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블랙독'이 기존 학원물과 다른 내용으로 선생님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tvN 제공 |
'진정한 선생님'에 대한 물음
[더팩트 | 문병곤 기자] 기존 학원물과 차별점을 보이고 있는 '블랙독'이 '미생'의 그늘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 16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블랙독'(극본 박주연, 연출 황준혁)은 학교가 주 배경이지만 기존의 학교 드라마와는 다르다. 직업인의 애환을 그린다는 점에서 '블랙독'은 오히려 tvN 드라마 '미생'과 유사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실제로 두 드라마 사이에는 유사점이 있다. 하지만 '블랙독'은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가진 특수성을 강조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블랙독' 제작진은 방송 전부터 학원물이 아님을 확실히 했다. 11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황준혁 PD는 "'블랙독'은 학원물이라기보다 직업물에 가까운 드라마다. 여러 직업물이 있는데 저희 드라마는 주인공들이 모두 선생님들이다"라고 말했다. 뚜겅을 열어보니 제작진이 강조한 대로 '블랙독'은 기존 학교 드라마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블랙독'은 첫 화부터 기간제 교사인 고하늘(서현진 분)이 겪는 어려움을 중점적으로 묘사했다. 고하늘은 강남 8학군 대치동에 있는 사립고등학교에 부임한 신입 교사로 정규직이 아닌 1년짜리 기간제 교사다. 그만큼 학교생활의 어려움과 부조리를 몸소 느끼는 인물이다.
알지도 못했던 삼촌이 교무부장으로 있어 겪은 '낙하산 논란'부터 수업 자료를 빼앗는 것도 모자라 학생들을 이간질하는 교과 파트너, 낙하산이라는 오명 때문에 기간제, 정교사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처지, 그리고 마음만 앞서서 연발하는 실수까지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애잔하게 했다.
드라마 '미생'은 직장인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tvN 제공 |
'낙하산 기간제', '마음만 앞서는 신입' 고하늘의 모습은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리게 만든다. 장그래도 낙하산이자 인턴으로 회사 원인터네셔널에 입사했으며, 마음만 앞서 실수를 늘어놓았다. 신입 직원으로 사회생활의 냉혹함을 느낀다는 점도 두 캐릭터의 닮은 점이다. 직장인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블랙독' 역시 '미생'과 닮았다.
그렇다고 '블랙독'과 '미생'이 단순히 학교와 무역업체라는 배경의 차이만 있는 건 아니다. '블랙독'의 주인공 고하늘과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의 차이가 이를 대표한다.
'미생'의 장그래는 참된 직장인을 목표로 하는 인물이 아니다. 오랫동안 해왔던 바둑을 포기한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대기업에 입사한다. 그는 바둑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영업이라는 일에 자신을 맞춰가기 시작한다. 마치 바둑을 두는 것처럼 한 수 한 수 자신을 회사에 적응시켜간다. 그리고 그는 바둑으로 얻은 통찰력과 승부욕으로 적응에 성공한다.
'미생'은 장그래를 통해 비록 투철한 직업의식이 없을지라도 살아내기 위해 애를 쓰는 직장인들의 애환과 노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반면 고하늘은 어렸을 적부터 교사를 꿈꿔온 인물이다. 존경하던 선생님이 자신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시점부터 그는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목숨을 잃은 선생님이 기간제라는 이유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하자 '과연 기간제는 참된 교사가 될 수 없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그리고 고하늘은 그 의문을 풀기 위해 직접 두려움과 마주한다. 힘든 고시생활과 높은 경쟁률 그리고 트라우마. 이것들은 고하늘이 교사가 되기 위해 마주하고 이겨낸 두려움들이다.
고하늘이 텅 빈 교실의 교탁 앞에 서서 과거의 터널을 떠올리는 장면은 그가 어떤 인물인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눈물을 머금고 주먹을 질끈 쥔 그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안쓰러워 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용맹해 보인다. 험로가 예상되는 기간제 교사를 당당하게 마주하는 그의 모습이 이 장면에 모두 함축됐다.
'블랙독'은 이처럼 '참된 교사'에 대한 물음을 중심으로 드라마를 진행해 나간다. 이는 다른 직업물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soral215@tf.co.kr
[연예기획팀 |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