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의 발언을 계기로 '음원 사재기'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더팩트 DB |
박경 發 음원 사재기 논란, 이번엔 좀 다를까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음원 사재기' 의혹에 다시 불이 붙었다. 누구는 의심을 넘어 확신을 하고 있는데, 지목된 당사자들은 절대 아니란다.
가수 박경이 가수 6팀의 실명과 함께 '사재기'를 언급한지 4일이 지났다. 지목된 가수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반면 마미손은 신곡에서 '사재기'를 풍자했고,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가수 성시경도 지인이 겪은 일화를 전했다. 무엇보다 음원차트를 이용하는 일반 사용자들도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다.
2013년 2015년 그리고 지난해 논란이 됐던 '사재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경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그는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고 적었다. 의심 수준이 아닌 확신에 찬 글이다. 여기에 실명까지 거론돼 파장이 크다.
박경이 이름을 언급된 가수들의 소속사는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절차에 따라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바이브 측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다. 소속사 메이저나인은 박경 발언 하루 뒤인 25일 박경과 그의 소속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27일 '허위사실 적시에 따른 명예훼손' 등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위반죄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면서 "'사재기'라는 범죄 행위를 저지른 바 없다"고 강조했다.
"'사재기' 있다", 이들은 왜 확신하나
누가 사재기를 했는가를 논하기에 앞서 '사재기가 존재한다'는 증언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복판 있는 이들의 생생한 증언이라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딘딘은 지난 21일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 출연해 "사재기가 너무 많아 차트가 콘크리트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한 누리꾼이 "경솔한 발언"이라며 비난성 댓글을 남기자 딘딘은 "제가 이 업계 종사자다. 내 귀로 듣고 내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마미손이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에서 음원 사재기를 풍자했다. /영상캡처 |
마미손은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공개했다. '별거 없더라 유튜브 조회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천 개의 핸드폰이 있다면 '별의 노래'만 틀고 싶어/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내가 이세돌도 아니고' 등의 가사는 '사재기' 의혹의 요약판이다. 마미손은 "음악 열심히 하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라는 응원글까지 덧붙였다.
성시경은 지난 27일 방송된 KBS 해피FM '매일 그대와 조규찬입니다'에 출연해 "최근 '음원 사재기' 얘기가 많은데 내가 실제로 들은 얘기가 있다"며 "그런 일을 하는 회사(대행업체에서)에서 작품에도 관여한다고 하더라. 전주도 없애고 제목도 바꾸라고 한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 그런 게 실제로 있긴 있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간지는 지난 26일 팟캐스트 '정영진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의 증언은 더 구체적이다.
김간지는 "작년 즈음 앨범을 냈을 때 '10년 정도 했는데 이쯤 되면 뜰 때가 되지 않았냐. 맥락 있다. 연막 칠 수 있다'면서 제안이 왔다. 8:2로 수익을 나누자고 하더라. 브로커가 8이다"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브로커는 '소름 돋는 라이브'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에 음원을 노출시키며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이로 인해 순위가 폭등하는 것처럼 꾸미자고 제안했다고.
바이브(사진 윤민수)가 박경의 발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더팩트 DB |
반복되는 의혹, 불신 쌓이는 가요계
실제로 업계에서 '노래 수정', '수익 나누기' 등의 제안으로 진행되는 바이럴 마케팅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여기서 그치는 것인지, 김간지의 말처럼 이를 명분으로 앞세우고 뒤에 감춰진 어떤 '사재기' 혹은 '차트 조작'이 있는 것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재기'가 실제 존재한다고 해도 밝혀내고 처벌하기란 쉽지 않다. 앞서 몇 차례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그랬다.
'사재기' 의혹과 이를 뿌리뽑고자 하는 노력은 이미 있었다. 2013년 SM·YG·JYP엔터테인먼트와 스타제국이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행위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발장을 제출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됐다. 2015년엔 JTBC '뉴스룸'이 일명 '스밍(스트리밍) 공장' 내부 모습과 함께 '사재기 실태'를 보도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또 지난해 대표적으로 닐로와 숀이 음원차트에서 일반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추이를 보이며 정상에 오르자 의혹이 제기됐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까지 나섰다. 하지만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애매한 결론을 냈다. 의심과 의혹만 눈덩이처럼 커졌다. 그 사이 음원차트에는 '의심스러운' 곡들이 더 많아졌고 상위권을 뒤덮었다.
주요 음원사이트가 심야시간대 실시간 차트를 없애고 보안에도 힘쓰고 있다지만 '방패에 맞게 창도 변화한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명확한 결론 없이 의혹만 거듭되면서 공신력이 있어야 하는 음원차트는 한없이 가벼워졌고, 급기야 동료의 실명을 거론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대로라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실명을 거론한 박경의 언행은 경솔했지만, 이를 계기로 이번엔 정말 뭔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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