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공효진'] 각박한 연예계에도 피어난 '동백이'
입력: 2019.11.30 07:00 / 수정: 2019.11.30 07:00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역으로 출연해 섬세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 역으로 출연해 섬세한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공효진 "'동백꽃 필 무렵', 저도 위로 받았어요"

[더팩트|문수연 기자] 지겨울 것 같지만 아니었다. 또 똑같은 역할인가 싶었지만 달랐다. 배우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 그 자체였다.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던 동백이를 완벽히 그려낸 공효진이었기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마치 옹산에 있는 까멜리아에 가는 것처럼 설렜다.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에 동백 역으로 출연한 공효진과 만났다. 인터뷰장에서 만난 공효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는 동백이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손에 꼭 쥔 텀블러에는 '동백꽃 필 무렵 팬 연합'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었다. 20부작 드라마를 마치고도 오히려 힘이 생겼다는 그는 종영 소감을 묻는 말에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하며 진심으로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음…." 한참의 고민 끝에 말문을 연 공효진은 "그냥 선물을 받은 기분이고 하는 내내 종영을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높은 시청률이 아닌 드라마를 보고 남기는 감상평을 보고 참 감동을 받았다. 작품은 끝냈지만 마음이 고단하지 않다. 친구들이 헛헛하겠다고 걱정을 많이 해주는데 아니다. 저도 작품을 하며 위로를 받았고 희망의 메시지를 봤다"고 말했다.

'동백꽃 필 무렵'은 선한 사람들의 작은 마음이 모여서 이뤄내는 기적을 그린 드라마다. 치열한 연예계에서 살고 있는 만큼 공효진 또한 이번 작품을 하며 '인간적인 따뜻함은 통한다'는 것을 느꼈고 큰 위로를 받았다. 또 이토록 순수한 이야기가 대중에게 통하는 것을 보고 배우 인생에서 깨달음도 얻었다.

"저희 같은 배우들한테도 종종 세상이 각박하거든요.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받는 인생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많은 이들이 벼르고 벼른다는 느낌이 들어요. 마음이 편치만은 않은 직업이죠. 그런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저도 사람들한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결정함에 있어서 희망도 봤고요. 새로운 주제의 작품, 자극적인 작품을 놓고 고민을 하다가 이 드라마가 이렇게 사랑받는 걸 보고 희망적이라고 느꼈죠."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 이유로 임상춘 작가의 필력을 꼽았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공효진은 '동백꽃 필 무렵'의 흥행 이유로 임상춘 작가의 필력을 꼽았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차영훈 PD와 임상춘 작가는 애초에 공효진을 두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올해 초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 촬영으로 인해 출연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 PD와 임 작가는 그를 기다려줬고 편성을 미루면서까지 그와 함께했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사실 스케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대본을 보니 설정이 '게르마늄 팔찌를 한 여자'더라고요. 작가님이 저한테 이 작품을 주려고 이 설정을 넣었나 싶었어요.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제가 엄마한테 게르마늄 팔찌를 채워주는 사진이 있거든요. 그 이후로 인터넷에 '공효진'을 검색하면 '게르마늄 팔찌'가 연관 검색어로 뜨고 '아무 효과 없더라' 이런 글이 나왔어요. (웃음) 작가님이 저를 꼬드기려고 쓰셨나보다 싶었죠."

결국 편성이 연기되면서 공효진은 동백이가 됐다. 그는 제작 기간을 길게 두고 집중해서 찍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고 싶었지만 이 모든 걸 포기하면서 '동백꽃 필 무렵'을 선택했다.

공효진은 "못 했으면 아쉬웠을 거다"라면서도 "동백이는 다른 배우가 했어도 사랑받았을 거다"라고 임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동백이는 '연기를 잘해서 사랑받아야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제가 꼭 해야 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오히려 노규태를 오정세가, 곽덕순을 고두심 선생님이, 우리 엄마를 이정은 엄마가 안 했으면 안 됐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공효진이 베일이 싸인 임상춘 작가에 대해 말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공효진이 베일이 싸인 임상춘 작가에 대해 말했다. /팬엔터테인먼트 제공

공효진의 입에서는 계속해서 임 작가에 대한 극찬이 쏟아졌다. "항상 박수 치면서 대본을 봤다. 아마 글이 더 재밌을 거다"라며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쏟아내는 그를 보니 아직 정체가 공개된 적이 없는 임상춘 작가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에 대해 묻는 말에 공효진은 조심스럽게 입을 떼더니 "동백이 같은 사람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화나 짜증을 내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저보다도 많이 어리다 다섯 살 이상 어린 거로 알고 있는데. 세 살인가…. 확실한 걸 좋아하지 않으셔서"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작가님이 숨어서 글 쓰는 걸 하고 싶어 한다기보다는 성향 자체가 나서는 걸 극도로 힘들어하는 사람이더라. 종영 후 간 MT에서도 너무 함께하고 싶었는데 작가님이 오던 길에 위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힘들어했다"며 "작가님을 알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도망가버릴 것 같다. 숨어버릴 것 같다"며 걱정했다.

