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남자' 최민수가 말하는 '상식'과 '쪽팔림'
입력: 2019.11.27 09:34 / 수정: 2019.11.27 09:34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민수는 최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해 도로상에 작은 다툼은 상식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팩트 DB
지난 9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최민수는 최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해 '도로상에 작은 다툼은 상식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더팩트 DB

"후회없다, 손해 보는 한이 있더라도 '남자'로 살고싶다" 발언 '파장'

[더팩트|강일홍 기자] 최민수는 '터프가이'란 별명이 붙은 배우입니다. 통상 터프가이는 성격이나 행동이 거침없고 도발적이어서 강하고 시원시원한 데가 있는 사내를 지칭하는데요. 그래서 그는 스스로 '남자'임을 자처하기도 합니다. 최민수가 최근 보복운전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쏟아낸 말들이 새삼 회자되고 있는데요. 그는 이미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징역 6월 집유 2년)를 선고받은 바 있습니다.

그는 항소심 첫 공판에서 진술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상식의 기준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와 커피를 사러 가다가 상대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 부딪힐 뻔한 상황이 있었어요. 내가 클랙슨을 울리자 상대가 욕을 했습니다. 그런데 창문을 내리니까 그쪽에서 '어우 형님' 하더라고요. 전 국민 형님입니다. 그렇게 서로 사과하고, 악수하고 헤어졌어요. 이게 제가 갖고 있는 '상식'의 선입니다."

상식(常識, Commonsense)이란 일반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공통으로 다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을 말합니다. 최민수의 이런 주장과 설명은 일견 누구나 공감할 만한 얘기로 들립니다. 또 상대의 실수에 대한 배려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이해됩니다. 다중이 살아가는 세상은 법과 규범이 있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서로 불편해집니다. 물론 상식선 이내라면 법이 따로 필요없겠지만요.

최민수는 과거 노인폭행이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고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런 논란에 휩싸인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해 한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사진은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된 배우 최민수가 서울남부지법 1심 3차 공판에 출석하는 장면. /이새롬 기자
최민수는 과거 노인폭행이란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고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그런 논란에 휩싸인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해 한동안 은둔생활을 했다. 사진은 보복운전 혐의로 기소된 배우 최민수가 서울남부지법 1심 3차 공판에 출석하는 장면. /이새롬 기자

무혐의 노인폭행 트라우마, "산에서 왜 내려왔느냐" 욕설 이상의 굴욕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릅니다. 누군가와 다툼이 생기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허허' 웃고 넘어갈 수도 있고, 작은 부딪침에도 필요 이상 크게 반응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기분이나 속내를 알 수 없듯,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 또한 예상치 못한 일에 휘말리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최민수의 입장을 다시 되짚어보겠습니다.

최민수는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의 한 도로를 운전하던 중 앞 차량이 진로를 방해해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상대 차량이 '신호 표시등'(깜빡이)을 켜지 않고 갑자기 2차선에서 최민수 앞(1차선)에 끼어들었고, 급제동으로 동승자의 커피가 쏟아졌습니다. 접촉사고가 난 걸로 판단한 최민수가 경적을 울렸지만 상대가 무시하고 그냥 가버립니다. 급히 추월한 뒤 상대 차량 앞에 멈춰 충돌사고가 났습니다.

실랑이와 함께 욕설이 이어졌고, 상대 운전자의 고소에 따라 최민수는 특수협박과 특수재물손괴, 모욕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사고 1년 만인 지난 9월 1심 재판부는 최민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합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차량 운전자에게 상당한 공포심을 안겼을 뿐 아니라 후속 사고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행위"로 판단했고, 무엇보다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양형 이유로 꼽았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저도 그 사람을 용서 못합니다. 최민수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끝까지 남자로 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은 최민수가 지난해 5월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제작 발표회 당시 동료배우들과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후회하지 않아요. 저도 그 사람을 용서 못합니다." 최민수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끝까지 '남자'로 살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은 최민수가 지난해 5월 tvN 드라마 '무법변호사'의 제작 발표회 당시 동료배우들과 코믹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억울함 항변보다 고개 숙이는 모습, '더 멋진 남자로 비쳤을 것' 아쉬움

최민수는 과거 노인폭행이란 논란에 휩싸인 직후 장기간 산속에 머문 적이 있는데요. 말 그대로 속세를 떠나 수도승처럼 생활했습니다. 폭행논란은 결국 무혐의로 끝났지만 최민수는 그런 논란에 휩싸인 사실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해 한동안 숨어지내다시피 했습니다. 필자도 당시 축령산 자락 폐가(경기 마석)에 방문해 그의 속내를 들어본 일이 있습니다만, 유명인의 피할 수 없는 고충의 일단입니다.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언론에 밝힌 최민수의 언급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후회하지 않아요. 저도 그 사람을 용서 못 합니다. '연예인 생활 못 하게 하겠다' 이게 말입니까. 그런 말을 누가 참습니까? 그래서 손가락 욕했어요." 같은 말이라도 얼굴이 알려진 대중스타의 언행은 더 주목을 받게 마련입니다. 평소 하고 싶은 말을 거르지 않고 뱉는 스타일이라도 그가 왜 이렇게까지 격하게 반응했을까요.

스스로 고립된 생활을 자처한 최민수에게 '산 생활'은 견딜 수 없는 트라우마입니다. 상대방 운전자가 "산에서 왜 내려왔느냐"고 뱉은 말은 그의 입장에서 보면 욕설 이상의 굴욕일 수 있습니다. 순간 유명세의 고리를 끊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더라도 자신을 한번 더 되돌아볼 필요는 있었습니다. 억울함의 항변보다는 고개를 먼저 숙이는 모습이 훨씬 더 멋진 '남자'로 비쳤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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