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사망] 떠난 뒤 느낀 소중함,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문제
입력: 2019.10.17 00:00 / 수정: 2019.10.17 00:00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발인은 16일에 진행됐다. /더팩트DB
가수 겸 배우 설리가 지난 14일 숨진 채 발견됐다. 발인은 16일에 진행됐다. /더팩트DB

국민청원 게시판 "최진리법 만들자"

[더팩트|박슬기 기자] 곁에 있을 땐 몰랐다가 떠나니 느끼게 되는 소중함. 악플로 괴로움을 호소하던 설리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여기저기 각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누군가가 떠나고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이다. 25살의 꽃다운 청춘을 이렇게 보낸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지난 14일 설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우울증을 앓던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악플에 시달리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던 설리는 이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다.

설리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인터넷 실명제를 시행하자'는 청원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또 한 누리꾼은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진리법을 만들어달라'는 글을 게재했다. 내용에는 대형 포털사이트의 실명제 댓글, 기자들의 무책임한 기사 작성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이 청원 글은 16일 오후 3시 기준으로 8814명이 동의했다.

'최진리법'은 실제 시행 가능성이 있을까.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의도는 좋지만, 사람들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부분을 과도하게 억압하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을 어떻게 제재할지도 애매하다"며 "법으로 제정하기 위해서는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 섣불리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한 누리꾼은 최진리법을 만들자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글. 한 누리꾼은 '최진리법을 만들자'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처럼 설리의 사망으로, 악플을 근절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설리와 관계가 있거나 친분 있는 연예인들에게 악플을 달며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가 16일 강경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매협은 "최근 익명성에 기댄 사이버 언어폭력과 악성 루머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성을 띠고 있다"며 "대중문화예술인이 단지 공인이라는 이유로 감수 할 수 있는 부분을 넘어서 한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고 그 가족과 주변인까지 고통받게 하는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악플)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맞서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환하게 웃던 설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설리 인스타그램
환하게 웃던 설리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설리 인스타그램

이어 "악플러들이 엄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수사기관에 의뢰, 법적 조치와 정부에 질의·청원하는 등 강경 대응 하겠다. 악성 댓글로 고통을 호소하는 대중문화예술인들의 명예와 인격이 실추되는 일 없도록 사이버 테러, 언어폭력, 악플러 근절·방지를 위한 사회적 활동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악플로 고통을 호소하는 연예인은 수없이 많았다. 12년 전인 2007년에도 가수 유니가 악플로 스스로 목숨 끊는 일이 발생했고, 다수의 연예인이 악플로 우울증, 공황장애 등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하재근 평론가는 해결방안에 대해 "인터넷 관련 교육을 지속해서 해야 할 것 같다. 또 언론에서도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알려야 한다"며 "그동안 악플과 관련해 선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강력하게 처벌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악플이 심각한 가해 행위라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리는 지난 14일 오후 3시 21분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가족과 매니저는 설리가 평소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경찰에 밝혔다.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16일 설리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외력이나 외압 등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구두소견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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