공효진이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보여준 의상들. /KBS2 동백꽃 필 무렵 캡처
공효진이 '동백꽃 필 무렵'에서 보여준 의상들. /KBS2 '동백꽃 필 무렵' 캡처

동백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하는 데는 글을 쓴 임 작가의 공이 컸지만 이를 잘 살려낸 공효진의 노력도 한몫을 했다. 특히 평소에도 패셔니스타로 유명한 공효진인 만큼 이번 작품에서도 '동백이 패션'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공효진은 "그래요? 동백이가 돈 못 모으는 이유는 옷 때문이라던데"라고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웃음을 지었다.

그는 "비싼 브랜드라서 입은 게 아니라 동백이한테 어울리는 옷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됐다. 심혈을 기울여 골랐다. 등장하는 의상 대부분이 빈티지고 잘라서 만들기도 했다. 정말 스타일리스트 팀과 함께 사활을 걸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의상 하나에도 놀라울 정도로 세심하게 신경 썼다. 극 중 봉제선이 보이는 미키 마우스 티셔츠를 입고 등장했던 그에게 "뒤집어 입은 거냐, 원래 그런 옷이냐"고 묻자 깜짝 놀란 그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그 티셔츠가 새 옷은 아니고 빈티지 티셔츠인데 뒤집어 입었어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바로 업로드됐는데 한국에서는 괜찮을 수도 있지만 혹시나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아졌는데 저작권에 걸려서 흠집을 낼까 봐 그랬어요. 그런데 어떻게 아세요? 신기해요."

공효진은 연이은 시청률 흥행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공효진은 연이은 시청률 흥행에도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매니지먼트숲 제공

매 작품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공효진의 노력 덕분인지 그는 '시청률 불패'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뒀다. "이게 또 잘 되면 비현실적이잖아"라는 생각을 하며 부담감을 애써 내려놨던 그였지만 드라마는 또다시 '초대박'을 거뒀고 그의 어깨는 무거워졌다.

"사실 그동안 시청자에게 저를 많이 보여줘서 '이제 지겹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어떡해요? 저도 직업이니까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또 이렇게 잘되버리니까 다음 작품을 어떻게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보는 눈도 더 높아졌고 사람들의 기대도 더 높아졌을 텐데…. 그래서 좀 쉬려고요. 시청자분들이 제가 보고 싶어질 때까지 쉬려고요."

공효진은 당장 눈앞에 있는 성과에 심취해있기보다는 더 멀리 보는 배우였다. 상 욕심이 없어졌다는 그는 "상을 받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단순하게 받을 수가 없더라. 복잡한 생각이 드는 게 괴로워서 피하고 싶다. 기쁘고 벅차지만 짐이 많아지는 느낌이다"라며 "제가 아직 나이가 어린데 너무 그거(안주)할 것 같다는 거시기한 느낌이 든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소신 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던 공효진은 모든 질문이 끝나자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놨다. 얼마나 섬세한지 얼마나 연기에 대해 생각하는지 그의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나왔다.

"이제 제 인터뷰 못 읽겠어요. 좋은 얘기에 좋은 대답만 해야 하니까요. 드라마 끝나면 어땠는지 듣고 싶은데 인터뷰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다들 아무 말도 안 썼더라고요. 아니면 그동안 칭찬을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건지요. 저는 좋은 기사들 참 많이 저장했거든요. 힘들 때 보려고 카카오톡에서 '나에게 보내기'로 다 보내놨어요. 눈물이 핑 돌게 감동적인 것도 많더라고요, 누리꾼 댓글이요? 그건 보지도 않아요. (웃음) '징징대는데 짜증 난다' 이러면 '누구야?' '뭐라고?' 이러면서 갑자기 섭섭해지더라고요. 그런데 기사들 보면서 힘이 많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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