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어차피 발견될 보석, 김혜윤
입력: 2019.12.03 05:00 / 수정: 2019.12.03 05:00
김혜윤은 지난 21일 종영한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은단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세정 기자
김혜윤은 지난 21일 종영한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은단오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세정 기자

'어쩌다 발견한 하루'서 은단오 役 맡은 김혜윤

[더팩트|박슬기 기자]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설정의 MBC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김혜윤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과 감정,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 등을 찰떡같이 소화한 김혜윤은 드라마를 빛낸 1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김혜윤을 만났다. 극 중 캐릭터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서였을까. 실제 만난 그는 은단오 특유의 밝은 에너지를 발산했다. 김혜윤이 맡은 극 중 은단오는 만화 속 스테이지와 현실의 쉐도우를 오가는 인물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는 캐릭터다.

"실제 성격은 쉐도우 속 단오랑 비슷해요. 저도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인 편이거든요. 그런데 단오의 오뚜기 같은 면은 본받고 싶어요. 힘든 일이 생겨도 무너지지 않잖아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개척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었어요."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김혜윤이 지난 1월 종영한 JTBC 드라마 'SKY 캐슬' 이후 처음 선택한 작품이다. 그런 만큼 많은 이들이 기대했고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컸다. 첫 주연인 데다 만화라는 설정은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김혜윤은 카멜레온 같은 연기력으로 극 중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했다.

김혜윤은 1~4부를 혼자 이끌고 가야하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동료 배우들이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MBC 제공
김혜윤은 "1~4부를 혼자 이끌고 가야하는 압박감이 있었지만, 동료 배우들이 잘 도와줬다"고 말했다. /MBC 제공

"사실 첫 주연이라서 드는 책임감, 부담감보다는 1부에서 4부까지 저 혼자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더 컸어요. 처음부터 만화의 설정과 쉐도우, 스테이지 등을 다 설명하는 역할이었으니까요. 소재가 단순하지 않아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죠. 제일 중요했던 건 실생활에서 친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전달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이질감 없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김혜윤은 이 작품에서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대사와 분량을 소화했다.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지쳤고, 의지할 곳도 필요했다. 그때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로운과 이재욱, 그리고 스리고 2학년 7반 친구들이 도와줬다.

"사실 힘들어서 현장에서 많이 징징댔어요. 하하. 체력이 떨어지니까 집중을 제대로 못 해서 몰입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런 게 복합적으로 쌓이면서 스트레스가 좀 쌓였죠. 그런 것들을 친구들한테 많이 털어놨던 것 같아요.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죠. 정말 고마웠어요."

김혜윤은 극중 은단오를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세정 기자
김혜윤은 극중 은단오를 찰떡같이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김세정 기자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더 힘들었던 건 쉐도우와 스테이지에서 같은 상황, 다른 감정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김혜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와 쉐도우 장면은 항상 같이 찍었어요. 극 초반에는 그런 장면이 잦아서 힘들기도 했죠. 나중엔 친구들 한, 두 명씩 자아가 생겼는데 같이 찍을 땐 더 민망하더라고요. '사각!'이란 소리와 함께 깜짝 놀라면서 새로운 감정을 연기해야 하니까요. 하하. 그건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도 적응이 안 됐습니다."

실제로 극 중 등장하는 '사각'은 김혜윤의 목소리다. 효과음 감독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녹음을 하게 됐다는 게 뒷이야기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쉐도우 빠지는 소리도 녹음했었다. '슝' '쿵' '큐' 등 다양하게 냈는데, 결국 효과음으로 대체됐다"며 웃었다.

김혜윤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쉐도우와 스테이지를 오가는 연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세정 기자
김혜윤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에서 "쉐도우와 스테이지를 오가는 연기가 제일 힘들었다"고 밝혔다. /김세정 기자

하지만 드라마는 후반부로 갈수록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처음부터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김혜윤인 만큼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저도 그런 반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후반부에는 사실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고, 반복되는 내용이 계속돼서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전 이런 부분이 만화책을 쓰는 작가의 뜻을 결국 거스를 수 없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고 생각했죠. (작가가) 이 캐릭터들이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 속에 살고 있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지난 여름부터 가을까지 두 계절을 은단오로 보낸 김혜윤은 "단오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심장병을 앓고, 친구를 잃고 얻고 등 갖은 고생을 해서였을까. 은단오에 대한 애정이 묻어났다.

김혜윤은 올초 JTBC 드라마 SKY캐슬로, 상반기엔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큰 사랑을 받았다. /김세정 기자
김혜윤은 올초 JTBC 드라마 'SKY캐슬'로, 상반기엔 '어쩌다 발견한 하루'로 큰 사랑을 받았다. /김세정 기자

이에 '본인에게 설정값이 주어진다면 어떤 걸 하고 싶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제법 단순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저 역시 행복했으면 좋겠다. 단오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운명 개척이 힘든 과정을 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행복한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엔 'SKY 캐슬' 예서로, 하반기엔 '어쩌다 발견한 하루' 은단오로. 데뷔 후 단역, 조연 등을 거쳐 약 7년 만에 빛을 본 김혜윤은 뜻깊은 한 해를 보냈다. 그런 만큼 앞으로의 모습이 더 궁금해진다. 드라마 제목에 빗대어 김혜윤은 어차피 발견될 보석이었던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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