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강용석 vs 김건모, 벼랑 끝 '진실 공방'
입력: 2019.12.18 10:30 / 수정: 2019.12.18 10:30
김건모 사건을 폭로한 뒤 대중의 시선은 대리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왼쪽)에 쏠려있다. 김건모에게도 더 이상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싸움이 됐다. /더팩트 DB
김건모 사건을 폭로한 뒤 대중의 시선은 '대리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왼쪽)에 쏠려있다. 김건모에게도 더 이상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싸움이 됐다. /더팩트 DB

A, B, C 잇단 폭로,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렸을까

[더팩트|강일홍 기자] 강용석 변호사는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7월 여성 아나운서 모독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연세대학교 소속 20여 명의 남녀 대학생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언급한 '성희롱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아나운서들로부터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강용석은 이듬해 1심 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소속당인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제명됐다.

2015년 11월에는 '불륜 스캔들'을 둘러싸고 파워블러거인 도도맘 김미나 씨, 그리고 남편 J씨와 진실공방을 벌였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도도맘이 스스로 방송에 얼굴을 공개하며 입장을 밝히고, 남편 J씨가 맞대응을 하면서 복잡한 싸움구도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려 세인의 입에 회자됐다. 지리한 법적공방으로 이어진 이 사건으로 강용석 변호사는 3년 뒤인 2018년 10월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가 2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최근 불거진 가수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및 폭행논란은 폭로 당사자가 강용석 변호사라는 사실만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강 변호사의 대중적 관심 사안에 대한 '전투력'은 익히 알려져 있는 바이지만 '여배우 김부선 변호' '박원순 허위 학력 및 아들 병역 비리 의혹 제기' 등으로 자주 이슈의 중심에 섰다. 개그콘서트 스타 개그맨 최효종은 방송에서 풍자개그를 한 뒤 '국회의원 비하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그에게 피소되기도 했다.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및 폭행논란은 폭로 당사자가 강용석 변호사라는 사실만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는 강용석 변호사(왼쪽). /이덕인 기자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및 폭행논란은 폭로 당사자가 강용석 변호사라는 사실만으로 더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은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 관련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들어서는 강용석 변호사(왼쪽). /이덕인 기자

김건모 "미투를 가장한 거짓 미투" vs 강용석 "적반하장 사필귀정"

이번 김건모 폭로는 유흥주점 여성접대부라는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명분 외에 또 다른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의도가 엿보이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른바 노이즈마케팅이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김건모의 성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하루 만에 조회수 80여만 회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유명스타의 성폭행이라는 센세이셔널한 폭로만으로 진위여부를 떠나 궁금증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강 변호사는 유흥주점 A씨 성폭행 폭로에 이어 나흘 뒤엔 또 다른 여성 B씨의 인터뷰를 방송한다. 이 내용 역시 충분이 충격을 안길 만한 소재로 부각됐다. 2007년 강남 테헤란로의 한 유명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했다는 이 여성은 김건모의 파트너 여성과 빈 룸에서 언쟁을 벌이던 중 김건모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강용석은 이 폭행에 대해 "쉽게 말해 얼굴이 피떡이 된 것이고, 실명 위기까지 걱정했다더라"고 설명했다.

김건모는 해당 여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무고로 고소했다. 사진은 김건모 측 고은석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건모는 해당 여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무고로 고소했다. 사진은 김건모 측 고은석 변호사(가운데)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건모, 더 이상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벼랑끝 형국 아슬아슬

물론 이 부분에 대해 김건모 측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해당 여성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및 무고로 고소한 뒤 "강용석 변호사 등의 악의적인 유튜브 방송으로 인해 사실이 왜곡되고, 많은 분들께서 거짓을 진실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진위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지만 이런 진실공방의 양상은 아무래도 김건모가 더 난감해보인다.

강용석 변호사는 기왕에 여러 논란과 구설의 중심에 선 주인공답게 더 잃을 게 없다는 입장인 반면 김건모는 사실여부를 떠나 평소 술과 관련한 여러 무용담 등이 혼재돼 결백을 입증해야할 상황에 몰렸다. 더구나 김건모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 있고, 데뷔 25주년 전국투어 콘서트까지 내려놓고 가야할 처지다.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직후 콘서트 예약 티켓이 줄줄이 취소되자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 예고돼 있던 6개 도시 공연을 전면 중단했다.

"진실된 미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지만, 미투를 가장한 거짓 미투, 미투 피싱은 반드시 없어져야한다."(김건모 측) "긴 얘기는 필요 없고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사필귀정'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굉장히 잘못됐다. 저렇게 한다고 해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겠느냐."(강용석)

이번 주엔 다른 폭로가 또 이어졌다. 누구 말이 맞고 누구 말이 틀렸을까. 김건모의 싸움 대상은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여성 A씨와 B씨, C씨이지만, 대중의 시선은 '대리자'임을 자처하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에 더 쏠려있다. 아마도 이런 대결 구도는 어쩌면 강용석 쪽에서 미리 예견하고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김건모에게도 이젠 더는 피할 수도 양보할 수도 없는 싸움이 됐다. 한발만 물러서면 죽는 벼랑 끝 형국이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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