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자발적 번역이 당연? 방시혁에 뿔난 해외 아미
입력: 2019.12.06 00:00 / 수정: 2019.12.06 00:00
방탄소년단이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팬들을 위한 번역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고 공유한다고 말하자 해외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방탄소년단이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팬들을 위한 번역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그 와중에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고 공유한다"고 말하자 해외 팬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더팩트 DB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공유" 방시혁 발언에 발끈

[더팩트 | 정병근 기자] "호의가 계속 되면 권리인 줄 안다."

영화 '부당거래' 속 명대사다. 해외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덤)가 바라보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경영도 이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글로벌 팬들인 해외 아미가 뿔났다. 방탄소년단의 수많은 콘텐츠를 직접 번역하고 번역본을 찾아 헤매고 공유하는 수고를 기꺼이 감수했지만, 소속사 빅히트 경영진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이를 당연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문화혁신 포럼에서 발언한 '방탄소년단의 팬들은 한글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며 공유함으로써 21세기 비틀즈로 만들고 있다'는 말이 팬들의 누적된 불만을 수면 위로 표출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방 대표의 이 발언 이후 해외 아미팬들은 각종 SNS를 통해 빅히트의 무신경한 팬 관리에 분노를 표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방탄소년단이 '21세기 비틀즈'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팬들과의 소통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방탄소년단의 일거수일투족을 팬들이 알 수 있게 했고 이는 큰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빅히트의 팬 서비스는 방탄소년단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탄소년단의 무료 콘텐츠는 물론이고 글로벌 유료 콘텐츠도 번역이 제공되지 않아 해외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번역을 해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해외 팬들의 큰 불만사항이다. /SNS 캡처
방탄소년단의 무료 콘텐츠는 물론이고 글로벌 유료 콘텐츠도 번역이 제공되지 않아 해외 팬들은 어쩔 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번역을 해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해외 팬들의 큰 불만사항이다. /SNS 캡처

빅히트는 공식 홈페이지 언어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버전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또 '본보야지' 앞선 시즌을 비롯해 이미 지나간 콘텐츠를 영어 등 제한적인 언어로 번역해 팬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면 2019 글로벌 멤버십 아미킷 등 가장 따끈따끈한 콘텐츠는 손놓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무료 콘텐츠는 물론이고 글로벌 유료 콘텐츠도 번역이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결국 팬들은 직접 나서 번역하고 공유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많은 해외 아미는 '우리가 번역을 하는 건 빅히트가 안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우리는 회사에서 번역해주기를 바란다'고 요구하고 있다. 각 SNS에는 빅히트에 번역본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글과 불만을 표출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침내 아미 킷을 받았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모든 콘텐츠에는 빅히트가 번역본을 제공해줄 것을 정말 간절히 희망한다'(JK*****), '왜 번역하는 사람을 뽑지 않냐. 왜 아미 멤버십 킷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냐'(Inka****)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이먼트 대표가 지난달 25일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고 공유하며 방탄소년단을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 주변부의 영웅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에 많은 해외 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이먼트 대표가 지난달 25일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표를 했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고 공유하며 방탄소년단을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 주변부의 영웅으로 만들어냈다"는 말에 많은 해외 팬들이 반발하고 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제공

'오래 걸려서 아미 킷을 받았다. 어디서 번역된 것을 찾을 수 있냐. 공유 부탁드린다'(VRR****), '아미 킷은 하이 퀄리티다. 그런데 번역이 돼있지 않아 슬프다'(a32***), '번역본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서 하나하나 천천히 번역하고 있다'(namj****)

'글로벌 아미킷에 영어 번역도 없다. 다음부터는 글로벌이란 말을 붙이지도 말고 3개국 언어라고 공지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 회사 몰상식하다'(serp****), '빅히트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획사로 성장했는데 하는 일을 보면 여전히 지하실에 있다'(Kit****)

그러던 차에 방시혁 대표가 '번역은 아미들이 알아서 해준다'는 식의 말을 하자 해외 팬들은 꾹꾹 참아왔던 불만을 마침내 터뜨리기 시작했다. 방 대표는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문화혁신 포럼에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은 좋은 콘텐츠에 있다'는 취지의 연설을 하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하고 해석하고 공유하며 방탄소년단을 유튜브 시대의 비틀즈, 주변부의 영웅으로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방시혁 대표의 발언 후 많은 해외 팬들은 빅히트가 절대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다. 팬들의 공짜 노동을 착취해 번영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 캡처
방시혁 대표의 발언 후 많은 해외 팬들은 '빅히트가 절대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다. 팬들의 공짜 노동을 착취해 번영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 캡처

윤석준 공동 대표 역시 방 대표와 같은 생각이다. 그는 앞서 한 인터뷰에서 "팬들과의 소통은 번역할 필요가 없었다. 팬들이 모든 것을 알아서 다양한 언어로 번역해서 전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이는 좋은 콘텐츠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다는 '문화의 힘'과 지금의 방탄소년단을 있게 해준 '팬들의 힘'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빅히트의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던 해외 팬들에게는 이 말이 마냥 좋게 들리진 않았다.

온라인상에는 '빅히트가 절대 번역본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가 이거였다. 팬들의 공짜 노동을 착취해 번영한다'(san****), '전 세계에 공개되는 BTS 콘텐츠를 아미가 알 수 있는 건 방시혁이 착취하고 있는 팬들의 번역이 있기 때문이다'(JoJo*****) 등의 반응이 넘쳐난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번역을 한 것이 즐거워서 한 것은 맞지만 다른 선택이 없기에 수고스러움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마땅히 회사가 해야 할 일을 팬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많은 해외 팬들이 빅히트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콘텐츠를, 적어도 글로벌 유료 콘텐츠에는 번역본을 요구하고 있다. /SNS 캡처
수많은 해외 팬들이 빅히트에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콘텐츠를, 적어도 글로벌 유료 콘텐츠에는 번역본을 요구하고 있다. /SNS 캡처

또 다른 문제도 있다. 팬들이 번역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커버하는데 한계가 있고 오역의 위험성도 존재한다. '오역과 불법 업로드를 피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의 유무료 콘텐츠에 다양한 언어 자막을 요청한다'(mus****) 등 해외 팬들 역시 이러한 부분을 우려하고 있다.

공식 어플리케이션 회원만도 약 300만명 정도인 아미는 열정적이기로 잘 알려져 있다. 방탄소년단이 세계 최고의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그런 아미 덕이다. 방탄소년단이 시상식에서 상을 받으면 늘 첫 번째로 아미를 외치며 팬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월 약 6개월에 걸친 월드투어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해 K팝의 새 역사를 썼다. 지난달 23,24일에는 일본 지바의 조조마린스타디움에서 대규모 팬미팅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일본 내 인기를 반영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3일과 24일 일본 팬미팅을 가진 지바현의 조조 마린 스타디움. 방탄소년단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석을 모두 팬들로 채우는 영향력을 보였다./지바=이효균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23일과 24일 일본 팬미팅을 가진 지바현의 조조 마린 스타디움. 방탄소년단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석을 모두 팬들로 채우는 영향력을 보였다./지바=이효균 기자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글로벌 팬들은 더 다양하게 더 많이 그들을 접하려 한다. 그렇기에 더 제대로 번역된 콘텐츠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콘텐츠의 힘을 강조하는 빅히트가 정작 더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때다. 팬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아미의 힘'으로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빅히트는 기업가치가 2조원에 이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해외 팬들을 대하는 방식은 그 규모에 미치지 못 해 팬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팬들의 노력과 열정을 당연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후폭풍에 휩싸인 빅히트 경영진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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