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보면 열 받고 안 보면 궁금한 'VIP'
입력: 2019.12.10 14:00 / 수정: 2019.12.10 14:00
SBS 월화드라마 VIP에는 배우 장나라, 이상윤,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등이 출연한다. /SBS 제공
SBS 월화드라마 'VIP'에는 배우 장나라, 이상윤,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등이 출연한다. /SBS 제공

시청자 "사이다 결말 원한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의 매력일까. 보고 있으면 답답한데 안 보면 궁금하다. SBS 월화드라마 'VIP'의 이야기다.

지난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장나라, 이상윤 주연의 드라마 'VIP'(극본 차해원, 연출 이정림)는 파격 그 자체였다. 불륜녀 수수께끼로 이야기를 열어서다. 애초 많은 시청자가 백화점 상위 1% VIP 고객을 관리하는 전담팀의 오피스 이야기가 전개될 거라 예상했지만, 드라마는 불륜에 초점을 맞췄다.

첫 방송 시청률은 6.8%로 열었다. 꽤 순탄한 출발이었다. 'VIP'가 방송되기 전, SBS 월화드라마 시간대 공백을 채운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의 시청률 5.8%와 비교했을 때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젠더 갈등에 민감해진 최근 사회 분위기와 동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VIP' 시청자 게시판에서도 이 같은 반응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시청자들은 "백화점 vip전담팀이라는 고급져보이는 소재로 포장한 천박한 드라마"(김**) "또 여자 단추 푸네. 시대 흐름 좀 읽어라"(김**) "지금 시대에 룸살롱에서 여자 끼고 주정 부리는 장면 넣는 게 정상인가요?"(황**) "여자 허벅지 만지고 옷 벗기는 장면들 정말 역겹네요"(양**) 등의 의견을 냈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청률은 나날이 상승 중이다. 방송 2주 만에 9%까지 상승했고, 이후 10%를 넘어서며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했다. MBC와 KBS가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을 편성한 탓도 크지만, 욕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막장 전개'가 한몫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방송된 VIP에서는 이상윤이 바람피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SBS VIP 캡처
지난 9일 방송된 'VIP'에서는 이상윤이 바람피게 된 이유가 밝혀졌다. /SBS 'VIP' 캡처

'VIP'는 중반부까지 이상윤의 불륜녀 수수께끼를 푸는 데 집중했다.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등이 불륜녀 후보에 올라 매회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이 궁금증으로 시청자들을 끌다 보니 불륜녀 정체를 밝히는 과정은 지난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질질 끌며 매회 답답한 전개를 이어갔다.

드라마는 이 답답함을 이청아, 곽선영, 이진희 등의 캐릭터를 통해 해소하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한 모양새다. 이 캐릭터들 역시 현실에 굴욕 할 수밖에 없는 모습을 담으며 허탈함을 안겼다. 여기에 성 접대, 불륜 등에 대한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선택하는 건 막장 스토리의 결말이 궁금해서다. 포털사이트에는 "고구마만 먹었어요. 사이다 기대해도 되나요?"(8520****) "열불 터져서 드라마 안 보고 다 끝나고 기사로 보는데. 결혼 안 한 나도 진짜 빡친다"(syst****) "진짜 짜증 나는 스토리 사이다 기대하겠어요"(skaw****) "동백꽃 볼 때는 매회 재밌어서 웃느라 바빴는데 이건 볼 때마다 화나서 혈압 오름"(skdu****) "제발 제대로된 엔딩 만들어놔라"(gust****) "정선이 사이다 언제쯤 나올라나 그편부터 볼래"(ddun****)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드라마 전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호평을 받고 있다.

장나라는 극 중 남편 이상윤의 불륜 사실을 알고 그 내막을 알아가는 과정, 이후 직장 후배인 표예진과 불륜 사시을 알게 됐을 때 복합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몇몇 시청자들은 "장나라가 올해 SBS 연기대상 받아야한다"며 호평했다. 이상윤은 갈피 잡지 못하고 흔들리는 인물의 심리를 잘 보여줬고, 표예진은 갑작스럽게 신분상승한 인물의 변화를 잘 표현했다. 여기에 이청아, 곽선영, 표예진, 신재하, 이재원, 정준원 등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불륜 이야기의 허점을 채웠다.

이제 중반부를 돌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VIP', 끝까지 고구마 전개를 이어갈지, 장나라의 강력한 한 방으로 답답함을 해소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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