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신세경'] 조선시대에서 온 신세대 배우
입력: 2019.09.30 05:00 / 수정: 2019.09.30 05:00
신세경은 지난 26일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구해령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에 끌리는 내 취향을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신세경은 지난 26일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구해령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그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에 끌리는 내 취향을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연예계는 스타도 많고, 연예 매체도 많다. 모처럼 연예인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하는 경우도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도 소속사에서 미리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그대로의 스타를 '내가 본 OOO' 포맷에 담아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신세경 "'구해령', 완성도 높은 소중한 작품"

[더팩트|김희주 기자] "당연하죠. 저는 크리에이터로서 자부심이 있으니까요."

배우 신세경의 재치 넘치는 대답에 현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작품 속 강단 있고 똑 부러지는 모습은 현실에서도 여전했지만,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인터넷 용어와 유튜브 채널 운영에 관한 열정 넘치는 설명에서는 친근함이 물씬 느껴졌다.

지난 24일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신세경을 만났다. 신세경은 지난 26일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극본 김호수, 연출 강일수·한현희, 이하 '구해령')에서 여사(女史) 구해령 역을 맡았다. 이야기의 핵심 인물이자 전개의 출발점인 구해령은 지금까지 흔히 사극에서 그린 조선 시대 여성 캐릭터와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이고 주체적인 면면으로 안방극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신세경은 구해령은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는 무해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MBC
신세경은 "구해령은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는 무해한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MBC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호하는 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힌 신세경은 '구해령'에 대해 그만큼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인터뷰가 진행된 50분 동안 그가 가장 많이 한 말은 "만족스럽다"였을 정도다.

먼저 그는 "다른 드라마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개에 있어서 억지로 갈등을 만들거나 폭력적인 장면이 없어 '무해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자랑스러웠어요. 처음 출연을 결정할 때도 주체적 여성인 구해령의 매력에 반해 출연을 결심하기도 했지만 드라마의 전체적인 흐름과 합이 좋아 결정했습니다"라고 밝혔다.

구해령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여성관에 있어서는 많이 보수적인 조선시대에서 여자가 관직을 얻고 출퇴근하는 독특한 상상에서 만들어진 캐릭터다. 시대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에 처음 배역에 몰입할 때는 '내가 정말 이래도 될까? 시청자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며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촬영을 거듭하며 구해령에 걸맞게 저 또한 변화했고 후반쯤에 다다라서는 그 걱정을 깨끗하게 벗고 자유롭게 인물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신세경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나무엑터스
신세경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촬영부터 편집까지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나무엑터스

'여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 이해를 위해 많은 역사 공부를 했다는 사실도 고백했다. 그는 "태조 이방원이 승마 연습을 하다가 낙마를 한 적 있었대요. 당시가 이방원이 계속해서 자신을 따라다니는 사관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였다는데, 낙마를 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말이 '이 사실을 사관에게 알리지 마라'였대요. 하지만 그마저도 사관이 기록했다고 해 정말 흥미로웠어요"라고 말했다.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로 이미 사극에 도전한 바 있는 신세경이기에 그를 생각하면 한복을 입은 단아한 옛날 엤적 여인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신세경은 '노답'(답이 없다) '장꾸'(장난꾸러기) '캐붕'(캐릭터 붕괴)와 같은 인터넷 용어를 애용하는 '신세대' 유튜버였다.

신세경은 취미가 요리다. 유튜브에서도 요리 관련 콘텐츠를 많이 개발하고 있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인 국경없는 포차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신세경은 "취미가 요리다. 유튜브에서도 요리 관련 콘텐츠를 많이 개발하고 있고 요리 관련 프로그램인 '국경없는 포차'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나무엑터스

긴 생머리를 늘어트리고 고고하게 미소 지으며 차분한 분위기를 유지한 그였지만, "함께 출연한 배우 박지현은 정말 '장꾸'에요.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죠"라던가 "여름에는 안 그래도 한복 때문에 더워서 체력적으로 힘든데 심리적으로도 힘들어지면 그건 정말 '노답'이잖아요" 또는 "'구해령'은 캐릭터가 뒤로 갈수록 붕괴(캐붕)되는...그 단어처럼 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에요"라던 말에서는 친숙함이 물씬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66만 명에 가까운 구독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신세경의 유튜브 채널이 생각났다. 이를 언급하자 신세경은 갑자기 "구독자 수 10만을 채우면 '실버 버튼'을, 100만을 채우면 '골드 버튼'을 준다고 해서 신청한 지 오래인데 저는 아직 받은 게 없네요. 한 번 알아봐야겠어요"라며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예전에 출연한 tvN 예능 프로그램 '국경없는 포차'를 촬영하면서였어요. 타지에서 예능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판매하며 좋은 경험을 많이 했는데, 그 순간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브이로그'(V LOG)를 생각했어요"라고 대답했다.

신세경은 유튜버로서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신세경 유튜브 영상 캡처
신세경은 "유튜버로서 매일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신세경 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면서 요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나중에 외갓집에 내려가 친척들과 대규모 김장을 하는 장면을 찍고 싶어요. 김장은 집에서도 소소하게 할 수 있지만 다 같이 모여 겉절이에 수육을 싸 먹는 그 맛이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요리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콘텐츠에 꼭 도전해보고 싶네요."

이에 한 기자가 "유튜버로서 매우 욕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하자 신세경은 "당연하죠. 저는 엄연히 크리에이터니까요. 자부심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어 그는 "얼마 전 방송인 김나영 씨가 유튜브 수익을 기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저도 유튜브 운영 수익으로 기부를 해보고 싶은데, 최근 들어 '기부도 공부가 필요하다'라고 깨달았거든요. 조금 많이 알아본 뒤 신중하게 결정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신세경은 신입사관 구해령은 진흙 속 진주를 찾는 것만큼 찾기 힘든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신세경 인스타그램
신세경은 "'신입사관 구해령'은 진흙 속 진주를 찾는 것만큼 찾기 힘든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신세경 인스타그램

작품 이야기부터 그가 겸업하고 있는 유튜브 운영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인터뷰 시간이 끝나 있었다. 말미쯤에는 작품 이야기보다 유튜브 이야기에 더 치중했지만, 그는 작품에 대해 가진 소신을 밝히며 '배우 신세경'으로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무해한 드라마'가 정확히 어떤 뜻이냐고요? 신체적으로 폭력을 쓰고 피를 보는 것만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물이 굳이 겪지 않고 가지 않아도 되는 길과 경험을 억지로 부여하는 전개도 일종의 '폭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때문에 '구해령'처럼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저에게도 진흙 속 진주 찾기라고 생각돼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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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기획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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