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BTS 해외공연 대박에 속았다"...50억 공연 사기 '파문'
입력: 2019.11.14 10:49 / 수정: 2019.12.18 08:31
방탄소년단(BTS) 해외공연을 사칭한 50억대 사기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BTS의 일본 시즈오카 공연(BTS Speak Yourself Shizuoka) 현장 모습. /더팩트 DB
방탄소년단(BTS) 해외공연을 사칭한 50억대 사기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BTS의 일본 시즈오카 공연(BTS Speak Yourself Shizuoka) 현장 모습. /더팩트 DB

연예관계자 K씨, 빅히트 서류 양식 이용 동남아 4개국 투자 사기...국내외 기획사 11곳 피해

[더팩트|강일홍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해외 공연을 사칭한 수십억 원대 투자 사기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BTS의 글로벌 인기를 이용한 국내 연예관계자들의 해외 공연 사기에 당한 피해자들의 총 피해 액수는 50억여 원에 달하고, 유명 배우가 일부 개입된 데다 피해 업체가 무려 11곳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더팩트> 취재 결과 국내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인 K씨와 D씨는 BTS의 해외 인기를 이용해 국내 중소규모 기획사들의 참여를 유도, 투자금을 가로채는 수법으로 약 50억 여원을 편취했다. 피해자들은 전 세계를 뒤흔들며 수천억 원의 매출을 내는 BTS의 공연 신드롬에 현혹돼 대박을 꿈꾸던 국내외 공연업체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밝혀졌다.

◆빅히트 내부 서류 양식 이용한 '대외비' 계약서에 속아

BTS 공연 사칭 사기에는 K씨와 D씨 외에도 여러명이 개입된 정황도 밝혀졌다. 이들은 BTS 소속사인 빅히트 내부 서류 양식을 교묘하게 이용해 '대외비'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으며 해외공연 사칭 대상 국가 역시 BTS 공식 공연 일정에 없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베트남 등 4곳으로 명시, 피해자들을 속였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 에이전시들이 많은 점을 활용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1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L씨는 "주범 격인 K 모씨는 과거 연예인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며 그를 도운 여러명의 공범이 계획적으로 진행한 사기 사건"이라면서 "빅히트의 문서 양식을 도용한 계약 서류에 깜빡 속았다"고 말했다. L씨는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K씨 등은 BTS 소속사인 빅히트 내부 서류 양식을 이용해 교묘하게 대외비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BTS 사칭 공연 사기에 이용된 위조된 행사(공연) 출연 계약서 사본. /더팩트 단독 입수
K씨 등은 BTS 소속사인 빅히트 내부 서류 양식을 이용해 교묘하게 '대외비'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사진은 인도네시아 BTS 사칭 공연 사기에 이용된 위조된 '행사(공연) 출연 계약서' 사본. /더팩트 단독 입수

K씨 등을 포함한 이들이 공연의 세부 사항을 약정한 것처럼 위조한 '행사(공연) 출연 계약서'는 T커뮤니케이션(갑)-빅히트엔터테인먼트(을)-D엔터테인먼트(정)의 '갑을병' 3자 계약으로 작성됐다. 또 빅히트 문서 양식을 도용된 문서 오른쪽 상단에 붉은색으로 '대외비'라고 새겨져 있다.

위조된 인도네시아 공연 계약서의 경우에는 영문으로 'BTS FAN concert in indonesia'란 제목과 함께 2019년 11월부터 2020년 2월 중 1일(추후협의)', 출연료 280만 US달러(약 32억 7320만원) 등을 기재했고, 예측 관객은 약 5만명(4만9999명)이다.

이 같은 사기행각은 올해 2월부터 최근까지 10개월 가량 광범위하게 진행돼 왔지만,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내용을 몰랐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들조차도 '계약 완료시 까지 비밀유지'라는 계약서 단서조항에 쉬쉬하다 속아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사기에 언급된 4개국 공연은 애초 BTS의 공연 대상 국가도 아니었다.

