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동뮤지션 "'항해'로 성장과 진화하고 싶어...성숙한 음악 만들 것"[더팩트|김희주 기자] 2년에 가까운 긴 공백기는 남매 듀오 악뮤(악동뮤지션)를 한 뼘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새 앨범 '항해'를 설명하는 이들의 진중한 목소리에서 음악을 향한 열망과 갈증이 물씬 느껴졌다.
악뮤(이찬혁, 이수현)가 25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세 번째 정규 앨범 '항해' 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두 사람은 진지하고 차분한 공기 속에서 약 한 시간 동안 '항해' 작업 과정과 자신의 음악적 가치관에 관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질문 하나를 받아도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뒤 입을 여는 두 사람에게서 '항해'에 대한 애정이 드러났다.
'항해'라는 앨범명은 '떠나다'라는 키워드에서 착안한 '이별'의 테마를 전반적으로 다뤘다. 타이틀곡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비롯해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달' 'FREEDOM' '더 사랑해줄걸' '고래' '밤 끝없는 밤' '작별 인사' '시간을 갖자' 등 총 열 곡이 수록됐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옅은 미소를 머금고 등장한 두 사람은 취재진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먼저 이찬혁은 "오랫동안 '항해'라는 앨범에 맞는 서로가 되기 위해 많이 가꾸고 연구하며 노력했다. 재밌게 잘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고, 이수현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이어 이찬혁은 먼저 테이블에 준비된 펜을 들고 의자를 당겨 앉아 취재진의 질문을 기다렸다.
질의응답이 시작되자 곧바로 "앨범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한 점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이찬혁은 "앨범에 수록된 대부분의 노래가 해병대 복무 중 만들어진 곡이다"라며 "약 한 달간 배 위에서 생활했는데 기타도, 녹음기도 없는 환경이어서 오로지 펜과 수첩에 의존해 가사를 쓰고 암기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그러한 환경 외에도 제 또래 일반인들이 겪는 위계질서나 사회생활들을 경험하며 많은 것을 깨달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해병대 제대 후 첫 공식 일정이기에 다소 긴장한 듯 간담회 내내 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던 이찬혁과 달리, 이수현은 이따금 밝은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또 이찬혁의 설명이 필요할 때는 "오빠가 말해" "그건 어떻게 생각해?" "그다음 질문에 대해서도 말해줄래?"라고 물으며 대답을 유도했다.
공백기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이수현은 이찬혁을 곁눈질로 보고는 웃으며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오빠가 저의 빈자리를 느낀 것보다 제가 오빠의 빈자리를 느낀 적이 더 많았을 것 같다. 혼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을 배웠고 특히 보컬 면에 있어서도 스킬이 아니라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찬혁은 앨범과 음악에 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이런 진지한 설명들이 자칫 간담회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까 봐 걱정됐는지 "지루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고 양해를 구하듯 말한 후 '항해' 작업 의도를 설명했다.
먼저 그는 들고 있던 펜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며 뭔가를 생각하듯 잠시 허공을 바라보고 "음..." "어..."라고 머뭇거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곧 그는 "저는 입대하는 시점부터 성숙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혁명도 일어나고 시대가 바뀌며 사회는 항상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주적인 관점에서 시대와 유행을 타지 않는 '멋과 가치'에 대해 고민해봤고, 그 모든 변화를 초월하는 것이 '성숙'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진화와 성장'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긴 제목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를 타이틀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면서도 이찬혁의 소신이 돋보였다. 그는 멋쩍게 웃고 이수현을 보며 "동생(이수현) 말로는 줄여서 '어.사.널.사'라고 하는데, 저는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줄일 수 있었으면 애초에 그 말을 제목으로 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두 손을 움직여 묘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제가 말 주변이 없어서 제대로 잘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그 문장 자체로 작품성 있다고 생각한다. 줄여져 있는 것을 손으로 잡고 늘렸을 때 전체적인 가사가 나오고, 그 점에 있어서 가사·내용과 제목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같은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수현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타이틀곡을 비롯해 모든 수록곡들까지 '항해'는 그동안 악뮤가 보여준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음악이 중심을 이룬다. 이에 관해 이찬혁은 나지막히 "이 자리를 빌려서 수현이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항해'는 온전히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그대로 담은 앨범이다"라고 고백했다. 이수현은 잠깐 깜짝 놀란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마이크를 들고 이찬혁의 설명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이수현은 두 손으로 이찬혁을 가리키며 "공백기 동안 저는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개인적으로 보컬 연습을 받는 등 음악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오빠(이찬혁)는 군대에 있는 동안 저보다 더 음악에 대한 열망이 컸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빠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마음으로 전반적인 모든 앨범 작업에 있어서 오빠에게 맞춰줬다"고 설명했다. 이찬혁 또한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와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공백기 동안 이찬혁만 성장한 것은 아니었다. 이수현은 "우리가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를 음악적으로 정말 많이 이해하게 됐고 서로의 소중함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그래서 그동안 느낀 점들을 손수 편지를 써서 '다시 악뮤로 돌아갔을 때 내가 오빠의 짐을 어느 정도 받아줄 수 있는 큰 사람이 되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저 또한 많이 성숙해졌다"며 "그런데 이건 남매가 아니라 부부 사이에서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간담회 내내 표정의 변화가 없던 이찬혁도 크게 웃으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말미쯤 진행자가 "이쯤에서 인사를 드리고 간담회를 마쳐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먼저 이수현은 "따로따로 말씀드리겠다. 오빠가 먼저 말해라"고 제안했고 이찬혁은 "아직 뚜렷하지는 않지만 지금의 목표는 다음 앨범이다. 성장하는 앨범을 만들고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수현 또한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성적을 신경 쓰지는 않으나 많은 사람들이 '항해'를 들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항해'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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