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고준희, 두려움의 터널을 지나
입력: 2019.12.10 05:00 / 수정: 2019.12.10 05:00
배우 고준희는 최근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배우 고준희는 최근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예능, 드라마 모두 열심히 할 계획입니다"

[더팩트|박슬기 기자]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선 복합적인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억울함과 분노,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이 섞여 있었지만, 이내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앞으로를 준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배우 고준희의 이야기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 카페에서 고준희를 만났다. 그는 올 초 가수 승리와 정준영 등의 채팅방 속 '뉴욕 여배우'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며 버닝썬 루머에 휩싸였다. 거짓은 마치 사실인 양 퍼져 나갔고, 그는 출연을 앞둔 작품에서 하차 통보를 받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는 배우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손을 잡고 복귀에 시동을 걸었다.

"6개월도 더 된 이야기를 다시 꺼내고 바로 잡고 가겠다는 의도는 없어요. 지난 걸 계속 땅굴 파봤자 좋을 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앞으로 행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하고 넘어갈 이야기는 하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루머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고준희는 "어느 날부터 제 이름 연관검색어에 버닝썬이 뜨기 시작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버닝썬 사건이 워낙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어서 피로감이 꽤 컸어요. 그래서 어느 시기부터는 관련 기사를 보지 않았죠. 그런데 갑자기 제 이름에 버닝썬이 관련 검색어로 뜨기 시작하더라고요. 주변 친구들도 커뮤니티에서 본 제 루머들을 캡처해서 보내기 시작했죠. 일반 포털사이트에서는 확인도 되지 않는 곳들이라 제가 알기도 쉽지 않았던 거에요. 그렇게 루머들은 사실인 양 퍼져나갔고, 저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죠."

고준희는 실체 없는 소문에 당해야 하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고준희는 "실체 없는 소문에 당해야 하는 게 가장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지난 3월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승리와 정준영, 최종훈 등의 카카오톡 대화방과 함께 버닝썬 사건을 다뤘다. 이 방송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2015년경 승리는 일본 사업가에게 접대를 준비하고 있었고, 최종훈은 "승리야, XXX 뉴욕이란다"라고 말하자 승리는 "누나 또 뉴욕 갔어?"라고 묻는 내용이 담겼다. 이 방송으로 고준희는 순식간에 '뉴욕 누나', '뉴욕 여배우'가 됐다.

누리꾼의 추측 때문이었다. 누리꾼은 고준희가 2015년에 뉴욕 여행을 갔다가 올린 사진을 발견하고, 그일 것이라 추정했다. 아울러 승리가 고준희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게재하고 '#비밀인맥'이라는 태그를 붙인 게 관심을 받으며 소문은 점점 진실이 되어갔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봤어요. 아무리 봐도 제가 왜 '뉴욕 여배우'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여행 간 추억을 제 SNS에 함부로 올리지도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승리 씨는 알지도 못해요. 패션쇼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사진 같이 찍자고 해서 찍은 것뿐이에요. 그런 이유로 제가 소문에 휘말려야 되나요? 정말 어이가 없었어요."

이후 방송가에서는 고준희와 관련한 소문이 나돌았다. 그는 실체 없는 소문으로 출연을 앞두고 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 통보를 받아야 했다. 이 모든 게 순식간에 벌어졌고, 그는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혼자 감당해야 했다.

고준희는 논란 이후 제 일은 제가 해결하고 싶어서 직접 변호사를 찾아가고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고준희는 "논란 이후 제 일은 제가 해결하고 싶어서 직접 변호사를 찾아가고 해결하려 했다"고 말했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처음엔 정말 막막하고 무서웠어요. 그런데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죠. 부모님이랑 같이 사는데, 티를 낼 순 없잖아요. 제일 가슴이 아팠던 건 부모님이 댓글을 다 보신다는 거예요. 그래서 고소를 결심하게 됐죠. 당장 답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제가 당당하기 때문에 끝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준희는 홀로 변호사를 선임하고, 실체 없는 소문과 가해자들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주위 도움이 절실했지만, 자신에게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고 싶었다. 이후 고준희가 악플로 고소한 32건은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현재 피의자들은 벌금 등으로 기소됐다.

"처음에 변호사 알아볼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어머니도 아프셨거든요. 그래서 한 달 이후에는 빨리 회사에 들어가야겠다는 생각했죠.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저 혼자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더라고요. 제 일니까요."

고준희는 복귀 후 첫 행보로 MBC뮤직 새 예능프로그램 핑크 페스타 MC를 맡았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고준희는 복귀 후 첫 행보로 MBC뮤직 새 예능프로그램 '핑크 페스타' MC를 맡았다.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혼자 분투하는 과정에서 그는 마운틴무브먼트와 연이 닿았다. 고준희는 "예전에 박해진 선배와 화보 촬영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대표님이 잘 챙겨주는 걸 보고 부러워했었다. 그러다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오래전 인연은, 현재진행형으로 바뀌었다.

고준희는 계약을 체결한 지 한 달도 안 됐지만 벌써 다양한 활동을 눈 앞에 두고 있다. MBC뮤직 새 예능프로그램 '핑크페스타' 진행자로 발탁됐으며 내년 상반기, 차기작을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2020년을 맞이하기도 전부터 벌써 스케줄이 가득 차 있어요. 인터뷰 일정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준비할 텐데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해요. MC라는 새로운 도전, 또 좋아하는 연기를 다시 할 수 있어서 그저 기쁠 뿐이에요. 제가 연기를 하는 이유는 잘해서라기 보다 현장이 좋고 대중과 호흡하는 게 즐거워서인데요. 그동안 두려움의 시간이 길었는데, 이제 극복해야죠. 앞으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ps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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