K씨는 BTS 홍콩 공연을 유치한다고 속이고 조력자들을 동원해 홍콩 중국쪽 투자자들에게 11억원을 편취했다. 사진은 위조 계약서. /더팩트 단독 입수
K씨는 'BTS 홍콩 공연'을 유치한다고 속이고 조력자들을 동원해 홍콩 중국쪽 투자자들에게 11억원을 편취했다. 사진은 위조 계약서. /더팩트 단독 입수
BTS 해외공연 사칭 피해자 중 한명의 L씨는 주범 격인 K 모씨는 과거 연예인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며 그를 도운 여러명의 공범이 계획적으로 진행한 사기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일홍 기자
BTS 해외공연 사칭 피해자 중 한명의 L씨는 "주범 격인 K 모씨는 과거 연예인 성매매 사건에 연루돼 언론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며 그를 도운 여러명의 공범이 계획적으로 진행한 사기 사건"이라고 말했다. /강일홍 기자

이번 투자 사기에는 또 국내 유명 배우가 관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극 등 드라마에서 정상급 인기를 누린 배우 A는 올 4월 BTS 태국 공연 당시 중국 투자자들을 현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눴고, A의 매니저로 알려진 S씨는 별도 회사의 대표를 맡아 해외 비즈니스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사극 유명 배우 A도 연계, BTS 태국 공연 당시 현지서 투자자와 인사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고 밝힌 L씨는 "S씨가 C엔터테인먼트에서 BTS 패스카드 제작유통 판권에 일정부분 관여한 게 맞고, 이번 사기사건을 설계한 K의 회사에 이를 계약 위임했다"면서 "중국 투자자는 한국의 유명 배우와 매니저의 말을 믿고 돈을 투자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 C엔터테인먼트 측 관계는 "S씨나 배우 A씨가 태국 공연 당시 중국쪽 투자자들과 서로 인사를 나눈 것은 사실이지만, 패스나 투자와 관련해 별도로 만난 일이 없다"면서 "K 씨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 것일 뿐 투자 받기는 커녕 오히려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피해자들은 지난달 홍콩 공연이 허위로 드러난 뒤에야 뒤늦게 사기임을 알게 됐다. 이들은 지난 9일 K씨의 회사에 몰려가 '2020년 3월 BTS 홍콩공연 계약은 사기임이 밝혀졌다'며 투자금 11억원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투자금을 반환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당시 한 주민의 신고로 방문한 서울 강남 도곡지구대 경찰관들의 신분 확인 중 배우 이민호 화보 관련 사기사건으로 도피 중인 사실이 밝혀져 현장에서 체포됐다.

13일 오후 BTS 해외공연을 사칭한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한 피해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국내외 공연업체 관계자들이다. /강일홍 기자
13일 오후 'BTS 해외공연'을 사칭한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한 피해자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국내외 공연업체 관계자들이다. /강일홍 기자

이에 대해 BTS 측 관계자는 "확인 결과 최근 연예계 관계자가 보내준 '가짜 공문서 캡쳐'를 보고 처음 알았다. (빅히트는) 해당 계약을 체결한 바 없으며 위조 계약서이고 위조 공문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사례들은 범죄행위와 실질적인 피해 발생을 확인했을 경우 법적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BTS 해외 공연 사칭 K씨는 2013년 연예인 성매매 사건 당사자

BTS 사칭 공연계약서 위조 사기를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K씨는 2013년 연예인 성매매 사건의 직접 당사자다. 그는 또 2014년과 15년 사이 소속사를 속이고 EXO, 슈퍼주니어, 틴탑, 씨스타, 블락비, 이민호, 김수현, B1A4의 공연 출연 의향서를 들고 다니며 투자자들을 속이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K씨는 이번에도 T커뮤니케이션, D엔터테인먼트 등 연예관련 기획사 관계자들을 교묘히 끌어들이고, BTS 가짜 해외공연을 빌미로 국내 50억 가량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챘다. 공연기획사 또는 개인 투자자들은 K씨와 그의 조력자들의 말에 속아 최소 1억5000만에서 최대 14억 원까지 고스란히 떼었다.

