손사래를 쳤다.

"연기도 버거운데 제가 연출을요. 하하. 10년을 연기로 버틴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것 같아요. 그래서 선배들이 존경스러워요. 10년, 20년을 지속해서 연기하시는 거잖아요. 저는 고작 6~7년밖에 되지 않았고. 한 분야에서 10년은 해봐야 연기란 걸 알지 않을까요."

정해인은 시동으로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해인은 '시동'으로 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해인의 남다른 연기 열정이 느껴졌다. 연기로 힘을 얻고, 거기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였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로 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어 보였다. 정해인은 "정신만 버티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마음이 건강하려면 몸도 건강해야 한다는 걸 항상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해인은 이제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연배우로 우뚝 섰다. 불과 2~3년 만에 벌어진 일로, 그의 어깨는 무겁다. 정해인은 "이제 배역의 비중이 커지다보니까 작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하지만 신인 때보다 정신력이 좀 더 굳건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동'으로 2019년을 마무리하는 그는 2020년 방송될 tvN 새 드라마 '반의 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역시 쉼 없는 행보다.

"12월 중순부터 내년 5월 초까지 계속 드라마 촬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촬영이 끝나면 좋은 날 가족 여행을 가고 싶어요. 쉬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나서 하반기에 또다시 달렸으면 좋겠네요. 계속 말했듯 앞으로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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