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프로듀스' 공정성 파문, 오디션프로 존폐 기로
입력: 2019.11.13 10:21 / 수정: 2019.11.13 14:06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는 기존 가요 순위제를 능가할 짜릿함으로 열풍을 일으켰지만 공정성 훼손이란 치명적 불명예를 남겼다. 사진은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 공연 장면. /이새롬 기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는 기존 가요 순위제를 능가할 짜릿함으로 열풍을 일으켰지만 '공정성 훼손'이란 치명적 불명예를 남겼다. 사진은 '프로듀스48'을 통해 결성된 걸그룹 아이즈원 공연 장면. /이새롬 기자

'공정성 훼손' 치명적 불명예-트로트 오디션 열풍에도 불똥 '우려'

[더팩트|강일홍 기자] "음악프로그램의 묘미는 점수를 매겨 순위를 결정하고, 상대가 서로 비교돼 누군가는 올라가고 또 누군가는 탈락하는데 있습니다. 전문 심사위원들의 점수나 객관적 지표를 동원한 다양한 추가 보완기능이 있어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짜릿한 스릴이 있지요. 시청자들도 각자 주관적 기준을 갖고 나름의 판단을 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맞아떨어지면 환호하고, 그런 기대감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주목도가 커지는 거죠. 하다못해 순수 아마추어들이 등장하는 '전국노래자랑'에도 그런 재미가 숨어있잖아요."(전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PD)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는 지상파 3사 대표 음악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돼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수십년간 명맥을 이어오며 순위제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다. 툭하면 불거지는 순위 선정 과정에서의 공정성 시비 때문이었다. 이는 곧 대중음악의 균형있는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이유가 됐고, 여론의 향배에 따라 축소 또는 폐지되거나 변형된 방식으로 형태를 바꾸기도 했다. 1998년 첫 방송된 '뮤직뱅크'는 초기 MVP 수상 형식을 유지하다 1위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순위제를 도입했다. 논란이 일자 2001년 폐지했다가 2008년 K-Charat로 부활했다.

PRODUCE 101은 2016년 첫 방영 이후 시즌 2에 이어 프로듀스48, 그리고 올해 PRODUCEX101로 이어가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CJ Mnet, 더팩트 DB
'PRODUCE 101'은 2016년 첫 방영 이후 '시즌 2'에 이어 '프로듀스48', 그리고 올해 'PRODUCEX101'로 이어가며 숱한 화제를 뿌렸다. /CJ Mnet, 더팩트 DB

◆ 지상파 가요순위프로그램 공정성 논란 반복 속 '순위제 폐지 부활' 거듭

'쇼 음악중심'은 순위산정 방식과 방송사고 등 프로그램 자체를 둘러싼 논란으로 순위제 폐지와 부활을 더 자주 반복했다. 프로그램 명도 수차례 바뀌었다. '인기가요 베스트50'(95년~98년)과 '생방송 음악캠프'(98년~2005년)이 전신이다. '음악캠프' 폐지는 당시 음악 그룹 카우치의 성기 노출 방송사고가 결정적 이유였지만, 3개월의 휴식기를 가진 뒤 현재의 '쇼 음악중심'이 탄생됐다. '인기가요 베스트50' 이전에는 '쇼 네트워크'(90년) '내가 뽑은 인기가요' '여러분의 인기가요'(90년~93년) '결정 최고 인기가요'(93년) 등으로 방송됐다. 매번 명목은 순위 프로그램의 부활이었다.

