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송가인 '행사비 논란', 나훈아까지 소환
입력: 2019.10.16 08:52 / 수정: 2019.10.20 11:42
송가인의 고액 행사비가 논란으로 번지자 가요계에선 일체의 행사에 나서지 않는 나훈아를 소환해 비교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동체육관에서 가진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남용희 기자
송가인의 고액 행사비가 논란으로 번지자 가요계에선 일체의 행사에 나서지 않는 나훈아를 소환해 비교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동체육관에서 가진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남용희 기자

단독 콘서트 'Again(어게인)', 지상파 녹화방송...기성 가수 "가요계 사다리가 무너진 느낌"

[더팩트|강일홍 기자] 올해 가요계의 화두는 걸출한 신인 여가수 송가인이다. '미스트롯' 흥행 대박 이후 그의 인기는 가요계를 넘어 방송가의 신드롬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마다 시청률이 치솟고, 그가 서는 콘서트 무대는 1년치 매진을 기록하는 이변을 만들었다. 인기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게 부(富)와 명성이다. 최근 송가인의 행사 개런티가 차고 넘치면서 논란(1회 행사비 2000만원 찍고 3000만원까지 호가)으로 번졌다.

일부 지역축제 관계자들이 '행사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불만을 토로하면서 알려졌다. 무엇보다 홍진영 장윤정 설운도 송대관 남진 등 소위 대세 트로트가수들의 개런티(1000만~1500만)와 비교됐다. '히트곡 없는 가수'로 폄훼하려는 의도가 보이지만, 체감 인기만을 놓고 보면 오히려 뭔가 이상하다고 비칠 정도다. 사실 행사비에는 철저한 수요공급의 원칙이 가동된다. 지역의 한 행사관계자는 "출연료가 터무니없이 높은 건 사실이지만, 송가인이 뜨면 축제 분위기가 폭발하니 어쩔수 없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런 인기 여세를 몰아 송가인은 다음달 3일(일) 단독 콘서트 'Again(어게인)'을 갖는다. 팬미팅을 겸한 이번 무대는 MBC가 특집쇼 형태로 녹화 방영한다. 콘서트 실황의 지상파 특집 편성은 이례적이고 드문 일이다. 그만큼 객석반응이 폭발하고 시청자 호응이 예상된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덩달아 송가인의 첫 신곡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최정상 작곡가들은 "송가인이 부르면 반드시 뜬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고, 현재 170여 곡의 노래를 받아 선별 작업 중이다.

미스트롯 출신 일부 가수들의 고액 행사비를 두고 가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동체육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멤버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미스트롯 출신 일부 가수들의 고액 행사비를 두고 가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남동체육관 '미스트롯 전국투어 콘서트' 당시 멤버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나훈아, 완벽한 카리스마와 스타파워 과시 '공연장 아닌 일체 행사출연 거부'

대한민국 아이돌 스타의 위력은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단연 BTS가 서 있다. 하지만 연령대를 초월한 카리스마와 스타성 등 '자타 공인' 국내 최고 가수는 여전히 나훈아다. 당대 최고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의 관심사는 늘 대중 앞에 자신의 공연을 얼마나 멋지게 펼쳐내느냐가 관건이다. 과거 '나훈아 특집'을 단골로 연출했던 전 MBC PD는 "출연료를 줄여주고 그 돈으로 대신 무대를 더 멋지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할 만큼 (나훈아는) 완벽한 프로였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은 방송에 출연해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 대중매체 중에서도 노래와 몸값을 상승시킬 가장 효과적인 통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나훈아는 거꾸로 전략을 써왔다. 방송출연은 물론 공연장 이외의 그 어떤 공개석상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지나친 신비주의가 입방아에 오를 정도다. 철저히 계산된 나훈아의 이런 이미지 전략은 먹혀들었다. 그의 콘서트는 완벽한 카리스마와 스타파워로 객석을 사로잡고 대성황을 이룬다.

나훈아와 관련된 일화는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삼성가 이건희 회장의 초대를 일언지하에 거절한 후일담이다. 전성기 시절 나훈아는 자신을 섭외한 삼성의 고위관계자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대중 예술가다. 따라서 내 공연을 보기 위해 표를 산 사람 앞에서만 공연을 한다. 내 공연을 보고 싶으면 표를 끊어라." 삼성 구조조정본부 전 법무팀 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그는 이후에도 이 원칙을 어긴 적이 없다.

가요계 유일무이 자존심 나훈아는 방송출연은 물론 공연장 이외의 그 어떤 외부 행사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나훈아 컴백콘서트 무대의 한 장면. /강일홍 기자
가요계 '유일무이 자존심' 나훈아는 방송출연은 물론 공연장 이외의 그 어떤 외부 행사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진은 나훈아 컴백콘서트 무대의 한 장면. /강일홍 기자

"송가인은 승승장구" vs 기성가수들 " 가요계 사다리가 무너져내린 느낌" 토로

만일 나훈아가 행사에 출연한다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물론 이런 가정은 단지 가정법일 뿐이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공연의 신비감을 위해 방송 출연도 하지 않는 나훈아 씨가 행사에 출연한다는 것은 꿈속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면서 "가정법이나마 굳이 행사 출연료를 책정해보라면 최소 1억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가수들의 행사비는 콘서트 수익의 최소 3분의1 수준"이라며 '나훈아 콘서트' 회당 수익(대략 3억~5억선)을 근거로 꼽았다.

이를 토대로 송가인의 행사비를 다시 한번 유추해 볼 수 있다. 과연 얼마를 받으면 적정한 개런티로 인정받을까. 소속사는 다음달 3일 송가인의 단독 콘서트를 갖고, 이후 내년으로 예정된 전국투어는 지역 공연제작사와 편당 1억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송가인 공연 개런티인 셈이다. 기성 가수들한테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신인가수의 '동떨어진' 행사비일 수 있지만, 최대 3000만원을 받을 만하다는 계산은 전혀 터무니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가요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가요계 특성상 단순히 자본주의 '수요공급의 원칙'으로 치부하고 말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수십년간 한걸음씩 단계를 밟아 인지도를 쌓은 기성가수들의 상실감 때문이다. 한 중견 가수는 "가요계의 사다리가 무너져버린 느낌"을 갖는다고 토로한다. 무명 또는 신인가수들조차도 마냥 박수치고 환영할 수 없는 속내는 있다. 로또 당첨 같은 '우연'이나 '행운'으로 비치면 희망보다는 자괴감이 먼저 들 수 밖에 없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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