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연예가클로즈업] '공연성수기' 가수들, 왜 눈물 짓나
입력: 2019.10.02 09:03 / 수정: 2019.10.02 09:03
대중 가수들한테 10월은 황금 성수기다. 평소 행사출연이 많은 편인 배일호는 10월의 가을 성수기를 넘기면 1 년을 기다려야한다면서 아쉬워했다. 왼쪽부터 진성 한혜진 배일호 김용임. /더팩트 DB
대중 가수들한테 10월은 황금 성수기다. 평소 행사출연이 많은 편인 배일호는 "10월의 가을 성수기를 넘기면 1 년을 기다려야한다"면서 아쉬워했다. 왼쪽부터 진성 한혜진 배일호 김용임. /더팩트 DB

아프리카돼지열병 강타 후 지자체 행사 줄줄이 '취소 또는 연기'

[더팩트|강일홍 기자] '아름다운 꽃구경도 식후사'(食後事)란 말이 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배가 고파서는 흥이 나지 않는다는 걸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문화 향유의 원천은 바로 여유로움과 넉넉함이고, 배가 불러야 극장도 가고 콘서트장에도 발길을 돌리게 돼 있다. 대중 문화를 경험하려는 욕구는 이처럼 경제적 생태, 즉 경기의 흐름과 직접 맞닿아 있다.

대중 가수들한테 10월은 황금 성수기다. 각종 축제와 지자체 이벤트가 봇물을 이루는 소위 '행사철의 피크'로 불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찾는 곳이 넘치다 보니 섭외가 겹치고 연중 유일하게 무대를 골라서 선택하는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연중 이어지는 웬만한 불경기에도 유일하게 가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중적 인기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는 셈이다.

올해는 연초부터 미스트롯 바람이 불면서 공연계에 훈풍이 불었다. 자영업자 등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서도 전국적으로 지자체 행사는 비교적 평탄하게 진행됐다. '나훈아 2019 콘서트'가 불경기에도 흔들림없는 공연계 '절대 콘텐츠'로 자리매김한데다 '미스트롯 전국투어'가 올매진을 기록하며 전국을 강타했다. 한데 웃어야할 가수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는 연초부터 미스트롯 바람이 불면서 공연계에 훈풍이 불었지만, 9월 들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지자체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작은 사진은 송대관. /더팩트 DB
올해는 연초부터 미스트롯 바람이 불면서 공연계에 훈풍이 불었지만, 9월 들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지자체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작은 사진은 송대관. /더팩트 DB

가축전염병 '돌발변수' 전국단위 대중행사 위축 가수들한테 불똥

불경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돌발변수다. 이번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 이 천재지변처럼 가수들을 덮쳤다. 2000년대 이후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수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돼지열병은 인체 감염 가능성이 거의 없지만, 이동경로 차단 등 예방이 필수이고 대중적 행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처음 발병 소식이 들렸을 때만해도 설마 가수들한테 불똥이 튈 것으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막상 정부 또는 지자체 발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위기감이 닥쳤고, 가수들은 '이러다 한해 농사를 또 망치는게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기업들이 주최하는 이벤트까지 일부 중단되면서 이미 받은 선입금 개런티를 토해내야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수 강진은 주말을 기준으로 많으면 하루에 서너개씩 잡혀있던 스케줄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사진은 KBS1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 /더팩트 DB
가수 강진은 "주말을 기준으로 많으면 하루에 서너개씩 잡혀있던 스케줄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사진은 KBS1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 /더팩트 DB

지자체 가수행사 줄줄이 취소되면서 반토막, 착잡한 '10월 성수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처럼 모든 행사가 전면 올스톱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수 강진은 "주말을 기준으로 많으면 하루에 서너개씩 잡혀있던 스케줄이 반토막이 났다"면서 "이런 여파가 연말 행사까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평소 행사출연이 많은 편인 배일호도 "10월의 가을 성수기를 넘기면 1년을 기다려야한다"면서 아쉬워했다.

공연기획사 쇼당엔터테인먼트 서현덕 대표는 "두달 전부터 기획해 개런티까지 모두 입금한 상황인데 '돼지열병'이 란 돌발변수로 행사가 취소돼 기획사 입장에서도 금전적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연천과 포천, 홍천 등 그가 대행한 5~6 곳의 지자체 이벤트는 1곳만 빼고 모두 취소됐다. 그는 "이런 분위기는 10월 들어 전국적인 현상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형편이 이렇다보니 가요계는 울상일 수 밖에 없다. 방송에 자주 노출되는 일부 인기 가수 몇명을 제외하면 행사가 유일한 생계수단인 대부분의 가수들에게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 행사가 흘러넘치고 불러주는 곳이 많아야 무명가수들에게도 무대에 설 기회가 오기 때문이다. 황금 성수기에 '취소' 또는 '연기' 결정만을 속절없이 지켜봐야하는 가수들의 속타는 심정을 이해할만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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