'인기가요'는 SBS 개국과 함께 기존 KBS와 MBC 예능국 PD들이 이적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첫 방송부터 순위제가 도입됐다. 매주 1위 후보가 선정돼 1위를 결정했다. 후보가수 한 곡이 최대 4번 1위를 수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번 정상을 밟으면 팬심의 몰입도와 관심도는 더 극대화됐다. 이후 한 곡이 최대 3번 1위를 수상할 수 있게 바뀌었다가 2003년 순위제가 폐지된다. 대신 매주 7명의 뮤지션을 선정하는 Take7 제도를 새로 도입해 최고 인기가수 한 명을 1위가 아닌 뮤티즌송 대상자로 선정했다. 2013년 3월 '인기가요 차트'로 부활한 뒤 선정방식을 일부 변경보완해 집계하고 있다. (음원 55% + 음반 10% + SNS 30% + 사전투표 5% +방송 점수 10% / 실시간 투표는 제외)

지상파 3사 간판 음악프로그램 MC는 한때 떠오르는 청춘스타들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음악순위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고, 그만큼 진행을 맡은 남녀 MC들한테도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특히 여자 MC는 인기의 자존심이었다. 정은아 황수정 박진희 채림 홍수현 한고은 장나라 한지혜 옥주현 신지 홍수아 장미인애 현아 수지 티파니 서현 김소현 (이상 '음악캠프'&'쇼 음악중심'), 김희선 김민희 손태영 소유진 박한별 한예슬 한효주 구혜선 송지효(이상 '인기가요'), 김지호 송혜교 이나영 김규리 유수영 소이현 서인영 아이린(이상 '뮤직뱅크').

지상파 3사 간판 음악프로그램은 한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군림했지만 부침을 겪으며 현재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뮤직뱅크 녹화 날 KBS를 찾은 10대 방청객들의 모습. /더팩트 DB
지상파 3사 간판 음악프로그램은 한때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으로 군림했지만 부침을 겪으며 현재 1%대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사진은 '뮤직뱅크' 녹화 날 KBS를 찾은 10대 방청객들의 모습. /더팩트 DB

◆ '프로듀스' 파문 속 오디션프로그램 존폐 기로, 한류 주도 가요계 '홍역'

가요 순위 프로가 이처럼 인기를 누린 데는 젊고 싱싱한 음악프로그램이란 생동감 있는 이미지와 함께 신인가수들의 등용문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공정성 시비는 방송 가요계 비리와 맞물리며 스스로 신뢰를 잃었고, 폐지와 부활을 반복한 이유가 됐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순위 평가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은 환경에서 시청률 확보와 인기가수 섭외, 음반홍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기획사, 매니저와 제작진 간 검은 로비가 개입될 소지를 남겼고, 10대 위주의 댄스가수에 초점을 맞춰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지적도 피하지 못했다.

지상파 3사 가요프그램 시청률은 순위제로 한창 인기를 누리던 2000년초까지 평균 10%대(TNS미디어코리아 집계)를 상회했다. 하지만 순위제도가 폐지된 2001년 말부터 이후 가요 프로그램은 지속적으로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다 4~5%대까지 추락한다. 현재 이들 프로그램 시청률은 '인기가요'(2%대, 일요일 오후 3시50분) '음악중심' 1%대, 토 오후 3시30분) '뮤직뱅크'(1% 미만, 금 오후 5시) 순이지만, 1% 미만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0%대까지 떨어진 마당에 경쟁력을 따질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사실상 프로그램 존폐가 다시 거론 될 수밖에 없을 만큼 바닥을 친 셈이다.

'PRODUCE(프로듀스) 101'은 이런 와중에 탄생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2016년 첫 방영 이후 '시즌 2'에 이어 '프로듀스48', 그리고 올해 'PRODUCEX101'로 탄생해 숱한 화제를 뿌렸다. 시청률도 매 시즌 후반부엔 어김없이 3~4%대를 찍어 경쟁력을 지켰다. 우려했던 일은 현실로 나타났다. 특정 연예기획사 연습생을 위한 제작진의 투표조작과 '순위 뒤바뀜'이었다. 기존 가요 순위제를 능가할 짜릿함으로 열풍을 만들었지만 '공정성 훼손'이란 치명적 불명예를 남겼다. 올해는 트로트계에도 오디션 열풍이 뜨겁게 휘몰아쳤다. '프로듀스' 파문과 함께 오디션프로그램의 존폐가 기로에 선 가운데 세계적 한류로 우뚝 선 가요계가 또 한번 심한 홍역을 앓고 있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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