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소환 불응' 윤지오, '제2 유승준' 될라
입력: 2019.11.06 12:00 / 수정: 2019.11.06 14:38
윤지오는 고 장자연 증언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캐나다 출국 전까지 진심어린 증언보다는 인터뷰나 출판 활동 등 자기행보에 치중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윤지오는 고 장자연 증언자로 주목을 받았지만 캐나다 출국 전까지 진심어린 증언보다는 인터뷰나 출판 활동 등 '자기행보'에 치중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남윤호 기자

자진입국 끝내 불응하면, 국내 강제소환 불투명

[더팩트|강일홍 기자] 드라마나 영화 속 이름 없는 배역은 통상 '행인1, 2' 또는 '인물1, 2'로 불린다. 대사도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사극 드라마의 단역이라면 '무수리1' 또는 '무수리2'라는 이름으로 대본상에 표기된다. '덜덜이'(단역)라는 자조섞인 표현도 있지만 이들도 엄연히 배우로서 주어진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인정을 받는다. 아무리 크고 육중한 기계라도 작은 나사 하나가 빠지면 굴러가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배우 윤지오는 학창시절 청소년 모델연기자선발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뒤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하다 연기자가 됐다.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고 장자연 사망 당시 같은 소속사에 있었지만 동료배우들조차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 이후에도 몇몇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단역을 벗어나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올해 고 장자연 사망 사건 관련 증언자로 언론에 오르내기 전까지 그의 대중적 존재감은 아예 전무했다.

그는 연예활동을 접고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거주하다 지난해 12월 귀국했다. 그리고 앞서 검찰 과거사 위원회가 재조사에 들어간 장자연 사건 핵심 증언자로 돌연 부각됐다. 10년 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 故 장자연 사건은 '억울하고 부당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라'는 청와대 청원자가 20만 명울 넘으면서 여론의 탄력을 받았다. 캐나다 출국 전까지 그는 증언보다는 인터뷰나 출판 활동 등 '자기행보'에 치중한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인지도 제로에 불과했던 무명배우 윤지오가 유명 스타로 둔갑한 데는 자발적 위증이 크게 한몫을 한다. 사진은 윤지오가 한국여성의 전화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공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 /김세정 기자
인지도 제로에 불과했던 '무명배우' 윤지오가 유명 스타로 둔갑한 데는 '자발적 위증'이 크게 한몫을 한다. 사진은 윤지오가 한국여성의 전화와 성매매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의 공식 행사에 참석한 모습. /김세정 기자

일관성 없는 증언 남발 스스로 판 함정, 과거사위도 불신

인지도 제로에 불과했던 '무명 배우' 윤지오가 유명 스타로 둔갑한 데는 '자발적 위증'이 크게 한몫을 한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고 장자연 사건의 실체'가 궁금한 대중은 그의 입에 집중했고, '성상납을 강요받았다'고 밝힌 용기있는(?) 증언에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윤지오는 일관성없는 증언을 남발하며 스스로 함정을 팠다. 나중엔 과거사위조차도 거듭된 '진술번복'에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을 정도다.

안타깝게도 그를 유명하게 만든 데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병풍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월 여야 의원들은 윤지오를 국회로 초청해 '윤지오와 함께하는 의원모임'을 결성한다. 국회 문광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간담회'에는 안민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 그리고 권미혁·이종걸 ·이학영·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윤지오는 다수 국회의원들의 '병풍'을 등에 업고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선다. '장자연 사건'이 주는 사회적 관심사의 '새로운 증언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슈가 됐지만, 사실 국회의원들이 적극 가세하며 무게감은 한층 더 크게 실렸다. 윤지오만의 '열일 행보'로 비친 '13번째 증언' 북콘서트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설령 약자의 편에서 도움을 주려는 의도였더라도, '이슈 인물 '에 편승해 생색을 내려했다는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윤지오는 다수 국회의원들의 병풍을 등에 업고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윤지오가 국회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윤지오는 다수 국회의원들의 '병풍'을 등에 업고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섰다. 사진은 윤지오가 국회에서 열린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국회=남윤호 기자

윤지오, 건강문제 '귀국불가' 경찰 출석요구 3차례 불응

윤지오는 후원금 사기 등의 혐의로 피소된 이후 현재 캐나다에 머물고 있다. 최근까지도 그는 SNS 공방을 계속할 뿐 소환에 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서도 "출석요구서 파일을 받은 적은 있지만 경찰이라(고) 믿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윤지오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이어 지난 4일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 요청'과 외교부 여권 행정제재조치(발급거부 및 반납명령)를 신청했다.

대중은 이제 윤지오가 논란을 부른 각종 증언들에 대한 진위 공방을 넘어 과연 귀국을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강제소환'될 처지에 놓인 그가 이제라도 귀국해 실체를 밝혀줄 것인가의 여부다. 그의 말대로 피소됐다고 해서 모두 범법자는 아니다. 떳떳하다면 당당히 경찰에 출두해 해명하고, 입장을 밝히면 그만이다. 그동안 그는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일관되게 부정했다. '영장이 발부된 것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터에 당장 조사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피소 직전 돌연 캐나다로 출국한 윤지오는 '건강 문제로 귀국할 수 없는 상태'라며 경찰의 출석 요구에 3차례나 불응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 요청과 함께 강제 소환절차에 돌입했지만 도중 시민권을 획득할 경우 국내 소환이 어려울 수도 있다. 입영 직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한 유승준은 '병역기피 논란'에 휩싸이며 17년째 해외를 떠돌고 있다. 끝내 자진입국을 거부한다면 '제2 유승준'이 될 수도 있다.

ee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