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범죄' 연예인 출연 금지법, '원칙과 무원칙'
입력: 2019.12.04 08:49 / 수정: 2019.12.04 08:49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사실이 알려진 뒤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외 상습도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슈의 재판 출석 당시 모습. /더팩트 DB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사실이 알려진 뒤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사진은 국외 상습도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슈의 재판 출석 당시 모습. /더팩트 DB

대중문화 기여자 대체복무 논란 이은 연예계 갑론을박

[더팩트|강일홍 기자]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법과 규범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질서이고 사람들끼리의 약속이다. 정해놓은 법칙을 자발적으로 지키면 서로 편하지만, 어기거나 무시하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 공기 중의 산소처럼 인간 사회에서 없으면 단 하루도 편하게 살 수 없는 게 바로 법이고, 이런 이유 때문에 법은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이면서 법을 만드는 독립 헌법기관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모범이 되고 청렴해야할 의무가 있다.

지난 2016년 실시된 20대 총선 국회의원 전과기록 후보자는 425명(총 후보자수 1102명)이었고 이중 92명이 당선(중앙선관위 자료)됐다. 국회의석 '3분의 1'이 전과자라 얘기다. 광역의원 선거 및 기초의원 선거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 전국 지역구 광역의원 후보 1889명 중 803명이 전과자였으며, 이 중 296명(40%)이 당선됐다. 기초의원의 경우 전국 지역구 후보자 5336명 중 과반 수준인 2204명이 전과자였다. 당선자는 이들 중 955명(38%)이다. 전과 기록만으로만 보면 결코 떳떳할 수 없다.

국회에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에는 마약 관련 및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승현 박유천. /더팩트 DB
국회에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에는 마약 관련 및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왼쪽부터 최승현 박유천. /더팩트 DB

◆ 물의 연예인들 컴백 때마다 찬반논란, '제재기간 들쑥날쑥' 무원칙 때문

'전과 연예인'의 방송 출연을 금지시키는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사실이 알려진 뒤 뒤늦게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등 대중문화 기여자에 대한 대체복무 적용 여부로 한동안 논쟁이 벌어진데 이어 '물의 연예인들'의 자숙과 복귀 반대 등 연예계의 해묵은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법안에는 마약 관련 및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연예인은 영원히 방송에서 퇴출돼야 맞는 걸까?

방송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진 직후 연예계 안팎에서는 물론 누리꾼들 사이에서 당장 찬반 논란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법안 옹호론자들은 "유명 연예인들은 일반인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게 맞다" "몇 년 자숙하고 슬그머니 복귀하는 꼴을 더이상 보고 싶지않다"는 등의 심기를 드러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법이 통과되면) 이미 복귀해 활발하게 활동중인 이수근 붐 탁재훈도 이제 못보는 거냐?" "도박은 남한테 해를 끼치는 게 아닌데, 한번의 잘못에 대한 페널티는 신중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도마에 오른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 되더라도 적용은 법이 시행된 이후로 규정하고 있어 기존 범죄전력 연예인들한테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토니안 신정환. /더팩트 DB
도마에 오른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 되더라도 적용은 법이 시행된 이후로 규정하고 있어 기존 범죄전력 연예인들한테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왼쪽부터 토니안 신정환. /더팩트 DB

특정 직업군 근로자유 침해, '한번의 실수로 영원히 퇴출' 불합리 주장

덩달아 법안이 발의됐다는 소식만으로 실제 사실과 다른 여러 다양한 추측이 난무했다. 마약과 대마 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주지훈 박유천 최승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이경영, 상습도박 혐의로 집행유예 전력을 가진 이수근 김용만 신정환 붐 탁재훈 토니안 슈 등이 당장 방송활동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경우 방송 출연을 금지하는 것은 맞지만 법 시행 이전에 해당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확인 결과 이 법안은 아직 소관 상임위인 국회 방통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이고, 설령 국회에서 통과 되더라도 법이 시행된 이후로 규정하고 있어 앞에 언급되고 있는 연예인들한테까지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특정 직업군, 즉 연예인들만을 겨냥한 법안이 아니라는 점도 알려진 내용과는 크게 다르다. 법안은 정치인 교수 등 일반인들도 '범죄 및 부도덕한 행위나 사행심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 따라 출연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논란 자체가 불필요한 소모전일 공산이 커졌다.

그럼에도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특정 직업군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들과 달리 연예인들은 방송 출연이 사실상 주된 직업활동이나 마찬가지다. 일정 제재 기간을 정하지 않은 채 단 한번의 전과 기록만으로 영원히 연예계를 떠나야한다는 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이 컴백할 때마다 찬반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복귀 기준이나 자숙기간 등 잣대의 무원칙 때문이다. 범죄전력을 가진 연예인들의 방송출연 금지가 꼭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공감할 법안이어야 맞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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