K씨는 성매매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6월을 복역했고, 이후 화보사기 사건 등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3년6월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잠적했다. 기소중지 상태에서 도피 중 지난 9일 긴급 체포돼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위조 공문 하단에는 회사 주소와 빅히트의 방시혁 윤석준 공동 대표의 이름과 법무팀 담당 정 모씨, 회사 대표전화, 그리고 위조된 회사 직인이 찍혀있다. /더팩트 단독 입수
위조 공문 하단에는 회사 주소와 빅히트의 방시혁 윤석준 공동 대표의 이름과 법무팀 담당 정 모씨, 회사 대표전화, 그리고 위조된 회사 직인이 찍혀있다. /더팩트 단독 입수

◆법무법인 선정 법적 검토, 이번 주중 경찰 고소

또 다른 사기피해자인 H씨는 이날 L씨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K씨의 체포 수감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미 이틀 전부터 법무법인에 의뢰해 법률 검토에 들어가 빠르면 이번주 말, 늦어도 다음주 월요일에는 사기 등의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K씨 등은 피해자들을 속이기 위해 빅히트의 공문도 위조했다. 빅히트가 D엔터테인먼트에 보낸 것으로 위조된 공문에는 'BTS(방탄소년단) 인도네시아 공연(행사)'라는 제목에 (주)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D엔터테인먼트와 공식 계약한 것으로 돼 있다.

내용은 'D엔터테인먼트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BTS(방탄소년단) 인도네시아 공연(행사) 1차 권리자 및 계약자(단체)임을 증명한다', 'D엔터테인먼트는 2020년 2월~BTS 인도네시아 공연(행사) 진행에 있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요구한 추가적인 서류와 자료들을 2019년 10월30일까지 첨부 바란다'는 두 가지 핵심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위조 공문 하단에는 회사 주소와 빅히트의 방시혁 윤석준 공동 대표의 이름과 법무팀 담당 정 모씨, 회사 대표전화, 그리고 위조된 회사 직인이 찍혀있다.

피해자들은 BTS의 공연 신드롬에 현혹돼 대박을 꿈꾸던 국내외 소규모 공연기획사들이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르 트레지엠 아트 공연장에서 펼쳐진 BTS 공연 장면. /더팩트 DB
피해자들은 BTS의 공연 신드롬에 현혹돼 대박을 꿈꾸던 국내외 소규모 공연기획사들이 대부분으로 밝혀졌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프랑스 파리 르 트레지엠 아트 공연장에서 펼쳐진 BTS 공연 장면. /더팩트 DB

◆ 한류 스타 내세운 사기 행각 '빈번', 연예계 주의보

한류스타를 내세운 사기행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드 파동 직전까지 중국 대륙에 한류 열기가 뜨겁게 불면서 한류로 지칭되는 특급 스타들은 바로 '그 이름값'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았다. 워낙 '가짜 이름'의 사기사건이 빈발해 연예계 주변은 '중국발 사기 주의보'가 나돌았을 정도다.

2014년 이민호는 실제 'ALL MY LIFE'란 화보집이 발간됐지만 뒤늦게 엉뚱한 피해를 봤다. 기획사 대표이자 유명 방송인의 남편으로 알려진 김모 씨가 '이민호의 화보에 투자하면 수익금을 나눠주겠다'며 투자금을 받아 가로 챈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그는 당시 국내 사업가로부터 6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음악감독 H와 전 연예기획사 대표 K는 투자자 L 씨에게 EXO 중국 콘서트 판권이 있다고 속이고 계약금 1억원을, 다시 나머지 금액을 달라면서 이번에는 EXO가 아닌 슈퍼주니어로 변경하고 수퍼주니어와 함께 씨스타, 틴탑의 출연 계약서를 보여주며 추가로 3억원을 편취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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