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장동윤'] "경제학도→배우, 확실히 뿌리 내렸어요"
입력: 2019.12.02 05:00 / 수정: 2019.12.02 10:51
배우 장동윤은 KBS2 녹두전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나 호평을 받았다. /동이컴퍼니 제공
배우 장동윤은 KBS2 '녹두전'에서 인생 캐릭터를 만나 호평을 받았다. /동이컴퍼니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장동윤 "연기로 보답할게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오랜만에 인터뷰 시간 1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배우였다. 알면 알수록 궁금해지고 매력이 흘러넘쳤다. KBS2 월화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극본 임예진, 연출 김동휘, 이하 '녹두전')에 전녹두 역으로 출연한 배우 장동윤 이야기다.

여장 남자로 출연해 여자보다 더 고운 여인네의 모습, 탄탄한 몸매로 거친 액션 연기까지 완벽히 소화한 것처럼 장동윤은 반전 매력이 흘러넘치는 사람이었다. 바른 생활 사나이에 애교 넘치는 막내아들 같으면서도 도전할 때는 겁 없고 과감했다. 1시간을 꼬박 채워 얘기해도 종잡을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선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장동윤을 만났다. 빠듯한 촬영에 종방연 그리고 인터뷰까지 쉴 틈 없이 이어오고 있는 그는 아직 종영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촬영이 너무 정신없이 끝나기도 했고 바쁘다 보니까 아직 끝난 것 같지 않아요. 시청자로서, 팬으로서 애정이 있으면 '가지마' '떠나지 마' 그러잖아요. 저도 그런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이 캐릭터에, 이 작품에 유독 애착이 많이 가요."

장동윤이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오디션을 앞두고 여장 남자 캐릭터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목소리부터 꼼꼼하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김동휘 감독은 이러한 모습을 보고 그를 캐스팅했지만 제작발표회에서 "장동윤 씨가 목젖이 거의 없어서 캐스팅했다"고 던진 농담이 오해를 사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장에 목폴라를 입고 온 그에게 "확인해보려고 했는데…."라고 하자 장동윤은 옷을 내려 목젖을 보여주더니 "정말 해명하고 싶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띄우려고 농담을 한 건데 진짜처럼 기사가 나왔다. 제작발표회 끝나고 감독님께 '미안하다'고 문자가 왔다. 재밌는 헤프닝이었다"며 웃었다.

지난 9월 30일 열린 녹두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장동윤과 김소현, 김동휘 감독, 배우 정준호, 강태오(왼쪽부터). /이동률 기자
지난 9월 30일 열린 '녹두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 장동윤과 김소현, 김동휘 감독, 배우 정준호, 강태오(왼쪽부터). /이동률 기자

캐릭터를 위해 무려 7개월 동안 머리카락을 기른 장동윤은 전날 진행된 종방연 때문에 조금 자르기는 했지만 여전히 장발이었다. 난생처음 이렇게 머리카락을 길렀봤다는 그에게 일상에서 불편함은 없는지 묻자 "아!"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진짜 처음에 너무 불편했어요. 여성분들 중에 머리카락이 긴 분들이 많잖아요. 그 고충을 알겠더라고요. 머리를 감고난 후에 속까지 잘 마르지도 않고, 밥 먹을 때 계속 그릇 안으로 흘러내리더라고요. 컴퓨터 할 때도 머리띠를 해야 하고요. 그래서 빨리 자르고 싶었는데 점점 기르다 보니까 너무 아까워요. 긴 머리로 다른 작품도 얼른 해보고 싶어요."

어깨에 살짝 닿는 길이에 자연스러운 웨이브, 귀 뒤로 살짝 꽂은 머리 모양이 너무나도 고와 보였다. 2남 중 차남인 그에게 "부모님은 딸이 생긴 느낌이겠다"고 말하자 "여동생 있다. 고양이다"라며 웃더니 "제가 원래 딸 같은 아들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장동윤은 "제가 수다스럽고 어릴 때부터 애교도 많았다. 또 제가 막내라서 원래 딸 같은 역할을 했다. 그래서 부모님도, 형도 담담한 반응이었다. 오히려 남자인 친구들이 '극혐'이라며 못 보겠다고 하더라. (웃음) 너무 낯선 모습이라 끝까지 못 보더라"라고 전했다.

한양대학교 학생 장동윤을 배우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된 뉴스 화면. /SBS 뉴스 캡처
한양대학교 학생 장동윤을 배우의 길로 이끈 계기가 된 뉴스 화면. /SBS 뉴스 캡처

편의점 강도를 잡고 뉴스에 나온 것이 계기가 돼 우연히 배우의 길을 걷게 된 장동윤. 아직도 배우로 주목을 받을 때마다 그 일화가 언급되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묻자 해탈한 듯 웃었다. 그는 "항상 그 이야기가 나오니까 대표님한테 '몇 년쯤 갈까요? 10년 갈까요?'라고 물었더니 평생 간다고 하더라. 이제는 고맙다. 처음에는 배우로서의 본질이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니까 연기로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것만 부각이 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본업에 대한 확신을 갖다 보니 그런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에 재학 중이던 그가 이렇게 배우의 길을 확신하게 되기까지 힘들었던 적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조금의 고민도 없이 "후회 없다. 확신이 점점 상승 곡선이다"라며 "처음에는 불안했다. 우연히 시작하게 돼서 '난 경제학과 대학생인데 내 뿌리는 어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사라졌고 없어진 지는 꽤 됐다. '땐뽀걸즈' 때 굉장히 큰 재미를 느끼고 확신을 하게 됐다. 그 이후로 그런 생각은 많이 안 하게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명문대에 진학한 만큼 학창시절 열심히 공부한 게 아까울 법도 했지만 그는 배우로서 자신만의 색을 가지게 된 것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지금 이렇게 배우 생활을 할 줄 알았다면 스무 살 때 연영과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 일찍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배우로서 욕심인 거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애써 노력해 대학에 진학한 만큼 아까워서라도 꼭 졸업하겠다 의지를 보였다. 장동윤은 올해 '녹두전'을 준비하며 복학을 해 학업을 병행하기도 했다. 그에게 "그래도 경제학을 전공한 게 돈 관리 등에 도움은 되지 않느냐"고 묻자 "학부생들은 다 알겠지만 전혀 쓸모없다. (웃음) 제가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2~3년 만에 복학했는데 아무것도 모르겠더라. 외계어를 듣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장동윤은 긴 머리로 차기작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동이컴퍼니 제공
장동윤은 긴 머리로 차기작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동이컴퍼니 제공

장동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참 열정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안에 겸손함이 있었고 자신감도 넘쳐 보였다. 그 힘이 원동력이 돼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 그에게 두려운 게 있는지 묻자 장동윤은 "저 자신이 나태해지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남을 별로 두려워하지는 않고 제가 나태해져서 무너지는 게 무서워요. 제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스스로 떳떳해서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나쁜 짓을 하면 안 돼요. 나쁜 짓 하고 게으르고 범죄 저지르고 못난 사람이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떳떳할 수 없어요. 저는 그게 두려운 거예요. 제가 실수해서 사람들한테 창피한 짓 할까 봐 관리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거 말고는 두려울 게 없어요. 어떤 상황이든 죽으란 법은 없잖아요. 밥은 어떻게든 먹게 돼 있고 잘 곳도 있고요."

장동윤은 녹두전에서 완벽한 여장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제공
장동윤은 '녹두전'에서 완벽한 여장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유)조선로코녹두전문화산업전문회사, 프로덕션H, 몬스터유니온 제공

이러한 과감함에서 비롯된 도전 정신 때문일까. 그는 원래 소속돼 있던 배우 소속사와 계약 만료 후 올해 초 데뷔 때부터 함께하던 매니저와 함께 독립해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동윤은 "오히려 러브콜을 받았던 대형 기획사에 가는 것이 더 모험이었을 거다"라고 말했다.

"지금 대표님과 3년 동안 계속 같이해서 믿음이 있어요. 저를 캐스팅할 때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셨거든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대학생인 저를 캐스팅하고 배우 생활을 함께했죠. 사실 전 회사 계약 끝날 무렵에는 제가 대중적인 인기가 있을 때가 아니었는데도 제안이 많이 왔어요. 원하는 회사는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큰 회사에서도 연락이 왔죠. 그런데 손발을 다시 맞추는 게 더 모험이었어요. 대표님 믿고 아무것도 없이 둘이 나와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사무실도 없어요. (웃음)"

이를 듣던 대표는 "처음에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주고 준비해오라고 했는데 가능성이 보였다"고 말했고 장동윤은 "살을 빼서 오라고 했는데 제가 하나에 꽂히면 독하게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4주에 걸쳐 10kg을 빼서 갔다. 굶다시피 했다. 그 모습에서 대표님도 '얘가 강단이 있는 애구나'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동윤이 남다른 팬 사랑을 보여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동이컴퍼니 제공
장동윤이 남다른 팬 사랑을 보여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동이컴퍼니 제공

남들이 보기에는 조금은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는 잘 해내고 있었다. 새 둥지에서 시작한 '녹두전'은 좋은 반응을 얻었고 대중적 인지도는 물론 팬들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던 카페 앞에도 여러 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야기를 전해 듣더니 놀란 눈으로 "아까 추우니까 집에 들어가시라고 말씀드렸는데 아직 계시느냐"라고 걱정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

장동윤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늘 주기만 하는 팬들의 사랑을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사실 어제 종방연 때도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 선물을 받았는데 스티커도 붙이고 많이 준비했더라. 신기하기도 했고 집에 가서 보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사했다"고 말했다.

장동윤이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과 시청자에게 보답할 수 있는 건 '좋은 연기'뿐이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입을 뗐다.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하다는 거예요. 저도 '녹두전'에 애착이 많이 가서 떠나 보내기 싫지만 보내야 하네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좋은 연기로 보답해드리는 거 말고는 없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저는 일 중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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